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표정인 얼굴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웃을 때일 것이다. 아기의 방실방실 웃는 모습과 여인의 수줍은 웃음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다. 미소는 이 처럼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일소일소 일노일노’와 ‘소문 만복래’라는 말도 있듯이 건강에도 좋고 또 복도 가져다준다.
그런데 얼굴이 없다면 미소는 어디서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낼 것인가. 화상으로 얼굴이 완전히 망가진 달라스 윈스(25)가 위험을 무릅쓰고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얼굴 전면 이식수술을 받은 가장 큰 이유도 다시 웃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네 살 난 딸 스칼렛의 키스를 느끼고 싶었다.
지난 9일 보스턴에서는 미 최초로 얼굴 이식수술을 받은 윈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지난 2008년 11월 교회를 페인트 하다가 전선을 건드려 중화상을 입고 얼굴이 완전히 망가지고 시력까지 잃었다.
윈스는 지난 3월 보스턴의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의 의료진에 의해 15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익명의 기부자의 코와 입술과 피부 그리고 근육 및 신경 등을 이식 받았다. 그러나 시력은 회복할 수가 없었다. 의료진은 수술이 기대보다 더 잘 됐다고 밝혔다.
수술비는 미군이 부담했는데 군은 이번 수술과정에서 얻은 의료 정보와 기술을 전쟁에서 얼굴에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위해 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윈스는 기자회견에서 “다시 냄새를 맡고 코로 숨 쉬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었다”면서 “제일 먼저 냄새 맡은 것이 병원 음식인 라자냐였는데 여러분은 믿을 수 없겠지만 냄새가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윈스의 다음 회복 절차는 앞으로 6~9개월 내 얼굴에 가벼운 감촉을 느끼는 것.
윈스는 회견 말미에 “나는 지금 비록 지상의 경이로운 손 안에 있긴 하지만 또한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고 말했다. 강한 믿음의 소유자다.
나는 LA타임스에 난 윈스의 기사를 읽으면서 얼굴에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젊은 여인 크리스티안이 생각났다. 크리스티안은 프랑스의 공포영화 감독 조르지 프랑쥐의 1959년 작인 시적 공포영화 ‘얼굴 없는 눈’(Eyes without a Face·사진)의 주인공이다.
크리스티안(에디트 스코브)은 파리 교외의 성형외과의 제네시에르(피에르 브라쇠르)의 외동딸로 아버지가 몰던 차의 사고로 얼굴 전체가 완전히 망가져 데스마스크 같은 하얀 가면을 쓰고 집안에서 두문불출하며 산다.
죄의식에 시달리는 제네시에르는 딸의 얼굴을 회복해 주는데 광적으로 매달리면서 연쇄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자신의 충실한 여조수 루이즈(알리다 발리-‘제3의 사나이’)를 시켜 크리스티안 또래의 젊은 여인들을 납치한다.
그리고 수술 칼로 여자들의 얼굴 피부를 따내(이 장면이 충격적으로 공포감을 일으키는데 사람의 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고 무섭게 만든다) 딸에게 이식수술을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던 딸의 얼굴이 얼마 후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수술은 매번 실패한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드는 가운데 크리스티안은 자기 때문에 젊은 여인들이 살해당하는 것에 절망하고 좌절하다가 마침내 비극적 수단을 통해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크리스티안이 감옥 같던(집안의 모든 거울에는 검은 천을 뒤집어 씌웠다) 집에서 뛰쳐나와 가면을 벗어던지고 밤길을 물 흐르듯 걸어가는 주위로 흰 비둘기들이 비상하는 마지막 장면은 한 편의 시처럼 환상적이다.
‘얼굴 없는 눈’은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가득한 흑백 영상미가 뛰어난 서정적 공포영화다. 프랑켄스타인과 같은 ‘미친 의사’의 광적 집념과 잃어버린 아름다움에 대한 회한과 동경을 주제로 한 초현실적 분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율하게 되는 끔찍한 장면이 있는 공포영화가 이처럼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공포영화와 동화를 혼성한 듯한 작품으로 얼굴 없는 천사 같은 크리스티안의 무표정한 가면을 쓴 모습이 마치 인간의 혼을 유혹하는 유령처럼 으스스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깃을 올린 하얀 옷을 입은 크리스티안이 무감정한 백색 가면에 뚫린 두 구멍을 통해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두 동공이 마치 저 세상 여인의 그 것처럼 텅 비어 있는데 걸음마저 유영하듯 걸으면서 우아한 귀기를 내뿜는다.
크리스티안이 반세기 뒤에만 태어났더라도 의술의 발달로 윈스처럼 얼굴 이식수술을 받고 본래의 아름다운 얼굴로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DVD로 나왔으니 관람을 권한다.
그런데 얼굴 이식수술은 홍콩의 존 우 감독이 이미 지난 1997년 영화 ‘페이스/오프’(Face/Off)에서 성공한 바 있다. 여기서 미 연방 수사요원 존 트라볼타와 테러리스트 니콜라스 케이지는 서로를 교란시키기 위해 각기 상대방의 얼굴과 똑같게 바꿔치기 이식수술을 한다. 두 배우의 과장된 열연과 작렬하는 액션이 볼만한 영화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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