공공 장소에서나 혹은 식당에서 젊은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분명히 그 옆에 부모가 앉아있는데도 아이들의 행동은 막무가내여서 뛰어 다니며 싸우기도 하고 물건을 던지거나 식탁 등을 밀치면서 온 식당 안을 휘젓고 다녀도 그 부모들은 ‘기(氣)가 살아있는 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 이들을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나무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란 정신력 또는 용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감, 자기 주장능력, 추진력 그리고 진취성까지 포함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말을 풀이해 보면 기란 자신감을 갖고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이를 해결해 나가고 새로운 도전이 있을 때 위축되지 않고 그 도전과 맞서 싸우며 미지의 세계에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젊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이러한 용기인 기를 살려 주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모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를 잘못 알고 ‘살리기’만 하려는 데 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고만장(氣高萬丈)한 ‘버릇없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내 아이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되고 조그만 좌절이라도 경험하면 기가 꺾인다는 생각은 아이들의 기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이 최고이며 무엇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잘못된 행동을 낳게 하는 빌미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빌미는 곧바로 버릇 없고 품행이 바르지 못한 문제아로 자라게 하는 첩경인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집안에서만 큰 소리를 치고 멋대로 할 뿐 집 밖에서는 양보 할 줄 모르므로 친구들과 사귀기도 어렵고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아이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는 명제 아래 무분별한 자존감을 심어주는 일은 부모된 사람이 삼가야 할 일이다.
기란 하루 아침에 길러지거나 한두 학기 학교 다녔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을 통해서 은연 중에 내면화 되어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기가 살아 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내면화란 특정 신념이나 사상을 온전히 받아들여 사고나 언어, 행동을 지배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는 바른 가정교육을 통해서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부모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부터 생활습관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주의 깊게 관찰해 나가면서 바람직한 일이나 행동을 했을 때 칭찬과 격려를 통해 이를 인정해 줌으로써 기의 내면화가 이루어져 나가는 것이다.
일본 과학진흥기구에서 발표한 ‘칭찬하는 육아’에 관한 조사결과는 칭찬이 아이들의 기를 살려 준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기구에서는 일본 오사카(大阪)와 미에현(三重縣)에 거주하는 400가정의 부모와 생후 4개월 된 아이들을 3년 6개월에 걸쳐서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부모에게서 자주 칭찬을 받는 아이는 3년 6개월 된 시점의 사회적 적응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이 조사에 응한 부모들은 육아과정에서 칭찬과 함께 아이와 눈을 맞추기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며 리듬에 맞춰 율동을 하기도 하고 함께 책을 읽거나 외출을 하는 등의 행동이 아이들의 기를 살리면서 사회적 적응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육아 참여도 칭찬만큼이나 아이들의 사회 적응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만 1세 6개월부터 만 2세 6개월까지 육아에 참여하는 가정의 아이는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에 비해 사회적 적응능력이 1.8배 높았다고 한다.
결국 우리 아이의 기를 살리는 길은 부모의 양육태도에 달려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바람직한 태도나 행동에 대한 칭찬과 격려, 그리고 이를 인정을 해 줌으로써 자신감과 실천력을 길러주고 그에 따르는 자제력과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 기를 살려 주는 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규성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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