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매일 평균 80명이 총에 의해 희생된다. 그중에는 8명의 어린이들도 포함된다. 1년이면 총기에 의한 피살자들이 도합 3만 명이 된다는 끔찍한 통계다. 컬럼바인, 버지니아텍, 투산 등지에서 벌어진 유혈 참극도 사냥총이나 소위 호신용 권총 따위의 무기가 아니라 전쟁에서나 쓰이는 반자동 다발 권총이나 기관단총이 손쉽게 구입되는 현실 때문이다. 악명 높은 총격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법률의 필요가 지적되고 뒤늦게나마 입법이 되는 수도 있지만 같은 유형의 대사건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보더라도 효과가 별로 없는 미봉책들에 불과하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1963년 총기 단속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지만 1968년의 총기단속법이 탄생될 때까지는 5년이나 걸렸고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과 마틴 루터 킹 박사의 암살이 그 중간에 있었다. 그 법 자체도 고작해야 총기 상인들에 대한 면허와 판매 기록 요구 사항을 확대했고 권총 매매에 대한 부분적인 제한을 규정했을 뿐이니 총기에 의한 살인, 오발사나 자살 숫자에 별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의 저격 사건 때 중상을 입은 공보비서 제임스 브래디의 이름을 붙여서 만든 ‘브래디 권총 폭력 방지법’도 1994년에나 입법되었지만 그나마 총기 구입자들에 대한 연방 정부의 배경 조사 정도에 그쳤다. 또 1989년 캘리포니아 스톡튼시의 어느 초등학교 교정에서 5명의 어린아이들을 죽이고 29명이나 부상을 입힌 후 자살한 흉악범이 공격용 반자동 권총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같은 반자동 연발 탄창을 제조하거나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법이 1994년에 연방의회에서 통과되어 좀 나아지나 싶더니 미국의 가장 강력한 로비 단체인 ‘전국소총연합회(NRA)’의 로비와 연방의원들의 줏대 없는 비겁함 때문인지 2004년에 그 법이 없어져 버리는 불상사가 생겼다.
2007년 버지니아텍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총기에 의한 범죄 이후에 전국적 범죄기록 조사개선법이 통과되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총을 구입하고자 할 때 좀 더 신속하게 조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었다. 그러나 아직도 유치장에 ‘악마의 얼굴’처럼 소름끼치는 웃음을 띄우고 있다는 로프너의 경우 그가 초급대학에서 이상한 언동으로 퇴교를 당했으며 과거 마리화나의 사용으로 자원입대도 거절되었다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즉 정신병자라는 여러 증후에도 불구하고 11월30일 범행에 쓰인 글록총을 사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범행 당일 월마트에서 30발이 든 탄창을 사는 게 껌이나 사탕 사는 것처럼 쉬웠었다.
왜냐하면 일반 시민들이 총을 소지할 수 있는 권리가 주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44개 가운데서도 특히 애리조나, 버몬트 등 3개 주에서는 집에서만 무기를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샤핑센터다 극장이다 할 것 없이 공공장소에도 가지고 다니는데 특별 면허가 없이도 그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릴랜드의 경우는 숨겨진 권총을 휴대할 수 있기 위해서는 특별 면허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면 신청자의 범죄 유무의 역사 및 정신질환의 여부 등 조사가 진행되고 특별히 신상에 위협을 느낀다는 점을 설복시켜야 주무당국에서 권총 휴대 면허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절차는 까다롭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모양인지 4만7,000여 명이 무기를 지니고 나다닐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버지니아의 경우는 가히 총기 소유자들의 낙토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월18일에 있은 버지니아 주의회의 로비 데이(lobby Day)가 있다. 갖가지 시민들의 청원 사항들을 주의원들이 들어주는 그 행사에는 대다수가 무기를 소지한 200여 명의 총기 소유자들이 모였던 것으로 보도 되었다. 워싱턴 포스트에 의하면 그중 한사람은 목사인데 그의 셔츠 주머니에는 4복음서의 축소판이 들어있고 혁대 속에는 권총이 끼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당 안으로 권총을 찬 채 들어왔을 뿐 아니라 어떤 상원의원실 복도 밖에는 반자동 장총을 메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단다. 작년에도 총기 소유 지지자들은 술집에 조차 총기를 가지고 들어가는 권리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한 가지는 실패했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버지니아에서 한 달에 총 한 자루만 구입할 수 있는 법이 있는 바 그 법의 폐기를 위한 로비만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버지니아의 총기 애호가들은 매일 총을 살 수 있어야만 만족할 것인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7개 주에서는 공격용 반자동 권총이나 다발 탄창들이 금지되어 있고 11개 주에서는 총을 사고자 할 때 기다리는 기간이 있으며 또 19개 주에서는 총 원매자들의 정신 건강 자료를 FBI의 범죄 기록 조회 시스템에 보고하는 법이 있지만 버지니아주는 그렇지 않아 총을 사기가 쉽다. 범죄자들이 버지니아에서 총을 구입하여 타주에서의 범죄에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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