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앤 노블에 이어 미국서 두 번째로 큰 40년 역사의 체인 서점 보더스(사진)가 오는 8월 말로 문을 닫는다. 현재 폐점세일을 하고 있는 보더스는 이로써 전국의 400개 서점의 문을 닫고 1만1,000명의 점원이 직장을 잃게 됐다. 보더스의 종말은 컴퓨터 다운로드에 못 견뎌 얼마 전 문을 닫아버린 전국 규모의 체인 음반점 타워즈의 운명을 연상케 한다.
보더스의 폐점은 두 말할 것 없이 전자책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온통 온라인에 매달려 살면서 종이책을 안 사보기 때문이다. 요새는 신문도 잡지도 모두 컴퓨터로 보기 때문에 활자매체들은 완전히 사양길에 접어들었는데 지난 37년간 신문기자 생활을 해온 나로선 만감이 교차하는 현실이다.
나는 보더스의 폐점소식을 듣는 순간 얼마 전 가진 탐 행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는 “내 딸이 일하던 책방이 전자책 때문에 문을 닫았다”면서 “난 절대로 전자책을 안 사기로 결심했다. 난 잡지와 신문과 종이책을 살 것이다. 책에 대한 나의 방침은 사서 읽고 간직한다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나도 이에 동감이다.
나는 대학시절 보더스를 자주 드나들던 아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아들은 “점심도 굶고 1주일에 2~3일씩 보더스를 찾아 하루에 몇 시간씩 책 속의 지식으로 끼니를 때웠다”면서 “내가 보더스에서 얻은 것은 그 어느 다른 경험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라며 서운해 했다.
나는 기계를 두려워해 아직도 종이책을 읽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은 전자책인 킨들로 글들을 보고 있다. 지난달 세인트 피터스버그 영화제 참석차 비행기를 탔을 때도 동반자인 독일 친구 엘마는 킨들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은 반면 나는 종이책으로 ‘백야’를 읽었다. 나는 책장 넘기는 감촉과 종이 냄새가 좋아 아마 킨들을 결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바야흐로 하루가 무섭게 새롭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컴퓨터라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영 인간미가 없어 도무지 마음에 안 든다.
얼마 전 소니사가 마련한 프레스 정킷 차 멕시코 칸쿤에 갔다 돌아오는 공항 대기실에서 본 광경이다.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두 동양인 남녀가 서로 대화 없이 의자에 앉아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보다 가깝게 해준다는 스마트폰이 오히려 그 것을 멀게 만들어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마주보고 얘기를 나누는 대신 거의 등을 돌리다시피 하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둘의 자세를 보는 심정이 자못 씁쓸했다.
사람들은 이제 펜으로 쓰는 편지 대신 e-메일을 사용, 전국의 우체국 중 3,700개(캘리포니아는 100개)가 곧 문을 닫게 되고 우편배달이 주 3회로 줄어들 날도 머지않다는 소식이다. 얼마 안가 학생들의 공책과 연필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최근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인터넷이 사람의 기억력을 감퇴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터넷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억한 정보를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정보를 잊어버려도 인터넷에서 그것을 다시 쉽게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우리 두뇌가 타조 두뇌처럼 퇴보하는 것이나 아닐까.
요즘에는 검색엔진에 무한한 지식과 정보가 실려 있어 누구나 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박사 못지않은 지식을 빌려다 쓸 수가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나는 가능한 한 구글 정보를 적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 못하다간 순전히 구글을 베껴서 자기 글인 양 내놓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직업상 거의 매일 영화를 보는 나는 스마트폰의 공해를 자주 겪는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도 스마트폰을 쓰는 바람에 전화의 화면에서 발하는 빛이 어둠 속의 영화 관람을 방해해 아주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텍사스의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라는 극장은 영화 상영 중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내쫓는 것을 극장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영화관뿐만 아니라 음악회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다. 이는 우리가 시간과 장소를 안 가리고 얼마나 심각하게 스마트폰에 매달려 사는가를 보여주는 사실로 기계의 힘은 실로 가공할 정도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중독자가 된 것이다.
LA타임스에 의하면 유니버시티 오브 옥스포드의 링컨 칼리지 수석연구원 수전 그린필드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을 어린아이의 행동에 비유했다. 그린필드는 사람들이 수시로 트위터를 이용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나 좀 봐, 엄마가 날 보지 않고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난 존재 못해”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매사 스마트폰에 매달려 사는 풍경을 보노라면 공연히 기계가 사람의 지능을 능가, 오히려 자기를 창조한 주인을 잡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생각난다. 나도 보더스에 종종 들르곤 했었다. 꼭 책을 안사더라도 책의 숲속을 만유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보더스의 폐점이 마치 산책로 하나를 잃는 것 같아 섭섭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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