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씨는 커피가 너무 좋아서 큐 그레이더(Q-grader, 커피 감정사)가 되었다. 커피 원두감정을 하며, 바리스타대회 심판도 한다.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손님을 대접하고, 커피 컬럼을 쓰며, 주말이면 7시간씩 운전해 커피 여행을 떠난다. 월드챔피언 바리스타를 친구로 두고, 수많은 커피 업계 사람들과 함께 그녀의 삶은 온통 커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인간관계의 소통을 부드럽게 도와주고, 삶의 여유를 선물하는 커피. 말 없이도 곁을 향기롭게 채워주는 존재, 커피가 우리 삶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활력소가 되는 여러가지 이유이다. 누구보다도 커피를 사랑하고,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전문가에게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를 들어보자.
“순하고 부드러운 브라질산, 한국인들 가장 선호”
맛 있는 곳 찾아 샌프란시스코 등 커피여행 즐겨
#커피의 신선도는 어떻게 알아 볼 수 있나요?
금방 로스팅 한 것이 가장 신선하다고 볼 수 있겠죠. 맛과 향이 절정을 이루어 커피가 가장 맛있을 때는 로스팅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입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특정 지역의 커피는?
브라질산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라 블렌딩하기도 쉽지요. 개인적으로는 신맛이 강한 아프리카 산을 좋아해요.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산 커피도 품질이 많이 좋아졌구요,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는 아라비카만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품질관리에 굉장히 정성을 들이고 있어요.
#세계 3대 커피라 불리는 고가의 커피는 어떻게 그 명성을 얻었죠?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하와이의 ‘코나’, 예멘의 ‘모카’가 있는데요, 모두 지역 이름이죠. 커피를 재배하기에 완벽한 천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에요. 생산량이 작으니 고가일수 밖에요. 블루마운틴을 시음해 봤는데, 100%인지는 모르죠. 언젠가 그곳에 가서 제 손으로 직접 수확해 로스팅해서 마셔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요.
#산화되었거나 품질이 좋지 않은 커피를 알아 볼수 있는 특징은?
일단 맛이 없는데요, 맛보기 전 주로 향으로도 많이 느낄 수 있어요. 고무냄새, 짙은 스모키향, 심한 흙냄새, 진한 담배 냄새, 가끔은 소독약 냄새가 나는 제품이 있어요. 특히 심한 흙냄새는 빈의 껍질을 벗기고, 씻어 건조하는 과정이 청결하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들은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 이미 커피로서 기능을 잃은 것이죠.
#품질을 위해서 손으로 하나하나 원두를 골라 낸다는게 무슨 말이에요?
커피 빈이 나무에서 익으면, 그걸 손으로 하나씩 수확하구요, 그 후에 탈피하고, 씻어 말려서 볶기 전의 생두가 생산되지요. 그런데 이 생두 무리 속에 모양이 기형이거나, 벌레 먹었거나, 곰팡이가 생긴 것들이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종류가 조금만 섞여도 커피 전체 맛을 버리거든요. 그래서 하나씩 손으로 골라내는 공정을 말해요.
#잊을만하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커피 루악은 마셔봤나요?
네,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초컬릿 맛이 나요. 커피 생산지의 야생고양이가 자유롭게 다니면서 가장 맛있게 익은 커피 체리(열매)를 실컷 따먹고 생긴 자연스러운 배설물로 커피를 내렸죠.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고 불리면서 유명세를 얻어 수요도 많아져서 이제 고양이를 사육해서 생산한다고 해요.
#카페인 없는 커피는 어떻게 만드나요?
예전에는 화학품을 사용해 카페인을 추출해 냈는데, 요즘은 스위스 워터로 씻어내는 방법을 써요. 화학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공정이죠. 씻어낼 때 커피 고유의 향도 함께 없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진정한 커피의 맛과 향을 느끼기는 힘들죠. 참! 100%카페인 프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세요.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최현진 큐-그레이더.
미각·후각·향·산지 구분 ‘고난도 테스트’
큐-그레이더(커피 감정사)가 되기 위해서는 5일 동안 하루 8시간씩 꼬박 치르는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따야 한다. 100문항의 필기시험과 8종목의 22가지로 분류된 실기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커피를 마신 풍부한 경험과 맛에 대한 지식, 타고난 미각과 후각을 사용하는 이 시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센서리 스킬(Sensory Skill)-미각으로 기본 맛을 구분해 내는 테스트로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을 섞어 만든 샘플을 주고 그 맛의 비율을 맞추는 시험이다. 미각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시험이고, 첫 번째 관문이지만 감각 사용부분이기 때문에 탈락자도 많이 나온다. 실제로도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테스트이기도 했는데, 한두 잔에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나중에는 무슨 맛인지 구별도 가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었다고 했다.
#커핑 테스트(Cupping Test)-생두를 볶아낸 후 맛을 평가하는 것으로 기본 커피 맛을 비롯한 아로마와 플레이버, 애프터 테이스트, 산도, 밸런스, 유니티(같은 원두로 뽑은 커피 여러 잔이 얼마나 동일한 맛을 내는지) 등을 구분해내는 테스트이다. 생두를 볶아낸 후 맛을 보고 평가 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등급을 매기는 사람을 커퍼(cupper)라고 한다.
#올팩토리(Olfactory)-후각으로 커피 향 36가지를 분별하는 시험이다. 커피의 향은 열매로 나무에서 성장하며 가진 선천적인 향, 볶아서 생기는 향, 더욱 진하게 볶았을 때 생기는 향 등이 있다. 꽃, 흙, 보리 같은 자연의 냄새, 체리나 레몬, 라임 등의 과일 향, 초컬릿이나 카라멜 등의 복합적인 향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후각을 사용하며 구분해 내야 한다.
#트리앤귤레이션(Triangulation)-대륙별, 국가별 커피의 구분 능력 테스트이다. 최씨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재미있었던 과정이라고 한다. 흔히 아프리카 커피는 산도가 좋고, 브라질 커피는 튀는 맛이 없는 부드러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는 스모키하고 흙냄새가 있는 등의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이를 맞춰내는 것이다.
#오개닉 매칭 페어스(Organic Matching Pairs)-유기산 분별 능력 테스트이다. 커피는 여러 가지 산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종류의 산이 함유되어 있을 때 어떠한 맛이 아는지를 구분해 내는 것이다. 커피 로스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로스티드 샘플 아이덴티피케이션(Roasted Sample Identification)-샘플 로스팅 분별 능력으로 볶아낸 원두의 적정 색과 맛을 찾아내는 테스트이다. 먼저 볶은 원두의 상태, 냄새를 구분하고, 이것을 갈아 커피를 내려본 후, 그 맛을 비교 분석해 내는 과정이다.
#그린 그레이딩(Green Grading)-생두의 결점이 있는 것을 분별하는 테스트이다. 벌레를 먹었거나, 기형적인 모양, 곰팡이가 피거나 흠이 있는 빈을 찾아내는 것으로 생두를 펼쳐놓고 시간 안에 재빨리 맛을 해칠 가능성이 많은 것을 골라내는 시험이다.
#로스티드 그레이딩(Roasted Grading)-볶은 원두의 분별 능력으로 볶아진 100g의 원두에서 결점이 있는 것을 찾아내는 시험이다. 볶아진 후에는 모두 색이 동일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제너럴 테스트(General Test)-커피에 대한 상식 100가지를 푸는 필기시험이다.
커피 생산지역을 볼 수 있는 커피벨트(coffeebelt).
<큐-그레이더가 되고 나면?>
커피를 추출하기 전의 모든 과정을 관할할 수 있는 커피 헌터(Hunter)가 되어 커피 생산지의 생산자와 구입업자를 연결해줄 수 있다.
세계 도처의 커피 생산지역을 다니며 좋은 커피를 생산해 내는 농장을 고르고, 커피 커퍼(cupper)로서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며 인증서를 발급할 자격을 갖춘다.
생두의 특성에 맞게 로스팅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갖추어져 훌륭한 커피 로스터(roster)가 될 수 있다. 각종 커피관련 대회의 심판관 자격도 얻는다.
“카페인은 열매 보호위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독성”
고무 냄새·심한 흙냄새 나면
제조과정에 문제… 품질 나빠
#카페인의 정체는 뭔가요?
논문에서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사실이에요. 열매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독성이래요. 그래서 벌레나 곤충이 많이 없는 높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고급커피인 아라비카는 카페인이 낮은 편구이요, 낮은 지대에서 생산되는 로보스타에는 그만큼 괴롭히는 곤충들이 많아 카페인이 함유가 높아요. 로보스타는 주로 인스턴트커피 생산에 사용되고 있어요.
#에스프레소가 진하니까 그만큼 카페인이 많지요?
이것도 오해를 많이 받는 것 중의 하나인데요, 카페인은 열, 즉 뜨거운 물에 오래 노출돼 있을수록 많이 나옵니다. 뜨거운 온도지만 20〜30초에 재빨리 추출해 내는 에스프레소가 오히려 카페인이 적은 이유에요.
#커피 마실 때 뭐랑 먹으면 제일 맛있어요?
다크초컬릿이랑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특히 아몬드 같은 너트가 들어간 종류가 맛있어요. 달지 않은 스콘도 좋구요. 커피만 있다면 사실 뭐든 좋아요.
#커피 여행이라! 말만 들어도 설레는데요?
네, 시간적 여유만 생기면 떠나요. 친구랑 함께도 좋고 혼자도 괜찮구요. 샌프란시스코에 맛있는 커피가 많아서 찾아다니며 맛을 봐요.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즐겁죠. 시애틀, 포틀랜드, 뉴욕까지도 여건이 허락하면 다니지요.
#미국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 수 있는 커피 소개해 주세요.
지금은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cia, 3면에 자세히 소개) 커피요. 개인적으로는 에스프레소 블랜드 ‘블랙 캣’이 좋아요. 인텔리젠시아는 커피 맛은 물론이고 문화적인 면에서도 커피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나가고 있어요.
#자주 가는 카페 소개해 주세요.
한인타운에서는 버몬트와 7가의 고바우 몰내 ‘버본 스트릿 카페’(Bourbon St. Cafe)에서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맛보실 수 있구요, 그밖에 컬버 시티의 컨저바토리 커피(Conservatory coffee), LACC 근처의 카페시토 오가니코(Cafecito Organico)의 커피가 맛있답니다.
<집에서 맛있게 커피 내리는 팁>
#아이스커피 만들기-보통은 뜨겁게 내린 커피를 얼음을 넣거나 식혀서 만드는데 이때 향과 맛이 변하기 쉽다. 온실에서 커피를 티백에 넣어 8-12시간 정도 천천히 우려내어 냉장 보관하면 맛과 향이 살아있는 아이스커피를 만들 수 있다.
#핸드드립의 기본-415g의 물과 26g 정도의 커피가 필요하다. 먼저 뜨거운 물로 종이 필터를 살짝 적셔 떨어진 물은 버린다.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둔다. 적신 필터에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아주 조금이지만 커피가 촉촉히 적셔질 정도로 부어서 뜸을 들인다. 이때 아래로 커피물이 한 두 방울 정도만 떨어지도록 작은 양의 물을 부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뜨거운 물을 촘촘히 부어준다. 마지막에 떨어지는 전체 양의 1/5정도는 마시지 않고 버린다.
껍질을 벗기면 녹색의 콩이 나온다.
커피빈이 빨갛게 잘 익으면 수확한다.
건조하여 볶기 전의 모습.
<글 ·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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