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에 있는 캠프 캐럴에서 근무하던 한 퇴역군인이 애리조나 지방 TV에서 가진 양심선언(?)에서 고엽제를 비밀리에 파묻었다는 기사가 방영되고 난 후, 한국의 모든 언론은 이와 관련된 기사들로 연일 대서특필 되고 있다. 그런데 나의 관심은 이것을 기화로 해서 친북 세력이랄까 종북 좌파라 할까 하는 단체들에게 빌미를 주어, 또 이것이 광우병 폭풍처럼, 서울 거리를 마비시키는 촛불 시위까지 될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 질 때마다 나는 한국계 미국 시민으로서 매우 당혹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분들이나 또는 반미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 나의 아래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생각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962년에 나는 대학 3학년이었다. 2년 선배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서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군대 간 친구가 휴가 오면 대포집에서 떠들어 댔고, 또 학교 캠퍼스 풀밭에서는 복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때에 화제의 으뜸은 휴전선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서로들 몰래 적진을 잠입해서 죽였느니, 적의 목을 따 왔느니 하는 무용담이었고, 휴전선 초소에서의 여러 에피소드, 시야를 넓게 하려고 나무를 베고, 제초를 하는 고생 같은 것이 중심 화제였다.
그리고 1968년 1월 김신조 청와대 피습 때쯤에서 비무장 지대에 제초 작업이 정점을 이루었다. 그러니 월남전에서 쓰였던 고엽제를 한국을 마치 쓰레기 처리장으로 생각해서 보낸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필요해서 들여온 것이라 나는 믿는다.
더구나 미군의 월남 철수는 1971년이다. 다음 이곳저곳 자료를 들쳐보니 미국 군 당국이 고엽제가 인체에 해로우니 파기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 주한 미군들이 고엽제들을 묻었다는 1968년이다. 하지만 미군 당국도 그 당시는 오늘 날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성은 느끼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월남전에 참전한 미군들도 고엽제 희생자가 많이 발생된 것 같다. 그러니 주한 미군이 그 당시에서는 그저 땅속 깊이 묻으면 되겠지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시대 상황에서 한국은 목숨을 담보로 월남전 참전, 월남에 노동 인력을 진출시켜 먹고 사는 것이 절실했던 시절이다.‘나도 노예처럼 더 이상 못 살겠다’ 하며 청계천 다락방에서 봉제공으로 일하던 전태일군이 분신자살한 것이 1970년이고, 제 일차 석유 파동 이후 불기 시작한 중동 건설 붐으로 우리가 보릿고개를 해결한 것도 1970년대이다. 그러니 1968년 매몰 당시에는 고엽제에 대해서 무지를 따지기 전에, 그러한 이슈는 ‘무슨 배 부른 이야기’이냐고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먹고 살만하고 복지를 생각할 수 있는 1999년에 이르러서야 ‘월남참전 고엽제 희생자’를 위한 법이 제정이 되고 월 25만원씩의 보조금이 지불 되고 있는 것이 이것이 자연스러운 시대 상황의 순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미 당국을 좀 옹호하는 시각에서 본다면, 아마도 그들도 땅에 묻은 고엽제이던 독성 화학제이던 그 심각성을 그 이후 차차 느끼기 시작 했을 것이다. 그러나 1979년부터 시작된 광주 민주화, 부산 문화 공보원 방화 사건부터 시작된 반미 감정으로부터 장갑차 교통 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반미로 치닫고,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없이, 그저 단순한 교통 사고에 미군 장성이 장례에 가서 절을 해야 하는 풍토에서, 어쩔 수 없이 쉬쉬하며 자체적으로 매몰 물질 정화하던지, 토양을 파서 옮겨 간다드니 하면서 해결에 애를 쓴 것 같다. 그 결과였을까. 아직까지 월남 파병군의 고엽제 보상, 치료는 있으나 한국에서 근무한 미군이나 한국군에 대한 이슈는 없는 것 같다. 이제 이 이슈는 모든 것을 숨길수도 없다. 또 미군 당국도 문제 해결에 힘 써야 하고 또 그리 할 것으로 나는 믿는다.
다만 나는 이 상황을 제초제 그 독성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된 것이고, 고의성은 없었고, 한국 국민을 없신 여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제발 이것이 반미 촛불 데모 같은 사태로 가지는 말아야겠고, 또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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