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데 노래만큼 좋은 게 없을 성 싶다. 필자는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소위 말하는 386세대다. 70-80년대에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MBC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는 당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낭만과 열정을 의미했다. 그래서 1977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샌드 페블즈(Sand Pebbles)의 ‘나 어떡해’와 휘버스(Fevers)의 ‘그대로 그렇게’, 건아들의 ‘젊은 미소’ 등과 같은 노래는 지금 중년이 된 386세대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으로 남아있다.
요즘 필자는 장미화씨가 최근 발표한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건아들의 멤버였던 송광수씨가 작곡한 노래라서 그런지 80년대 그룹사운드 특유의 음색이 좋고 노래가사도 지난 젊은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1절) 그땐 나의 최선이었다/ 이대로 후회를 말자/ 곧 죽어도 내일은 내일이야기/ 서둘러 걱정을 말자/ 마음이 가는대로 몸을 맡긴 채/ 내 인생 내 뜻대로 살아도 봤다/ 먼 훗날 또 어떻게 말할까/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꼭 잡고 싶었던 그날의 기쁨도 모두가 흘러가지 2절) 사랑했다 이별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애를 쓰고 우겨 봐도 연이 아닌 걸/ 아니면 할 수 있나/ 마음이 가는대로 몸을 맡긴 채/ 내 인생 내 뜻대로 살아도 봤다/ 먼 훗날 또 어떻게 말할까/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죽을 것 같았던 그날의 슬픔도 모두가 흘러가지/
며칠 전 필자는 KBS 별관 옆 한 카페에서 가수 장미화씨를 만났다. 마침 작사가 박정란씨도 함께 나와 있어 가사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미화씨는 1965년 ‘KBS 가수발굴 노래자랑 탑싱어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가수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안녕하세요’ ‘봄이 오면(Hello-A)’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이다. 하지만 이혼과 함께 사업실패로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한다. 인생의 종점이라 생각했던 절망 속에서 그는 자신보다 어려운 4명의 소년소녀가장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후 근 10년 동안 이들을 보살펴 주면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배웠다고 한다.
현재 장미화씨는 사회공익비영리단체인 ‘장미화의 아름다운 손길’ 대표로 있으면서 사회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장미화씨는 소년소녀가장 돕기 디너쇼와 알뜰 바자회 등을 통한 수익금으로 주위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 있는데 특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는 지자체와 연계해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들을 위한 무료공연을 하는 등 ‘한국의 대표적인 선행가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죽는 날까지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싶다’고 말하는 장미화씨의 모습에서 성숙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한참 후 작사가 박정란씨에게도 이 곡을 창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의 책 ‘느리게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을 읽고 난 이후라고 했다.
한국의 독자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젤린스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근심의 유형에 대해 언급한 캐나다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젤린스키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또 22%는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는 사소한 것들 그리고 4%는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젤린스키는 마지막 남은 4%만이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 즉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젤린스키가 한 말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의 96%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4%의 일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쓸데없긴 마찬가지인데, 이유인 즉 노력 여하에 따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어찌할 수 없으니 쓸데없는 것이고 또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우리의 노력과 실행여부에 따라 그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쓸데없는 일인 셈이다.
이 책에서 젤린스키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말고 심지어 어머니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도 더 당신 자신을 사랑해야한다’고 언급하면서 ‘언제나 삶을 당신 자신과 연애하듯 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외대 교수/UC버클리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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