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요리는 한국에서도 널리 보급되어 있는 음식이다. 세계가 좁아지면서 미국에서도 대중화되게 되어 우리의 일상 음식의 하나가 되었다. 웬만한 도시에는 일본요리점이 없는 곳이 거의 없게 되었고, 외식을 하게 되도 일본요리점을 찾는 횟수가 늘게 되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LA를 중심으로 보급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LA에서 새로 생긴 일식요리 품목이 도리어 일본으로 역 수출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일본요리를 본바닥인 일본에서는 “화풍요리” 또는 “화식”이라고도 한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을 “야마도”라고도 부른다. 야마도를 한문으로는 “大和”라고 쓴다. 그 대화의 “화”자를 따서 화풍요리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때는 일본요리를 “화식”이라고 하였다. 중화요리를 “청요리”라고 하던 시대의 이야기다.
미국의 일본요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일본요리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어느 정도 현지화 된 것이 많다. 그리고 먹는 식도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컴비네이션 플레이트”라던가 스시의 “캘리포니아 롤”등은 일본에는 없는 음식 이다.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놓고 스시나 생선회에 찍어 먹지만 그러한 식도 일본에는 없는 식이다.
일본식사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정찬이 있고 나머지는 전부 일품요리로 분류 된다. 첫 번째 정찬 요리는 “혼젠 료리”(本膳料理)라고 한다. 한국의 반상(飯床)에 해당 된다. 두 번째 것은 “혼젠료리”를 다소 간소화 한 것인데, “가이세끼 료리”(懷石料理) 라고 한다. 한국의 “주안상”(酒案床)과 유사한 상이다. 세 번째 것은 연회상인데 “엥 가이세끼 료리” (宴會席料理) 라고 한다. 한국의 “교자상”(交子床)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네 번째 종류가 스시라던가 스끼야끼, 돈부리등 여러 가지 일품 요리다.
“혼젠료리”의 한문자를 우리 발음으로 하면 “본선요리”가 되고 “가이세끼”는 “회석”, “엥가이세끼”는 “연회석”이 된다.
본선요리의 기초는 “일 즙 삼채”이다. 일본말로는 “잇쥬 산 사이”이다. “즙”이란 “국”이라는 뜻이고 “채”란 야채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반찬이라는 뜻이다. 일즙 삼채의 상에는 밥과 국 한가지와 반찬 세 가지가 곁들어 진다. 국은 보통 된장국이다. 일본말로는 “미소시루”라고 한다. 미소란 된장이라는 뜻이고 시루란 “즙”이라는 한문을 일본 구어(口語) 발음으로 한 말이다.
1즙 5채, 2즙 5채, 3즙 7채 등 여러 가지 배선 방법이 있다. 그리고 한식과 같이 음식을 상에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아니고 양식의 코스 모양 음식별로 순서를 정해서 상에 올린다. 먼저 올린 음식을 먹고 나면 다음 것을 올리는 식이다. 요새는 대부분의 음식을 동시에 올리는 경향이 있다.
일본 사람들은 홀수를 좋아 한다. 그래서 반찬 수를 반드시 홀수로 하는 경향이 있고 단무지이나 사시미등 편으로 잘라서 개수로 접시에 올리는 음식도 짝수는 피한다. 하나를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3개 아니면 5개 또는 7개를 놓는다.
한국에서는 “배선”을 “상배”라고 하고 반찬을 “첩”이라고 하고, 3가지 반찬을 올리는 상을 “3첩 반상”, 5가지 반찬 상을 “5첩 반상”이라고 한다. 반찬수로 상의 성격을 이야기 하는 점에서 일본식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국을 “탕”이라고 하고 “찌개”나 “찜” 종류를 “조치로”라고 하는데, 반찬을 셀 때 탕과 김치, 그리고 조치류는 어떤 상에나 오르게 되어 있는 기본적인 것이니 만치 반찬 수에 넣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한국에서는 밥그릇을 “반기”라고 하고 남자 밥그릇은 “주발”, 여자 밥그릇은 “바리”라고 한다. 그리고 국그릇을 “탕기”라고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모두 “완”(椀) 자를 쓴다. “바리 완”이라는 자이다. 밥그릇은 “반완”(飯椀), 국그릇은 “즙완”(汁椀)이라고 한다. 우리 구어로 “공기”라는 것이다.
회석 요리도 차리는 방법과 올리는 예법은 본선 요리와 비슷하다. 본선요리보다 약간 간소화된 것이다. 양 보다는 질을 더 중요시하는 요리이고 간소하고 정성이 눈에 보여야 하는 요리이기도 하다. 집에서 손님을 초대할 때 많이 차리는 식사이다. 주안상은 아니지만 술을 염두에 둔 상 차림이다.
회석요리의 기본도 역시 1즙 3채이다. 국 하나와 “무꼬오 즈께”(向付)라는 미각을 돋우는 “생선회” 또는 야채의 “식초 절임” 같은 산뜻한 반찬과 산뜻한 냄비 요리인 “니 모노”와, 생선 구이 같은 구이 요리 한가지 이다. 구이 요리는 “야끼 모노”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 순서인 음주 절차를 위해서 “사시 아라이”(箸洗) 라는 마실 것과”핫승”(八寸)이라는 얕은 나무그릇에 담은 나물 약간과 생선회 등 산뜻한 반찬 한 가지를 곁들인다. “사시 아라이”라는 말은 젓가락을 씻는다는 뜻이다. 약간 간을 한 따뜻한 온수에 잘게 썬 두부나 유부 같은 것을 두서너 점 띄운 것이다. 술안주를 집기 위해서 지금까지 밥을 먹던 젓가락을 씻는다는 뜻이다. 젓가락을 “사시아라이” 그릇에 담가서 약간 휘젓고 난 다음에 그 즙을 마신다.
이것으로써 일단 격식은 갖춘 셈이 되지만 주인의 정성의 표시로 한 두 가지 더 내놓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여분으로 내놓는 접시를 “시이자까나”(强肴-강효) 또는 “아즈께바찌”(豫鉢-예발)라고 한다. “시이자까나”의 “시이”를 한문으로는 “강할 강” 자이고 “자까나”는 “안주 효자” 이다. “아즈께바찌”의 한문자 의미는 맡기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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