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1884년 “인민평등”“문호개방” 등 개혁의 기치를 들고 갑신정변(甲申政變)을 일으켰던 김옥균(金玉均)에게 거사의 아이디어를 준 직방외기(職方外紀)를 쓴 저자는 마테오리치가 북경에서 타계한 1610년 중국의 개종(改宗)을 위해 마카오에 도착한 예수교 선교사 줄리오 알레니(Giulio Aleni, 1582~1649)이다.
그가 1623년에 저술한 세계 지리서인 직방외기는 직방사가 관할하는 중국 본토와 조공국을 제외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를 포함하는 지리서이며, 책머리에 만국지도를 싣고, 아시아, 유럽, 리비아(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지도를 첫머리에 실었고, 권말에 북여지도와 남여지도 즉 북반구도와 남반구도를 실었다.
이 직방외기에 북아프리카 특려파리(特黎巴里)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 땅이 넓으나 각박하여 양식을 이웃 나라에서 빌리지 않을 수 없는데다, 토이기(土耳其) 군부가 점령하여 학정을 하고 있었다. 파찰(巴札)이라는 애국자가 군부 지도자 3백여 명을 큰 잔치에 초대하여 향응을 베푸는 가운데 매복시켜 둔 장사(壯士)들로 하여금 이들을 모조리 포박, 살육시킨 다음 자신이 특려파리에다 도읍을 정하고 임금이 되었다.”
갑신정변의 이상(理想)과 진행, 그리고 당시 조선의 정세가 직방외기의 특려파리와 흡사했다. 흥미로운 것은 김옥균이 박영효, 홍영식 등 개화당의 동지들과 이 직방외기를 탐독하면서 갑신정변을 모의한 것으로 후일 알려진 점이다. 직방외기의 특려파리국(國)은 지금의 리비아이고, 특려파리는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이다.
이 리비아에서 독재자 카다피에 맞선 시민군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아랍 전역을 휩쓸고 있는 민중봉기의 일환이다. 리비아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기와 군함을 동원해 도시와 거주지, 사원들을 폭격하는 등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 독재자 카다피와 싸우고 있다.
저항의 물결은 트리폴리를 제외한 리비아 전역을 휩쓸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오디세이 새벽’작전이 시작되면서‘사막의 미친 개’로 알려진 카다피의 몰락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민중봉기를 지지하는 방송은 이렇게 외쳤다.“우리는 이제 승리했습니다. 이 승리로 우리는 자유, 권리, 존엄성을 얻었습니다. 리비아 민중은 카다피에게 빼앗긴 리비아를 되찾고 있습니다.”
모하메드가 서기 610년 득도(得道)하여 선포한 이슬람의 뜻이 복종(Submission)인 까닭인 지 서구를 비롯한 미국, 아시아 등지의 대부분의 세계가 자유화와 민주화 길을 걸어왔으나, 중동과 아프리카 등 이슬람 세계는 최근까지 수천 년 동안 절대 지배자에 대한 반정(反政)의 무풍지대였다.
따라서 최근 이슬람 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혁명의 선풍이 자유화 혹은 민주화의 방향으로 치달아 이슬람의 절대복종을 금과옥조로 신봉해온 아랍인들과 튜니지아와 이집트 그리고 리비아 등 아프리카인들이 모하마드 이전의 가치체계였던 자유의지에 의해 기원전 3세기까지 로마와 지중해의 맹주 자리를 겨뤘던 한니발의 카르타고의 영광을 되찾게 될 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아랍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시민혁명은 그 과정에서 이슬람인들의 의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그동안 그들을 갈라놓았던 종교와 성의 차별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신봉하는 종교 이슬람의 가치체계를 뒤집어 새 헌장을 쓰는 기념비적 사태로의 발전이다. 외신에 의하면 무슬림 신도들이 예배할 때 기독교인들이 그들을 보호하는가 하면, 한 여성은 “시위에 참가하는 동안 여성 비하적인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위 이전과 비교하면 이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카다피는 무려 42년의 통치기간 동안 의회와 헌법을 폐기하고, 집회 시위의 자유 등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도 원천 금지시켰다. 그는 그의 이런 행위가 “신의 명령”이라고 강변해 왔다. 그동안 카다피는 석유 등 국부(國富)를 사유화 하여, 그의 측근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카다피는 사실 국익에 눈먼 서방이 키운 ‘괴물’이라고 보면 대과(大過)가 없을 것 같다. 영국의 양심 ‘더 가디언’지는 “영국은 독재자 카다피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춰왔다. 카다피는 서방의 위선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바로 이 때문에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개입에 의구심을 표하는 견해도 있다.
문제는 특려파리의 민중이 원하는 것은 자유와 정의를 추구할 수 있는 ‘해방구’ 민주주의이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디세이의 새벽’은 세찬 비바람에 스러지는 봉선화가 상징하는 민중들의 꿈,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개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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