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여자들이 한동안 남자들의 영역이던 군에 두드러지게 많이 입대해 우리의 시선을 집중 시킨다. 어쩐지 여군이라고 하자니 그들을 비하하는 것 같기도 해서 여자 군인이라고 하는 게 격에 어울린다.
얼마 전 동료의 소개로 동포 가정법 여변호사를 소개 받았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CPA로 오래 일을 하다가 늦게 변호사가 됐다고 한다. 이유는 묻지 않았는데 어려운 결정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학부 이야기를 하니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공군 사병으로 4년간 복무한 다음 주립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아마 GI Bill로 학교를 다녔는가보다. 자세히 말은 하지 않지만 법과대학도 그렇게 마쳤을 것이다. 정부가 군인들에게 주는 혜택을 적절하게 받은 본보기다.
그런가하면 한국에서 가발공장에 다니다가 본인의 말대로 식모로 취직되어 미국에 온 서진규 박사이야기도 생각난다.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아 26살에 육군사병으로 입대 한 다음 근무성적이 탁월하여 보병학교 수료와 함께 장교로 임관했다. 그리 쉽지 않은 소령까지 진급하여 근무하다가 예편했다. 군 복무 후에 어려운 하버드대학에서 박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라는 책을 한글로 출판하기도 했다. 참 가슴 뿌듯한 이야기다. 역경을 거치지 않고 자란 사람에게는 잘 모를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아마 이런 일들은 기회의 나라 미국이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남자들도 피해 가려는 군대에 입대하여 여러 해 복무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주위가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군 생활하는 여자 군인도 적지 않다. 미국이 테러리스트한테 피해를 입은 후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여자군인들도 남자군인과 함께 파송되고 있다. 미군 방침이 여자는 전투지에 보내지 않지만 뚜렷한 전쟁지역이 없어서 때로 적과 대치하는 경우가 많다. 근래 통계에 의하면 여군이 전체 병력에 15%, 예비역에 18%를 차지하는 등 무시 할 수 없는 숫자다. 지금까지 여군 140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이군인이 772명이라고 하니 참 놀랍다. 알기로는 여자라고 해서 봐 주는 것도 없이 혹독한 훈련을 남자들과 함께 받게 한다. 아마 유격전등 특수 훈련도 받는가 보다. 오래전에 영화배우 데미 무어가 힘들기로 정평이 난 “네이비 실스” 훈련을 마치는 영화를 본 기억도 난다.
우리가 한국에서 알고 있던 여군 하면 간호장교쯤으로 알던 시기는 지나갔는가 보다. 더구나 미군에서는 여자 전투군 지휘관이 있는가 하면 이번 NATO군의 리비아 군 기지 폭격을 지휘한 사령관이 미국 여장성 이 이었다. 이렇게 해서 실지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들이 국가 위기에 지원하여 나라를 구한 경우는 허다하다. 용맹한 여자 전사를 따지자면 남미의 전설적인 “아마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남북 전쟁 때 여자들이 남자군인 복장을 하고 적군과 싸운 경우도 허다했다. 가깝게는 여자도 군에 징집하는 이스라엘을 들 수 있다. 이를 본 따 한동안 여성 인권 운동이 심할 때 미국에서 여성도 징집해야 된다는 여론이 비등 했다.
기록에 의하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3일 만에 서울을 적군에 내 주고 계속 남쪽으로 밀리고 있을 때였다. 9월 초에 육군 여자 의용군이 창설되어 국방의 일익을 담당 했는가 하면 해병대는 그보다 일주일 먼저 제주도에서 여자 해병을 모집하여 인천 상륙작전에 투입된 남자 해병의 후방임무를 담당하게 했다. 약 100여명이 장교로, 하사관으로, 병으로 근무했다. 이렇게 여자들이 국방의무에 혼신을 다한 경우가 여러 번 있다. 군에서 복무하는 여자군인은 이제 남자에게만 허용되던 특수 병과도 함께 공유한다. 그리고 이런 군 조직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발판을 마련한 이들의 대견스러운 모습도 본다. 그러고 보면 군 복무 기간이 누가 이야기 한 것처럼 썩는 생활만은 아닌가 보다. 메모리얼 데이와 제헌절을 보내며 미국에서나 한국전쟁에서 희생을 감수한 여자군인들을 다시 생각케 하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경영학 박사/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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