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씩 있는 하원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금년 1월 초에 열린 제 112대 연방의회 특히 하원에서는 222년 역사상 최초로 연방 헌법 전문이 낭독되었다. 그러나 두어 가지는 빠졌다. 인구를 계산함에 있어서 자유인들과 그 밖의 사람들(노예들)은 5분의 3으로 계산한다는 조항과 또 노예가 다른 주로 도망치면 잡아서 워낙 노역하던 곳으로 보낸다는 조항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 때문에 낭독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 낭독에서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헌법 수정 첫 10조 가운데 종교와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시민들이 평화롭게 모여 불평 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제1조의 낭독은 애리조나 투산시 출신 가브리엘 기퍼즈(40세·민주) 의원이 담당했다. 그로부터 불과 3일 후인 1월8일 기퍼즈 의원은 어느 쇼핑센터 코너에 선거구민들을 만나 그들의 불평이나 요청 사항을 들어주는 자리를 마련했다가 분명한 정신병자의 총격으로 비명횡사할 뻔 했다가 죽음을 간신히 면하고 중태에 빠져 있다. 자신이 낭독한 구절을 실천에 옮기다가 변을 당했으니 아이러니이기도 하거니와 총기에 의한 참사가 끊임이 없는 미국의 현실이 두렵다. 이번 사건에서 22세 된 자레드 러프너의 반자동권총의 난사로 76세에서 9세까지 나이의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고 열 네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으니 미국 전체가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어갔다. 76세 된 전직 목사는 자기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막다가 참변을 당했고 공교롭게도 2001년 9.11 사변 날 태어났던 크리스티나 그린은 마침 얼마 전 학교 학생회 위원으로 뽑혔기 때문에 이웃 아줌마와 함께 연방의원을 만나러 갔다가 죽음을 당했으니 그 부모들의 참담함은 표현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30세 된 지역 담당의원 보좌관도 결혼을 얼마 앞두고 약혼자와 사별했으며 애리조나 소재 연방 지방법원장인 존 롤 판사(63세)는 법원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그를 판사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겸손했던 사람이라서 동료들과 지인들의 슬픔을 더해주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러프너가 불과 몇 초 사이에 20여명을 죽이고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몇 년 전 버지니아텍에서 32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조승희가 사용했던 반자동권총인 글럭 19호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10여발이 든 탄창(maga zine)이 아니라 30발이 든 탄창을 사용했고 그것도 모자라 새 탄창을 집어넣으려던 것을 총에 맞고도 그 흉악범에게 달려들어 탄창을 빼앗고 경찰이 올 때까지 그를 덮친 두 세 명의 용감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더 많은 희생자들이 나올 뻔 했었다.
필자가 미국에 산지가 올해로 47년이 되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기현상중의 기현상은 미국인들과 미국 정계의 총기 사랑이다. 1963년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은 아직도 생생하다. 바로 그 다음날 당시 주미대사이던 김정렬씨를 전화로 인터뷰해서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좌우간 권총이 아니라 장총으로 케네디 일행의 자동차 행렬 부근 빌딩에서 저격한 리 하비 오스왈드는 경찰서에서 음란주점 주인이던 잭 루비의 권총 발사로 죽어 케네디 암살 배후에 대한 음모론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총기 구입이나 소지 제한에 관한 연방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잠깐 떠들썩하다가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그와 같은 패턴은 자주 반복된다.
1960년대 후반엔 대통령 선거 운동 중 로버트 케네디가 역시 권총으로 LA의 어느 호텔에서 암살되었고 그 얼마 후에는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박사가 테네시주의 어느 모텔 발코니에 섰다가 흉변을 당했다. 그때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잠잠해져 총기에 의한 살해 사건에 있어서 미국은 항상 세계 최고 기록을 유지하는 불명예를 지녀왔다. 또 흑백 차별 주장으로 유명했던 조지 월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가 대통령 예선에서 뛰다가 메릴랜드 근교에서 총격을 받아 반신불수가 되었다. 그리고 1981년엔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를 짝사랑하던 정신병자 존 힝클리가 레이건 대통령을 권총으로 저격했지만 실패를 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한동안 총기 범람에 대한 여론이 있었지만 또 수그러들은 건 마찬가지다.
미국 독립 대 영국의 빨간상의(Red Coats)를 입은 군대에 대한 독립군의 장총 등을 사용한 역사하며 인디언들을 제한 구역으로 몰아내는 영토 확장 사건 때의 총의 역할, 그리고 무법천지의 서부개척시대 자신이나 가족 보호를 위한 총기 소지의 역사 등을 아무리 읽게 되어도 21세기의 문명 시대에 아직도 총기 소유를 자유인의 징표로 간주하는 미국의 관행과 태도는 시대착오이며 언어도단이다. 헌법 수정 제2조에 민간인의 총기 소유가 보장되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필자의 소견으로는 시대착오적인 오판이다. 그리고 총기 소유 규제가 입법되기 전에는 투산의 비극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유가족들의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을 것이다. 다음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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