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킹 스캔들’의 파문이 언론에 대한 관심으로 비화(飛火)하고 있는 가운데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주요 언론들이 머독의 해킹 스캔들의 책임을 희석(稀釋시키기 위해 궤변을 토해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20일 영국의 여론을 독점하는 것은 머독이 아니라
라며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더 가디언> 등이 “상업적이고 이데올로기적 동기에서 움직인다고 비난하면서 스캔들 자체도 선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머독이 문제의 중심에 떠오른 폐간된 의 사주라는 입장이 오랫동안 취재의 관행이 되어온 전화도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그에 대한 책임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선정(煽情) 위주의 타블로이드 황색 미디어가 특종 보도에 혈안이 된 취재의 배경에는 광범위한 해킹뿐 아니라 사건의 정보에 밀접한 뉴스 소스의 매수(買收) 또한 관행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고 있다.
과연 소위 황색 언론도 언론인가?
머독 소유 언론사들의 모회사인 뉴스 코퍼레이션(뉴스 코프)의 ‘기업 문화’가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전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뉴스 코프는 언론사주의 권력욕을 채우고 뉴스 코프의 다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외견상 언론 자유와 공공성을 외치는 이중성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다. 특정 이슈에 대한 보도에서 정치와 경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국 언론들도 이 점에 대한 성찰(省察)이 필요하다.
물론 그의 주변의 기회주의적인 핵심 인사들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 진술하고, 또 이들 일부는 자기기만의 덫에 걸려 고의적으로 진실에 눈을 감고 있고, 따라서 이들도 범죄 조직의 일부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어디까지나 종범(從犯)이고 주범(主犯)은 사주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황색 언론 뉴스 코프 내부의 비언론적 기업 문화는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에 만연하고 있으며, 이들 황색 저널리즘의 검은 그림자는 진정한 언론의 가치를 희석시키며, 언론의 탈을 쓴 배후의 정체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민중들을 현혹시킨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해킹 피해자 중 한 명인 실종 소녀 밀리 다울러 가족의 변호사는 의 편집 책임자였던 레베카 브룩스가 사임한 뒤 “이 사건은 단지 한 사람에 대한 게 아니라 한 조직의 문화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닉슨의 도청사건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며칠 전(9일) ‘뉴스위크’에 이렇게 적고 있다.
“언론 기관의 규범과 문화는 사주나 발행인, 편집장들에 의해 위로부터 아래로 형성된다. 기자와 편집자들은 일상적으로 법을 위반하거나 경찰에게 뇌물을 주고 도청하지 않는다. 또 그들은 일반적으로 인지되고 동의된 정책의 문제가 아닌 한 폭력배처럼 굴지 않는다.”
번스타인의 정보원 중 하나인 뉴스코프의 전직 임원은 “머독은 이러한 문화를 개발해 편집실에 심었다. 그곳에서는 기사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쓰며, 타협하지 않고, 경쟁을 없애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라고.
문제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머독 부자가 영국 내 홍보를 위해 에델만사(社)를 고용했다. 그러나 에델만은 ‘위기대응’이라기보다는 사건을 부인(Denial)하는 방패의 역할을 맡았을 개연성이 높다.
뉴스 코프는 <폭스뉴스>와 머독이 소유한 신문들을 만들며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 곳을‘보통의’뉴스 조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국외자(局外者)들이 흔히 빠지는 오해의 함정(陷穽)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보수적 세계관을 가졌을 뿐 아니라 그들의 최우선 관심은 언론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있다는 점을 간과(看過)해 선 안 된다.
다시 말하면, ‘더 타임즈’와 ‘월스트릿 저널,’ 그리고 ‘Fox News’ 등은 “머독 제국의 로비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각 뉴스 미디어는 하나의 머독 함대(艦隊)의 ‘깃발’이다.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헌법 수정 제1조에서 규정한 저널리즘은 ‘공공 서비스’ ‘뉴스와 정보’를 말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머독이 소유한 가칭(假稱) ‘뉴스 미디어’는 저널리즘의 가치와 무관하다.
언론 역시 주변 환경의 변화, 문화혁명, 독자들의 전반적 신뢰도 퇴조현상, 그리고 시민단체의 개혁요구 등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그리고 언론도 시장(市場)의 경제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비즈니스인 이상 이 같은 주변의 요구와 추세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원칙이다. 이 원칙은 책임 있는 언론은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절대적 가치를 지향하는 한 언론은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과 공정성은 자유사회가 요구하는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