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던 고국의 산천과 벗들을 설레는 가슴으로 만나고 돌아왔다. 모국 방문의 직접 동기는 대학졸업 40주년 기념모임이었지만, 병으로 시달리는 친지, 친구에게 전도의 사명도 띄고 갔다. 가까운 친구들과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 때 그 마음으로 한결 같이 대할 수 있었음은 나를 진정 행복하게 했다. 일본에서 여행에 동행하기 위해 온 친구가 잠시의 만남을 뒤로하고 이별할 때 눈시울이 빨갛게 되는 것을 보고 우리의 나이 탓인지 떠나야만 하는 인간 본연의 고독한 모습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40주년 기념모임은 외적 침입 시 왕실이 자주 피난 가던 강화도에서 가졌다. 우리 동기회는 졸업 후 끈질기게 발간해 온 동창회보 덕분에 아주 끈끈하게 묶여 있는데, 각자 맡은 자리에서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열심을 다 한 동기들의 모임은 한껏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자리였다. 모처럼 학창시절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 마음껏 웃고 떠들었다. 부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 고적한 전등사를 아내와 함께 산책한 것도 마음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꼭 방문을 다짐하던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다녀왔다. 이 묘원에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에게 복음의 빛을 비추기 위해 일생을 바친 외국인 선교사와 그 가족 145명이 안장되어 있다. 척박한 땅 ‘Corea’에 와서 복음을 전하고, 조선 백성들을 위해 근대 교육과 의술의 기초를 놓은 이분들이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었기에 수많은 열매를 맺었다. 로스 선교사가 시작한 성경 번역은 1911년에 ‘성경젼서’의 탄생으로 완성되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 쓴 헐버트 선교사는 “웨스터민스터 사원 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라는 소원대로 이 묘원에 안장되었고, 켄드맄 선교사는 “만일 나에게 천 개의 생명이 있다면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다”라고 말했다 한다. 머나 먼 조선땅 무지한 백성들을 어찌 그리 사랑할 수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의 지혜를 초월한 하나님의 마음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나와의 또 하나의 약속을 지키려고 ‘국립서울 현충원’을 엄숙한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조국 수호를 위해 생명을 바친 16만8천여 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서 분향하며 조국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모국의 손님들에게 종종 알링턴 국립묘지를 관광시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국의 국립묘지는 단 한 번도 찾지 못한 사실이 참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졌었다.
이번 여행의 또 하나의 이정표는 울릉도와 독도를 찾아간 것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이 두 섬을 밟은 것은 정말 흥분 그 자체였다. 주로 현무암, 조산암 등의 화산암으로 된 울릉도는 3무(도둑, 공해, 뱀)와 5다(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의 섬으로 알려졌다. 해안선을 끼고 간간히 나타나는 무지개 구름다리와 나선형 층계를 거치는 산책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해발 984미터의 성인봉을 아내와 같이 왕복 6시간에 걸쳐 정복한 것도 대견한 일이다.
이번 여행의 최상의 하이라이트는 타인같이 낯설고 멀게 느끼던 독도를 밟은 것이다.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이 섬은 고종 18년부터 독도라 불렀는데, 가장 큰 동도와 서도 외에 89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총 면적은 5만평이 조금 넘는다 들었다. 해상에 노출된 바위는 수면 밑의 약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거대한 화산으로, 각종 해류를 비롯해 고체 천연가스 등 막대한 천연자원의 보고이다. 예측할 수 없는 험한 기후와 파도로 여간해서는 접안이 힘들다는 이곳에 발을 디디면서 우리는 꿈을 꾸는 듯 했다. 서기 512년 신라 장군 이사부가 독도를 포함한 우산국(울릉도)을 정벌하여 독도를 ‘우산도’라는 옛 이름으로 부른 것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적 고증에도 불구하고 이 아름다운 섬을 끈질기게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염치없는 일본 사람들 때문에 독도 방문은 나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했다. 우아한 독도의 짙푸른 바닷물 속에 나의 모국 사랑을 깊숙이 심어 놓고 돌아왔다.
아름다운 친구들의 깊은 배려와 사랑으로 참 행복했던 모국여행, 벌써부터 다음 여행을 꿈꾸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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