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저녁에 훼어팩스 카운티 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Race to Nowhere”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교육과 관련된 영화라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차였다. 상영 시간이 퇴근,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과 겹칠 뿐만 아니라 눈이 내리기 시작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상영은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 강당의 좌석을 거의 꽉 채울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영화의 내용은 요즈음 학생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특히 학업과 대학입학 준비 등으로부터 받는 압박감에 관한 것으로, 여러 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교육전문가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영화는 학교교육에서 성공하기 위해, 그리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우리의 자녀들, 더 나아가서는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고, 어떠한 고민을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하고 직접 감독까지 한 비키 애벌레스는 뉴욕의 월가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세 자녀를 둔 어머니다. 2007년에 영화 제작가로 변신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가 처음 제작한 다큐멘터리이다. 자신의 자녀들이 학업과 대입준비로 인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시스템화 되어 있음을 깨닫고 교육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자신의 자녀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 청소년들의 우울증, 자살충동, 부정행위, 그리고 학업중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영화 제작의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인 “Race to Nowhere”란 표현은 어느 한 학생의 항의성 독백에서 나온다. “우리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좋은 대학을 마치고 나와 좋은 대학원에 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 후 좋은 직장을 구하려고 하죠. 물론, 돈도 많이 벌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우리는 경쟁을 하고 달려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많이 번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그러면 또 어디로 무엇을 위해 달려 나가야 하나요? 우리는 어디까지 이렇게 달려가야 하나요?” 즉, 이렇게 달리는 우리의 모습이야말로 “Race to Nowhere”이라는 것이다.
영화 상영에 앞서 주최 측에서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 볼 세 가지 질문을 제기했다. 첫째, 우리는 우리의 가정에서 과연 ‘성공’이라는 것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나? 둘째, 이러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 우리 자녀들이 받을 수 있는 고통 해소를 위해 우리 부모님들은 어떻게 도와주고 있나? 그리고, 셋째, 성공을 얻기 위해 달리다 실패를 겪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처하나?
이 세 질문들 모두 필자 자신의 가슴에도 아프게 와 닿는 질문들이었다. 1시간 반 동안 영화를 보면서 교육위원으로서 그리고 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영화에 나타난 학생들 모두가 ‘성공’ 하기 애쓰며 달려가는 모습이 필자 자신의 두 아들을 위시한 바로 우리 주위의 자녀들의 안타까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참석자들 모두 토의시간을 가졌다. 솔직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론은 우리 자녀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바로 부모들이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자녀들의 고통은 계속 될 것이라는 데에 누구도 이견을 낼 수가 없었다. 부모들이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자녀들을 키움으로써 자녀들의 삶이 불행하고 또한 삐뚤어진 가치관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왜 영어, 수학 성적만큼 우리 자녀들의 행복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가? 아니 사실 우리 자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행복’이 아니겠는가? 그 다른 모든 것을 얻더라도 만약에 ‘행복’ 하지 않다면 얻은 것들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자조적인 탄식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자녀들의 성공을 부모들이 자신의 시각과 기준에 의해 맞추고 우리 자녀들에게 그를 향하여 일방적인 달림을 독려할 때 자녀들이 불행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한 교육 전문가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서 ‘명문’이라는 말을 빼야한다고까지 얘기했다. 우리는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는 것에 목표를 둘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가장 적합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큰 애나 현재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작은 애를 두고 있는 필자도 애들을 키우면서, 특히 애들의 대입준비를 도우면서 많은 실수를 했었고 그로 인해 애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기회였다. 학부형 모두에게 한 번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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