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 심장부의 노래라고 불리는 컨트리는 이야기도 단순하고 기타나 바이얼린이 반주하는 음악도 쉽고 편안해 친근감이 간다. 이름 그대로 서민적인 음악인데 내용도 통상적인 우리 주변의 것인데다가 멜로디도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간단해 시작은 컨트리지만 지금은 록이나 팝 못지않게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우리가 들으면서 즐기는 컨트리는 순수한 컨트리라기보다 팝과 록의 장르를 혼합한 컨트리 팝이나 컨트리 록이다. 나는 특히 컨트리의 우수가 깃든 톤이 좋아 대학시절 이 노래들을 애청하면서 가사를 외워 혼자 부르기도 했다.
내가 옛날에 즐겨 듣고 지금도 가끔 음반으로 들으며 추억에 잠기는 컨트리 가수들로는 마티 로빈스, 단 깁슨, 짐 리브스, 바비 베어, 레이 프라이스, 자니 캐시, 레이 찰스 그리고 여가수로는 팻시 클라인과 브렌다 리 등이 있다. 찰스와 리는 팝으로도 유명하지만 컨트리풍의 노래도 잘 부른 가수들이다.
이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던 컨트리 가수가 약간 존 덴버 음색을 연상시키는 맑고 고운 테너 음성의 글렌 캠벨이다. 그는 지난 1960년대 말과 70년대에 걸쳐 ‘위치타 라인맨’ ‘라인스톤 카우보이’ ‘서던 나이츠’ ‘갈베스턴’ 그리고 ‘젠틀 온 마이 마인드’ 및 ‘바이 더 타임 아이 겟 투 피닉스’ 같은 히트곡들을 줄줄이 내놓은 가수로 지금까지도 팬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기자가 되기 전 어느 시골서 선생으로 있을 때 하숙방에서 캠벨의 LP를 틀어놓고 판이 끝나면 또 듣고 또 듣고 하던 기억이 난다. 컨트리의 청승맞기가 하숙방 총각선생의 분위기와 걸맞았던 같다. 그런 캠벨의 노래를 오래 전 세리토스 공연센터에서 직접 들었을 때의 감개란 참 무량했다.
캠벨은 영화에도 나왔는데 지난 해 코엔 형제감독이 리메이크한 웨스턴 ‘트루 그릿’의 원전으로 존 웨인이 오스카상을 탄 동명영화(1969)에 조연했다.
캠벨(75)이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고스트 온 더 캔버스’(Ghost on the Canvas·사진)를 최근 출반했다. 신문에서 출반 소식을 읽자마자 앨범을 사 계속해 너덧 번 듣고 지금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과거보다 다소 익은 음성이지만 여전히 맑고 서정적이며 달콤하면서 약간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정다운 목소리다.
안타까운 것은 캠벨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10곡으로 짜인 앨범의 제목 노래와 맨 처음에 담긴 ‘어 베터 플레이스’ 및 ‘이츠 유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비롯해 ‘데어즈 노 미… 위다웃 유’ 등 여러 곡들이 감정 충만하고 영적이요 종교적이다.
캠벨은 앨범 노트에서 “나는 명성과 유혹의 험한 세상을 살았다”면서 “이 음반은 나의 삶과 경력의 스냅샷”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그의 가장 사적인 음악적 자서전인 셈인데 캠벨은 “이제 나의 책을 닫을 때가 됐다”면서 이 음반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단순한 기타 반주가 있는 ‘어 베터 플레이스’의 첫 구절 “나는 힘써 행했고 그리고 실패했습니다, 주여” 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회상하고 또 동경하면서 아울러 감사하고 있다. 여러 다른 곡들도 이런 영혼 탐색과 함께 삶의 어느 경지에 도달한 그가 과거를 그리워하고 후회하면서 동시에 감사와 희망과 강한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매우 감동적인 노래들이다.
가사는 시요 찬송과도 같이 아름답고 성스러운데 ‘위치타 라인맨’의 멜로디와 여운을 느끼게 하는 ‘고스트 온 더 캔버스’는 밀밭에서 까마귀와 사랑을 나누는 영혼 찬가요 ‘이츠 유어 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서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울면서 은총을 생각하고 있다.
노래와 노래 사이를 밴드음악이 간주곡 식으로 연결하고 있는 음반을 들으면서 캠벨이 앞으로 다가올 운명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희망과 강인함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내가 이 모든 세월 동안 알아온 당신의 눈을 바라볼 때 난 내 생애 처음으로 공포를 느낍니다”라고 두려워하다가도 “나는 언제나 당신을 위해 강하리다”(‘스트롱’)라며 다짐한다. 캠벨은 ‘어 다우전드 라이프타임스’에서는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내가 호흡하는 매번의 숨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으로 여기지 않을 선물”이라며 생명을 찬미하고 있다.
그는 이어 ‘홀드 온 호프’에서 자신을 붙들어주는 것은 희망이라며 모두가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빠른 템포의 록과도 같은 ‘인 마이 암즈’와 그의 옛날풍의 노래를 생각나게 하는 ‘에니 트러블’도 좋다. 캠벨은 지난 2일부터 ‘글렌 캠벨: 굿바이 투어’에 나섰다. 캠벨이 삶의 책장을 완전히 닫기 전에 그를 다시 한 번 만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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