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유태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유럽각국의 그것에 비하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다. 유태인들은 많은 나라에서 학대를 받았고 학살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미국에서는 혐오, 증오 정도의 선을 넘어서지는 않았다. 유태인이 대거 미국으로 이민 온 기간은 1881년부터 1920년 사이인 40년간이다. 러시아 및 동유럽과 남유럽 일대에서 유태인 학살(pogrom)이 제도적으로 자행되면서, 그리고 동유럽 일대의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기아를 피해서 미국으로 몰려든 것이다. 약 300만 명이 입국을 하였다는 것인데, 이들은 급작스러운 발전으로 인해서 노동력이 딸리던 광산과 공장에 취업을 해서 생계유지를 하였다.

이들은 유태인에 대한 학대를 이겨나가는 길은 첫째로는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계층의 상향 이동을 하는 길과, 둘째로는 후손들을 잘 교육시켜서 전문분야에서 많은 유태인 인재가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은 굶어도 자식들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으며, 주로 의과나 법과 공부에 치중 하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료계나 법조계에 유태계 인물이 많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야기인데, 바로 이 시기에 그 배후에서 심혈을 기울여 애써 준 선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영국계(WASP)와 독일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주류에서는 라틴계인 이태리 사람들과 감자기근으로 대거 미국으로 건너온 아일랜드 사람들(켈트족)을 많이 차별대우를 하였으며, 새로 들어온 유태인들도 이들과 같이 인종차별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 이들은 취직선(就職先)에서, 학교에서, 사회적인 대우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다. 당시 미국에는 대표적인 보수 단체로서 ‘이민억제 운동협회( Immigration Restriction League)’라는 조직이 있었는데 그들은 유태인과 아일랜드인, 이탈리아인, 동유럽인, 아시아인 등을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문화적으로, 지적인 면에서, 도덕면에서 저질이고 신체적으로도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20세기 전반에 유태인의 인구는 미국 전체인구의 3.5%(1930)를 돌파했다. 당시는 인종차별을 가장 심하게 받던 시기인데, 일반대중은 유태인은 의류업계, 백화점계에 모여들어 판을 칠 뿐 더러 은행가를 주름 잡는다고 해서 비난을 하였다. 유태인에 대해서는 직장이나 대학에서 ‘쿼터제’를 만들어서 인원제한을 하였고, 일부 ‘사회 클럽’ 같은 데에서는 입회를 막았으며, 휴양지 등에서는 출입금지를 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다 2차 대전 후 ‘민권 회복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유태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거의 그 자취를 감추었는데, 아직도 주류사회의 일부에서는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인종차별하면 흑인에 대한 차별대우가 우선적으로 지적됨으로 타인종에 대한 차별대우는 2차적으로 다루어지는데 아시아인과 남미계에 대한 차별도 만만치는 않았다. 아시아인으로서 미국에 맨 처음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중국인들인데,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엄청난 금맥이 발견되어 소위 ‘황금 붐(Gold Rush)’이 불게 되면서 금광 판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어 대륙횡단 철도 부설시(1863.1.~1869.5.)에 Central Pacific Railroad사의 철도 시공(서부로부터 동쪽을 향한 구간) 노무자로 많은 중국인이 입국을 하였다.

중국인들은 초기에는 환영을 받았으나 차차로 주류사회와 간격이 생기면서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중국 사람들이 근면하고 양순하며 순종형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던 바이지만 금광 판에서는 다른 금광꾼들과 경쟁을 하게 되고, 또 노무자로 일하는 중국인들은 저임금을 마다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일을 잘했기 때문에 주류사회 근로자들과 반목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금광 판에서는 중국 사람들을 내몰기 위해 별의별 수법을 다 동원하였다. 황색인종의 차별대우(黃禍=Yellow Peril이라고 함)는 우선 중국인들이 거처를 자유로이 가질 수 없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중국인들이 모이기 시작한 곳은 금광마을(金鑛村)인데 중국인들은 마을에서 가장 열악한 고장에서만 살게 하였다. 홍수의 위험이 있는 개울이나 강변, 바닷가의 습지에 자리를 잡게 하였고 어떤 데에서는 중국인 거주지를 구분지어 따로 구획을 정해 차별대우를 하였다.

Ventura County의 Ventura시에서는 중국인들은 시에서 공급하는 수돗물도 못쓰게 하고, 하수도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세금은 여전히 징수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의 소방대에서는 중국촌에 출동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중국촌 자체에서 독립된 자체의 소방소를 만들어서 화재에 대비해야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중국인들이 도시의 여기저기에 산재해서 살았지만 1878년에 시당국에서 중국동네를 따로 분리해놓고 시의 모든 중국인들은 그 지역에서만 거주하라고 하였다. 이것이 속칭 “차이나타운”의 시초이며 그 구역의 경계선은 경찰에서 마음대로 늘리고 줄이고 조정을 하였다는 것이다. 중국촌의 경계선을 경찰이 좌우하였다는 것은 경찰이 중국인 격리의 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주택이나 상가에서 많이 활용해야 했던 청원경찰 제도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게 했는데, 이는 곧 중국인들이 법의 보호를 공평하게 받지 못하였다는 말로 환원이 되는 것이다.

1850년에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금광에 종사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매달 두당 $20(당시 화폐가치로는 큰 부담)의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부여하였다. 표면상으로는 모든 외국인이라고 하였지만 실제적으로는 중국인과 멕시코인들 만을 겨냥한 법이였던 것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