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딩스쿨은 철저한 학사 및 과외활동 관리시스템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한 보딩스쿨의 점심시간 모습. 학교 식당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었다.
봄방학은 보딩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투어의 적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시설과 환경, 학교생활 등을 살펴보는 것도 방문의 목적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처럼 뛰어난 환경과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도전이란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다녀온 보딩스쿨 캠퍼스 방문에 대해 생동감을 주기 위해 투어 리포트 식으로 정리했다.
4월 18일
쾌청한 날씨였다.
850명의 재학생을 보유한 초트 보딩스쿨은 코네티컷 남부에 위치한 월링포드라는 작은 타운에 자리잡고 있다. 명문 예일 대학교로부터 겨우 8마일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눈과 비가 많이 오지만, 다른 뉴잉글랜드 지역에 비해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는다.
투어 가이드로 나선 여학생은 10학년 새라였다. 먼저 과학관에 들러 초트의 과학 클래스와 프로그램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부분 9학년들은 물리를 듣게 되어 있고,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10학년부터 AP나 아너 코스에 배치된다고 하였다.
과학관과 아트홀을 지나 넓은 캠퍼스 한쪽에 위치한 체육관에 들어섰다. 동행한 한인 아이들은 실내 트랙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뉴잉글랜드 지역은 겨울철 춥기도 하지만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모든 보딩스쿨은 실내경기를 위한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운동시설을 본 뒤 수학 강의실을 둘러봤다. 교실마다 적게는 6명, 많게는 10여명이 테스트를 치르기도 하고, 강의를 듣기도 했다. 나오다 보니 AMC 수학경시대회 참가자와 그들의 점수를 올려놓은 게시판을 볼 수 있었다. 초트 수학팀은 분명 코네티컷에서 가장 강한 팀 중 하나다. 그만큼 초트의 수학 교사들이 수학경시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원해 주고 있다는 뜻이다.
새라는 남학생 기숙사로 안내하며, 10학년부터 1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생들은 별도의 기숙사에 머무르며 매일 저녁 7시45분까지 기숙사에 들어가야 한다. 같이 간 학생이 학교 안 와이파이 시설에 대해 묻자, 물론 학교 안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으며, 두 시간의 숙제 시간이 지나 10시가 되면 인터넷은 끊어진다고 했다.
입학사정관을 만난 뒤 다음 학교로 이동했다.
노스필드 마운트 허먼(Northfield Mount Hermon) 학교는 매사추세츠 서북단의 삼림 속에 위치해 있다. 이 학교는 넓은 캠퍼스에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재학생들은 물론 일부 지원자들도 이런 분위기가 좋아 이 학교를 선호한다.
뉴욕에서 왔다는 11학년 백인 학생 네이트가 전반부 투어를 안내해 주었다. 마침 식당에서 일하는 학생들을 가리키며 ‘웍잡’(work job)에 대해 물어보자 네이트는 ‘웍잡’이란 모든 학생이 매주 4~5시간 학교 안에서 주어진 일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당 일, 기숙사 청소, 농장 일, 또는 투어 가이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원래 학자금 지원을 받는 학생들에게 부과된 것이, 전교생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네이트는 어드바이저 교사 1인 당 6명 이내의 학생들을 돌보아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어 후반부는 9학년 한국 유학생이 맡았다. 이 학생은 이 학교에 약 20명의 한국 학생이 재학 중이라 귀띔하면서 여러 학교 가운데 편안안 분위기가 좋아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투어를 마친 뒤 입학사무처에서 캘리포니아 지역 담당관을 만났다.
그에게 금년도 경우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몰렸느냐고 묻자, 10% 내외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자 명단에서 선발한 학생이 있느냐고 묻자, 이미 필요한 수의 지원자가 등록한다고 했기 때문에, 대기자 명단에서 아무도 선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초트에서 직원과 사정관에게 듣던 답변과 같았다.
교내식당 음식 맛보며 식성 맞는지 확인
운동시설·음악·실험관 등 저마다 특색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예정된 시각보다 15분 빨리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에 도착했다. 그렇지 않아도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캠퍼스가 더욱 편안함을 주었다.
디어필드는 매서추세츠 중서부에 위치한 명문 학교로 1798년에 세워졌다. 전통을 중시하는 백인들이 선호하는 학교이다. 이 학교에도 노스필드와 마찬가지로 600여 명의 재학생 가운데 약 20여 명의 한인학생이 있다.
안내를 맡은 찰리라는 11학년 학생은 먼저 영어교실을 보여주며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수업 방식을 설명했다. 음악과 아트 홀, 그리고 도서관을 지나 지하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과학관에 들어서 자연광이 비치는 복도를 따라 들어가니, 홀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앉아 공부하고 있었다. 과학 과목 교실은 주제별로 교실 세팅이 달랐지만, 모두 훌륭한 실험실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명문 보딩스쿨과 마찬가지로 이 학교 역시 최근 개조한 운동시설이 매우 뛰어났다. 디어필드는 최근 과학관과 더불어 운동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한 듯 보였다.
함께 간 아이들은 엄청난 시설의 수영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매주 일곱 차례 정장을 입고 정해진 자리에서 식사를 하며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식당을 지나 기숙사에 이르렀다. 이 학교 학생들은 9학년부터 방을 혼자 사용한다. 룸메이트 문제로 골치 아플 일이 없다는 점이 적지 않은 학생과 부모들이 이 학교를 좋아하는 이유의 하나인 셈이다.
끝으로 찰리에게 디어필드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자 찰리는 보딩스쿨 가족으로 아버지는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졸업생이고, 누나도 그 학교 12학년에 재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은 지나치게 경쟁적인 분위기가 싫어 디어필드를 선택했단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윌리스톤 노스앰튼(Williston Northampton) 학교는 두 남녀 학교를 통합해 긴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학생을 잘 돌봐주기로 소문난 이 학교는 앰허스트 칼리지를 비롯한 5개 대학이 위치한 매서추세츠 중서부 이스트햄튼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이점을 살려 인근 5개 대학에 가서 과학과목을 듣거나 리서치를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 재학생은 460명 규모로, 한인학생 수는 8명 정도이다.
4월 20일
오늘은 뉴햄프셔 주 동쪽의 엑시더라는 조그만 타운에 위치한 필립스 엑시더 아카데미(Phillips Exeter Academy)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앤도버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딩스쿨이라 할 수 있다.
1791년에 세워진 이 학교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으며, 지금도 내로라 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여 ‘베스트’를 추구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다소 지나친 교육 방식과 경쟁적인 분위기의 학교가 되었다.
음악관은 재학생이 1,000명이 넘는 학교라서인지 개인 연습실도 다른 학교보다 많았다. 방마다 시간표가 붙여져 있어 원하는 학생들은 사인업을 한 뒤 사용하도록 돼 있다.
매서추세츠 주 동북단 앤도버라는 타운에 위치한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Phillips Academy Andover)는 엑시더에서 45분 정도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앤도버는 봄 방학 기간 투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필자가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투어를 진행하였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가본 식당은 다양한 메뉴가 제공돼 입맛이 없어서 굶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앤도버는 명성답지 않게 식당과 과학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설이 낙후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최근 보딩스쿨이 신설하거나 개축하는 빌딩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스포츠 시설을 가장 중시하고 이어 과학관을 증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문학을 중시하던 학풍에서 과학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부모 동행 없이 아이들만 참가해 진행한 이번 투어는 부모가 함께 갔을 때보다 아이 스스로 각 학교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부지역의 보딩스쿨은 광대한 면적과 뛰어난 시설로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
(213)38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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