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오피니언에 미국 정부와 의회가 8월 2일이 시한부였던 미국의 부채상환 불이행(디폴트)만은 분명히 막을 것이라는 글을 실은 적이 있다.
정부의 빚진 돈이 아무리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미국은 아직도 세계 경제의 최강국이다. 이런 나라가 8월 2일 부도가 나게 됐다면 미국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릴 것이 뻔했다. 미국 금융을 망하게 되는 판국이었다. 그러나 위기를 막았다.
결국 실무자격인 오바마 대통령, 상하원 지도자들이 박빙의 토론과 타협을 거쳐 절충안을 도출했고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 표결로 그 안을 승인, 오바마가 시한부 날인 8월 2일 서명하여 법으로 시행되게 되었다. 법제화가 된 이 법의 중요 내용은 2013년까지 부채상환 액수를 2.4조 달러로 올리고 10년 내로 정부지출 1조 달러를 줄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허리띠를 동여매는 지출억제의 정책을 쓸 모양이다.
그러나 다행히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사회보장혜택에는 감축이 없다고 한다. 만일 이 혜택이 감축된다면 저소득층이나 노인층의 집단 반대 소요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65세 이상 된 사람들은 만일 사회보장혜택이 감축된다면 정부를 향해 반대 데모도 일으킬 수 있다.
부유층 증세는 공화당의 반대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부유하게 잘 사는 사람은 그냥 잘 살도록 내 버려두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부유층에 감세혜택을 주지 않고 그들로부터 세입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는데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 정부가 일차로 디폴트에 대한 대응정책을 발표했던 그 이튿날 7월 19일은 증시가 폭등했고, 오바마가 상하원 표결안을 서명한 날, 즉 미국 부도가 없어지는 날인 8월 2일에는 증시가 폭등 대신 폭락했으니 알다가도 모를 증권시장 판세다.
사실 미국의 부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정부는 2차 대전 후 지금까지 부채한도를 의회와 타협으로 140번 증액을 했다. 단지 지난 8월 2일이 시한부이었던 부채한도가 너무 커서 한바탕 큰 소동을 일으킨 것에 불과했다.
물론 미국의 빚은 천문학적이다. 그러나 이런 빚을 안고도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대국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미국에서 일어날 뻔한 디폴트에 대해 러시아 푸틴 총리는 “빚더미에 앉은 미국은 세계 경제에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그래도 잘 해결했다”고 평했다.
푸틴은 차기 러시아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러시아는 지금도 미국이 반대하는 이란에 핵연료를 계속 제공하고 있고, 반정부 데모를 유혈 진압하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어떤 대응책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사실 푸틴은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보다는 중동 특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공격하기 위해 부도 위기 때 소위 “기생충”이란 험한 말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번 상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에는 군사비 감축안도 포함되어 있어 푸틴을 이것을 보고 엷은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처럼 첨단 기술의 신무기를 개발하면서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것은 중, 러 양국이 미국의 군사력을 견제하겠다는 심사이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펼쳐지는 미국 패권주의 영향력을 차단해 보겠다며 구소련 위성국들을 다시 규합하려는 복고주의의 환상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위성국에서 독립국가로 이탈된 우크라이나, 그루지아, 벨라루스 등의 국가 중 우선 ‘최악 독재국가’로 정평이 난 벨라루스와의 관계를 위성국 때처럼 회복시키려고 한다. 또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가스와 석유를 내 세워 그 것이 미국과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 무기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첨단제품에 필요한 광물인 희토류를 전 세계적으로 95% 이상 풍부하게 소유하고 있어 그것을 자원 무기로 이용한다.
미국이 이번에 부채상환 증액으로 디폴트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주택시장의 거래가 얼어붙어 주춤하고, 국내총생산량(GDP)이 저조하여 경제의 성장과 고용이 원활하지 못하면 더블딥 위기가 올지 모른다.
장윤전
엘리콧 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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