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참석한 ‘인셉션’ 파티에서 만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 동료회원인 밥 스트라우스(LA 데일리 뉴스)는 나를 보자마자대뜸 내게 “‘마더’에 나온 여배우 이름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이에 “김혜자”라고 가르쳐 주자 밥은 이를 몇 차례 연습하더니 “우리가 다음 달에 올해 베스트를 뽑을 때 난 그를 선정하겠다”며 김씨의 연기를 극구 칭찬했다. 난 그 때만해도 김씨가 LAFCA의 2010년도 최우수 여우로 선정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런데 지난 12일 LAFCA의 올해 베스트 선정 모임에 참석하고 나서야 김씨의 연기가 우리 회원들 사이에서 큰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날 각 부문 베스트를 뽑기 전 몇 회원이 내게 다가와 역시 김씨의 이름의 정확한 발음을 물어왔다.
LAFCA(정원 50명)는 성격이 아주 독특해 매년 여러 부문에서 거의 얄궂을 정도로 색다른 영화와 인물들을 베스트로 뽑긴 하지만 본 사람이 별로 없는 한국 영화의 배우를 베스트로 선정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 날 음악(‘소셜 네트웍’과 ‘고스트 라이터’ 공동), 촬영(‘흑조’), 최우수 여·남 조연(‘애니멀 킹덤’의 재키 위버와 ‘예언자’의 닐스 아레스트룹) 및 각본(‘소셜 네트웍’) 등에 이어 9번째로 최우수 여우 투표에 들어갔다.
그런데 김씨의 이름이 잇달아 던져졌다. “킴하이자, 킴헤이자, 킴자헤, 하이자 킴, 자이 하” 등 구구각색으로 발음하는 것을 들으며 속으로 웃으면서도 흥분이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LAFCA의 투표 절차는 각 부문에서 회원들 각자가 작품이나 인물 셋을 선호하는 순으로 3점과 2점과 1점을 매겨 부른 뒤 그 중 제일 많은 점수를 얻은 둘을 최종 투표해 베스트를 뽑는다.
그 결과 김씨가 43점을 ‘윈터스 본’의 제니퍼 로렌스가 41점을 얻어 결선에 올랐다. 이 때 가선 내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결과는 김씨가 20점 로렌스가 14점으로 LAFCA 사상 아시안 배우가 처음으 로 베스트로 뽑혔다. 물론 나도 김씨를 뽑았다.
“코리안이 마침내 해냈네”라며 미소를 짓는 나의 등을 한 동료가 두드리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는 “북한에게 본보기를 보여준 셈”이라며 한마디 했다. 아마 연평도 사건을 생각한 말인 것 같다.
내가 김씨와 로렌스 간의 결선투표 때 간이 콩알 만해진 것은 미국 인디영화인 ‘윈터스 본’과 로렌스가 올해 비평가들의 격찬을 가장 많이 받은 영화와 배우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윈터스 본’은 미 중부 산악지대에 살면서 혼자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는 10대 소녀가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는 얘기다. 로렌스는 지난 14일 발표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서도 최우수 여우(드라마 부문) 중 하나로 뽑힐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다.
그러나 우리 회원들은 김씨의 연민의 느낌과 거의 무표정한 기색으로 젖은 모습과 함께 무기력해 보이고 연약한 자태 속에 웅크리고 있는 강인함을 보여준 김씨의 연기를 크게 샀음에 틀림없다. 김씨의 연기는 모든 모정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진)
김씨가 LAFCA의 베스트로 뽑힌 것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서는 올해 최우수 외국어 영화로 뽑혀 ‘마더’는 겹경사를 맞았다. ‘마더’는 LAFCA에 의해선 최우수 외국어 영화로 선정된 6시간짜리 테러리스트 실화인 프랑스 영화 ‘칼로스’에 이어 차점작이다.
봉준호는 우리 회원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고 있는 감독이다. ‘괴물’에 이어 ‘마더’를 미국시장에 출시, 할리웃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그는 재미와 깊이와 지성을 함께 지닌 영화의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마더’와 김혜자씨가 각기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LA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 베스트로 뽑힘으로써 봉 감독이 할리웃에 진출할 문의 틈새가 열렸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김혜자씨가 내년 1월15일에 열리는 LAFCA의 시상 만찬에 참석 할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봉준호 감 독은 ‘마더’를 위해 방미 할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자씨가 LAFCA 시상식에 참석, 봉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의 성장을 미국에 널리 알리고 아울러 베스트로서 축하 받는 모습을 보게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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