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가 먼저 손 내밀어야
고등학교 카운슬러에 대해 한인 부모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단순히 12학년이 된 자녀가 대학 지원서에 꼭 필요한 추천서를 작성해 주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는 올바른 자세도 아니고,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운슬러는 진학상담, 학업, 학교생활 등을 도와주는 중요한 안내자이자, 조언자이다. 그리고 이런 도움을 받고 싶다면 학생과 학부모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경희 LA고교 카운슬러와 니콜 김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를 통해 학부모들이 알아둬야 할 점들을 정리했다.
카운슬러는 고교생활의 훌륭한 조언자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리토스 고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제임스 백 카운슬러가 과목 선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모들이 모르는 자녀의 모습 파악 조언
■ 카운슬러의 역할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우면 교육예산도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로 요즘 각 고등학교의 카운슬러들은 담당해야 할 학생 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물리적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주고 싶지만, 과중한 업무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각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카운슬러는 각자 다른 주 업무가 있다.
진학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카운슬러가 있는가 하면, 학생의 개인생활 등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카운슬러가 있는데, 이는 소셜워커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학교 수업을 돕는 카운슬러도 있고, 일반적인 분야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카운슬러들은 어떤 학생이 도움을 청했을 때, 그 성격에 따라 본인이 직접 담당하거나, 관련 카운슬러에게 케이스를 넘겨준다. 또 필요하다면 학교 밖 전문기관을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 부모에게도 힘이 된다
카운슬러의 업무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제대로 관리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역할도 한다. 이는 자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집에서 알지 못했던 사실들까지 부모가 알게 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자녀교육을 가능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에서 받아보는 성적표 이외의 학교생활, 친구관계, 생활태도, 입시자료 등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학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 카운슬러와 친해지자
카운슬러로부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소개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까. 의도적으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다.
부모들이 모르는 자녀의 모습 파악 조언
1. 학생은
학생의 입장에서 카운슬러와의 좋은 관계란 아주 간단하다.
한국적인 사제관계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인격적인 존중을 갖춰야 한다. 이는 학생이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여기에 긍정적인 모습과 행동은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자주 만나 학업이나 대학선택 등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문의하거나 대화를 나눈다면, 당연히 카운슬러는 그 학생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 학교생활 전반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요즘처럼 카운슬러들의 업무 부담이 클 때는 학생이 먼저 찾아가는 것이 본인에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 학부모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보다 깊이 있는 자녀교육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LA 통합교육구의 경우 오픈 하우스도 좋은 기회이고, 10학년 때 남은 2년에 대한 플랜을 논의하는 ‘IGP 나잇’ 행사를 통해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물론 그 전에 자녀가 고등학교 입학 전 열리는 오리엔테이션 역시 카운슬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 추천서는 업무의 일부분
적지 않은 12학년 학생들이 입시철이 되면 카운슬러를 찾아가 추천서를 부탁한다. 그 중에는 평소 카운슬러와 가까이 지내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동안 거의 만나지도 않다가 불쑥 찾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자의 경우라면 카운슬러들은 쉽게 추천서를 작성해 줄 수 있다.
그동안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학생이 가진 특성과 성격, 그리고 장래 희망 등에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 자료를 더하면 구체적이고, 탄탄한 추천서를 작성해 보내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후자의 경우다.
학교생활이나 성적은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 학생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 성격을 가진 인물인지를 제대로 알 수 없으니 어느 부분을 강조해 입학사정관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일부 카운슬러는 난색을 표시하는 것이 당연하고, 설령 써준다고 해도 그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카운슬러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인데 그렇게 쉽게 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또 객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이 학생은 좋은 학생이라고 써준다면 누가 이를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한인 카운슬러 인터뷰
“미리 약속잡고 진지한 대화를”
지경희 (LA 고교)
“학부모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추천서 작성인데, 이는 출석과 성적, 자녀의 행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무조건, 또는 반드시 학생이 이를 요구하면 써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지경희 카운슬러는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카운슬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카운슬러를 통해 자녀교육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 또는 잘못된 이해로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 카운슬러는 학교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성적을 관리한다면, 카운슬러는 그 나머지 일들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궁금한 점들이 많거나, 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미리 약속을 잡고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 카운슬러는 또 400여명의 학생들을 일일이 관리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생이나 부모가 먼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상담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상담주제·이유 분명히 해야”
니콜 김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가 부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항상 본인이 먼저 도움을 청하거나,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니콜 김 카운슬러는 학생들은 학교 공부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고민이나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중요하다면서 카운슬러의 역할은 이런 것들을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움과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카운슬러는 또 정해진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미리 만날 시간을 정할 때 자신이 만나고자 하는 이유 등을 알려주면 훨씬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 카운슬러는 “한인 부모들 가운데는 자녀의 성적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카운슬러는 나쁜 성적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의 주제 또는 이유를 보다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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