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하면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 1402년에 완성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 카렐교, 보헤미아 지방에서 생산되는 크리스털 제품 등이 떠오른다. 물론 체코 맥주도 빠뜨릴 수 없는 체코인의 자부심이다. 보통 맥주 하면 독일과 벨기에와 같은 국가들이 생각나지만 체코도 이들 국가 못지않게 맥주의 역사와 전통이 아주 오래된 맥주 강국이다.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는 미국 중국 독일 등을 언급할 수 있지만 1인당 맥주 소비량만 놓고 따져보면 체코가 단연 세계 1위이다. 실제로, 2009년 체코인들이 소비한 전체 알코올 중 80%가 맥주였다. 뿐만 아니라 체코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161.4리터이고 매일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전체 인구의 약 16%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체코인들의 맥주사랑은 체코문화의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체코 사람들은 맥주를 ‘흐르는 빵’이라고 부르며 일상생활에서도 ‘저녁을 마신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중세 양조장을 개조하여 세계 최초로 맥주박물관을 개관한 나라, 세계 최초로 라거(Larger) 맥주 즉 플젠 맥주(Plzenské Pivo)를 생산한 나라, 일개 맥주공장의 종업원이 일국의 대통령이 된 나라! 이 모두가 체코와 관련된 말이다.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바츨라프 하벨(Václav Havel)은 1968년 소련군이 체코를 침공하자 농촌지역에서 은둔하면서 맥주양조장 직원으로 일했다. 체코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그는 90년대에 호프집에서 정치를 논의했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사회 각계 인사들을 프라하 시내의 호프집으로 초대해 체코의 현안문제들을 논의했다. 실제로 하벨 대통령은 2005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 때에도 프라하 시내에 있는 레두타(Reduta)라는 재즈클럽으로 그를 초대했는데, 현재 이곳은 클린턴 대통령이 색소폰을 연주한 곳으로 유명해졌다.
‘황제의 맥주’로 자칭하는 체코의 크루쇼비체(Krušovice) 맥주는 16세기 초 왕실에서 즐겨 마셨던 알코올 도수 최대 3.8%의 순한 흑맥주이고, 라데가스트(Radegast) 맥주는 3년 연속 ‘올해의 체코 맥주’로 선정되었다. 또한 흑맥주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젤(Kozel)은 1995년, 1996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세계 맥주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체코맥주는 필즈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다. 체코맥주의 수도라 불리는 플젠[Plzĕn, 미국 식 표현 필젠(Pilsen)] 지역에서 1842년에 탄생하여 내년에 탄생 170주년을 맞는 전 세계 라거맥주의 원조인 필즈너 우르켈은 플젠에서 만든 오리지널 필즈너 맥주란 뜻인데, 이 맥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황금빛 맥주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우리나라 맥주도 바로 이 라거맥주이다. 이처럼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체코는 황금빛을 내는 소위 필즈너(Pilsner 혹은 Pils)라 불리는 플젠 맥주를 생산하면서 ‘맥주의 천국’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체코가 전 세계 맥주시장에서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새로운 발효법을 개발하면서부터이다. 전통적으로 체코는 고온발효법을 통해 맥주를 생산했지만 19세기 중반 저온발효법이 개발되면서 기존의 맥주 생산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고온발효법은 발효 후 효모가 표면에 떠오를 때까지 20-25도의 온도로 5-6일간 숙성시키는데 반해 저온발효법은 발효 후 효모가 바닥에 가라앉을 때까지 약 15도의 온도에서 약 3개월 동안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체코의 필즈너 우르켈 맥주는 저온발효법으로 생산된 세계 최초의 맥주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버드와이저(Budweiser) 맥주를 미국상표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체코의 부드바르(Budvar) 맥주가 그 원조이다. 부드바르 맥주는 체코의 부제요비체(Budějovce)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의미하는데, 지난 100년 동안 미국의 앤호이저 부시(Anheuser Busch)社가 체코 부드바르의 독일식 명칭인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을 자사의 맥주이름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1970년대 체코정부는 상표권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1997년 부드바르가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해 현재 앤호이저 부시社는 ‘버드(Bud)’라는 이름으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두 회사 간의 상표권 분쟁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외대 교수/UC버클리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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