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건강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들이 많은 가운데 청국장은 그 효과가 탁월한 대표적인 자연 발효음식이다. 선조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든 청국장은 우리 한국인의 건강을 보완해 주기에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진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게 마련인 발효식품류 중 가장 짧은 기간 내에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으로 일반 농촌에서 쉽게 만들어 먹었던 식품이다. 풍미가 특별하고 영양가가 높으며 소화 흡수가 쉽게 되어 콩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청국장은 짜지 않고 발효된 콩의 완벽한 맛을 내는 우리 전통음식이다.
영양 높고 소화 잘되는 단백질 섭취
항암 효과에 노화·비만 방지
유방암 억제 등 효능 잇달아 규명
역사 속의 청국장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시’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폐백품목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신라 제30대 왕인 문무왕 때 ‘염시’라 부르며 삶은 콩에 콩 누룩을 섞어 소금물에 담갔다가 발효시켜 말려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조선 숙종 1715년에는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 ‘전국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1766년 영조 때의 산림경제에 콩을 잘 씻어 삶은 후 볏짚에 싸서 따뜻한 방에 사흘간 두면 실이 난다고 청국장 만드는 법을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먹어온 전통적인 먹거리가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외면을 받아오다 그 건강적 효능이 많이 밝혀지면서 다시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아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분을 분해하고 흡수를 도와주는 조절 영양소가 풍부하여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비만을 예방하고 노폐물의 배출도 도와준다. 항암물질이 풍부한데, 특히 단백질 분해요소인 바실루스는 혈전을 용해하는 성질이 있어 중풍을 예방하기도 한다.
소화 촉진, 숙취 해소, 항암효과, 노화방지, 비만 방지, 노졸중의 예방과 치료 등의 수많은 연구결과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한국 호서대 자연과학부의 김한복 교수팀이 청국장 성분이 체내 염증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켜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그간 콩의 이소플라본 성분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일부 서양학자의 연구결과 때문에 청국장의 유방암 예방 효과에 논란이 있었던 사안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계기도 되어 국제학술지인 ‘영양과 암’ 5월호에 실려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청국장을 매일 먹고 싶은 욕심에 LA의 청국장 전도사 역을 자처하는 ‘올림픽 청국장’의 한경자 대표를 찾아 전통 청국장 만들기를 배웠다.
한씨는 1992년 ‘올림픽 청국장’을 오픈한 이래 지난 19년간 매일 콩을 삶아 직접 청국장을 띄워내고 있다는데, 손님들 중 청국장 만드는 법을 자세히 묻는 이가 많아 직접 과정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놓았을 정도다. 식당의 비법을 비밀로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귀한 우리 전통음식이 미국에서도 영원히 맥을 이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든지 찾아와 물으면 자세히 알려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한씨는 청국장은 정말 훌륭한 음식 유산이라며 요즘은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맛있다고 난리란다. 지난 1월에는 청국장에 푸욱 빠진 엘에이 위클리(LA Weekly)의 음식 평론기자 조나단 골드에 의해 소개되기도 했다. 콩 삶기와 발효시키기가 전부이지만 그 과정마다 특별한 지혜와 노하우가 필요하기에 자세한 설명과 함께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보았다.
■ ‘올림픽 청국장’ 한경자 대표의 만들기 비법
삶은 콩을 시루에 부어 볏짚을 꽂아준다.
발효되어 가는 과정.
나무 방망이로 찧어준다.
콩 4시간 삶아 3박4일간 발효 ‘고향의 맛’
##청국장 만들기
▶재료- 미국산 메주콩, 물, 한국산 볏짚
1. 메주콩을 깨끗이 씻어서 물과 함께 바로 압력솥에 넣어 삶는다.
설명: 식당용 대형 압력솥이 있어 그에 맞도록 하루 15파운드의 콩을 삶는다. 콩은 미국산 소이빈의 품질이 중국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콩을 씻어 솥에 담고 물은 솥의 90% 정도 차오르도록 부어준다.
2. 불을 올려 콩을 4시간 정도 삶아낸다.
설명: 센 불에 올려 2시간을 삶아주고, 불을 제일 낮게 줄여 뜸들이듯 2시간을 둔다. 물은 완전히 콩에 흡수되고, 다 삶아진 콩을 한 줌 쥐어 먹어 보았을 때 부드럽게 씹히면서 달고 맛있어야 한다. 콩 자체의 품질이 떨어지면 이때 먹어보면 맛이 좋지 않다. 한씨는 청국장 성공의 첫걸음이 콩 잘 삶기라고 하는데 콩이 완벽하게 삶아지지 않으면 발효가 되지 않아 실패하게 된다고 말한다.
3. 시루에 삶은 콩을 쏟아붓고 한국산 볏짚을 중간 중간에 꽂아주고, 공기가 통하는 강목천을 덮어준 후, 시루를 이불로 둘러싸서 40~45도 정도의 따뜻한 곳에 둔다.
설명: 청국장이 발효되는 것은 공기와 볏짚에 있는 균이 번식하여 발효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한국산 볏짚을 꽂아주어 균을 침투시키는 방법인데, 콩이 완전히 삶아지지 않으면 이 과정에서 균이 고루 침투하지 못해 실패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4. 하루가 지나면 콩이 흰색으로 뒤덮이고 이 때 살살 섞어보면 끈끈한 점질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온도를 약간 낮춰주고, 시루를 덮은 보자기 한쪽을 거두어 놓은 뒤 총 3박4일 둔다.
설명: 이제 콩에 곰팡이 설 듯 흰색의 얇은 막이 형성되고 냄새도 나기 시작하는데, 이는 콩에 고초균이 번지면서 발효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발효에 실패하면 콩은 그대로 있고, 찬 물이 생겨 올라오는데, 이렇게 되면 콩을 버려야 한다. 끈끈한 실이 생기기 시작하면 더 이상 실패할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냄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불로 덮어둔 옛날 방식은 발효 때 발생되는 냄새가 그대로 콩에 머물러 있어 냄새를 더욱 심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한씨는 공기가 통하여 숨 쉬는 광목 천을 덮어 냄새가 어느 정도 빠져나가도록 하고, 발효가 진행된 다음부터는 광목 천도 한쪽으로 접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둔다. 이 방법은 냄새를 줄여보려는 많은 고민 끝에 식품공학박사인 조카에게 의뢰하여 알아낸 방법으로, 이미 발효가 시작된 시점에서는 천을 열어두어도 안전하게 발효과정을 지켜줄 수 있으며 환기를 도와주어 냄새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똑똑한 방법이다. 실제로 완성된 청국장은 신기하리만치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다.
5. 청국장의 발효가 완료되면 절구에 넣고 소금을 약간 더하여 으깨질 정도로 나무 방망이로 찧는다.
설명: 3박4일이 지나 수저로 떠 보면 더 이상 끈끈한 실이 생기지 않는데, 이는 콩 스스로영양 성분이 풍부한 발효과정이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한다. 몸에 이로운 성분들을 가득 품은 채 ‘다 되었으니 잡수시오’라며 알려주는 것이라며 한씨는 “청국장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그 과학적이며 똑똑함에 매번 새롭게 놀란다”고 청국장 예찬론을 펼친다. 이제 먹기 좋도록 절구에 넣어 나무 방망이로 찧어준다. 찧을 때 소금을 조금 첨가하여도 된다.
6. 냉장 보관하고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한 생청국장을 맛을 보았더니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일품이었다. 일반 제품처럼 짠맛만 두드러진 것이 아닌 발효된 콩의 쿰쿰함과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순수한 맛을 냈다.
올림픽 청국장의 한경자 대표가 손님들을 위해 만든 청국장 레서피 북.
마지막에 넣어 한번만 끓여야 영양 파괴 막아
##청국장 끓이기
이제는 청국장을 맛있게 끓여낼 차례, 멸치와 채소 우려낸 육수에 김치로 맛을 냈다. 청국장은 마지막에 넣어 한번 끓어오르면 불에서 내려야 영양성분을 파괴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재료: 육수(멸치, 다시마, 양파, 무), 버섯, 호박, 양파, 김치, 두부, 파, 청국장
1. 멸치, 다시마, 양파, 무를 푹 고아내 진한 육수를 만들어 둔다.
2. 뚝배기에 작게 썬 버섯, 호박, 양파, 김치, 두부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낸다.
3. 여기에 청국장을 풀어 한 번만 끓어오르면 불에서 내린다.
<글 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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