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 눈을 뜨니 옆에서 마누라가 “아! 우리는 들림을 못 받았구나!” 한다. “왜? 남보다 하루 먼저 갈려고 급행 표를 샀나?”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오늘이 아닌가?”하고 되묻는다. 직장 생활로 바빠 종말이 온다고 해도, 직장 일에 먼저 몰두해야하는 마누라가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오후 여섯시가 가까워 오면, 둘 중 하나만 올라가면 안 되니까 오랜만에 우리 꼭 껴안고 있자고 제안을 했다. 참고로 이글은 그들이 말한 종말 시각 전에 쓴다.
신문에 2011년 5월 21일에 종말의 심판이 온다는 전면 광고가 났다. 이웃의 사진 찍는다는 분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날이 되면, 카메라를 꼭 준비해서 한시도 소홀히 하지 말고 기회를 포착하라고 했다. 만약 자신이 들림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면, 공중에서 지상에 남아있는 사람들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천국 신문에 날 테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못 올라가면 올라가는 사람들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명작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오래 전, 기독 방송인 KFAX에서 나오는 어느 강사의 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강의의 말미에 가서 “내일은 그리스도가 언제 재림하는지 알려드리려고 하니 꼭 다시 청취하기 바란다 (Stay tuned)”는 말을 했다. 관심이 있어 그 다음날 그 시각에 다시 라디오를 켰다. 강사가 말하기를, “그리스도는 내일 오신다. 만약 내일이 아니면 다른 내일 오신다. (If not tomorrow, then another tomorrow)”고 말했다. 강의의 초점은 오시기는 하지만, 언제 오신다는 것은 크리스천 삶에 중심사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성경의 베드로 후서 3:10의 “그러나 주의 날이 도적같이 오리니 그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라는 말씀처럼 도적이 오는 날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날을 컴퓨터로라도 알아낼 수만 있다면…
기독교의 5대 기본 교리는 (1)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심 (성육신), (2) 인간들의 창조주에 대한 불손종의 죄를 대신 속하고자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 (3) 장사한지 사흘 만에 부활하심, (4) 승천하심, 그리고 (5) 재림하실 것임이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떼어서 생각한다면 교리가 왜곡될 수 있다. 좁은 소견을 말하자면, 재림의 날은 일요일이라고 생각한다. 부활이 일요일 일어났으며, 그로부터 오십일 후인 일요일 성령이 강림했다. 일요일 없이 교회를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일요일은 그리스도와 크리스천들에게 일주일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억지를 부리자면, 아기 예수 탄생날도 일요일이 아닌가 싶다.
‘휴거(携擧)’라는 말은 성경에 직접적으로 없는 말인데, 원어 Harpazo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영어로는 rapture라고하며, 한문으로는 끌 휴(携) 들어올릴 거(擧)로 쓴다. 약 30년 전, 휴거에 관한 영화가 (Raptured) 기독 단체에 의해 16mm 필름으로 제작되었고, 이 지역 한인교회 사회에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 영화 제작사가 주 고객이 한인들임을 알게 된 후 요즘은 한국어로 더빙한 (dubbing) DVD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 후 또 다른 영화 ‘남겨진 사람들(Left Behind)”이 2000년 빅 사린(Vic Sarin) 감독으로 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홍의봉 선교사 감독의 ‘휴거’라는 영화가 1990년 제작되기도 했다. 홍 선교사는 작년 아이티의 지진을 계기로 미국에서의 초강지진을 예고하며 심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전에 우리는 일본의 센다이 지역 지진 및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경험하고 있다.
오클랜드에 본부를 둔 종말론 단체 패밀리 라디오가 과학과 수학 및 신학을 합쳐 밝혀냈다는 이 심판의 날은, 한국 다미 선교회가 그토록 주장하며 신도들을 열광에 빠지게 했던 것처럼 또 다른 부류의 불쌍한 피해자들만 탄생하게 되는 날로 각인되어질 것이다. 다미선교회 시한부 종말론 사건은 이장림 목사 등의 시한부 종말론자들이 1992년 10월 28일 자정에 세계가 종말하면서 휴거, 즉 예수가 세상에 왔을 때 신도들이 하늘로 들림 받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종말론을 주장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기사건이다. 막상 그날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하늘로 들림 받을 것이라며 다 팔아 처분해 바친 재산은 그의 침대 매트리스 밑에 ‘달러’로 바뀌어 고스란히 숨겨져 있었다. 겉으로 그리스도를 내세워 돈을 숭배하는 목사의 종말도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17세기 네덜랜드 철학자 스피노자(Benedict de Spinoza)는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그리스도의 재림 날은 알 수가 없으니, 매일 잠자리에 들 때 “오늘 나의 마음과 생각과 행동이 하나님께 영광 돌렸는가?” 자문하며 사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종말이라던 그들은 지난 토요일 다 떠났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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