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 노벨상을 받은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는 이 질문에 대해 시로서 대답한다.
‘그리고 그 것은 그 나이 때였다… 시는 나를 찾아 당도했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 것이 어디서 왔는지, 그것이 겨울로부터 왔는지 또 강으로부터 왔는지를 모른다.(중략)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나의 입은 이름들과 친숙하지 않았고, 나의 눈은 멀었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나의 영혼 속에서 시작됐다, 열인가 또는 잃어버린 날개들인가, 그리고 나는 그 불을 해독하면서 나의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첫 어렴풋한 행을 썼다.’
네루다는 또 시는 빵과 같은 것이어서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라기보다 그 것을 읽고 필요로 하고 또 사용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또 시를 현상에 대한 슬픔에 찬 명상으로 종국에는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한다. LA 오페라의 새 시즌 개막 작품인 ‘일 포스티노’(Il Postino-우체부)는 이 같은 시의 치유의 능력 그리고 궁극적인 변용의 힘을 그린 절묘하게 아름다운 오페라다.
멕시코 태생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재 남가주에서 살면서 가르치고 있는 다니엘 카탄이 작곡하고 가사(스페인어)를 쓴 ‘우체부’는 세계 초연(16일까지 공연)인데도 음들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첫 번에 단숨에 매료될 만큼 로맨틱하고 서정적이었는데 카탄은 인상파 음악과 현대 음악을 비롯해 푸치니의 음색과 탱고와 1950년대 미국의 팝음악까지를 장인의 솜씨로 칵테일해 준수한 작품을 창조했다.
‘우체부’는 1994년 마이클 레드포드가 감독한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의 한 작은 섬으로 망명한 사회주의자 네루다(필립 느와레)와 무식한 섬마을 우체부 마리오(마시모 트리오시)의 관계와 둘 간의 시심의 교환을 허구적으로 그린 내용이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에 의해 자신의 내면에 잠들고 있던 시어들을 깨달으면서 이 시어들을 사용해 자기가 사랑하는 마을 처녀 베아트리체의 가슴을 얻어내고 아울러 자신도 새롭게 변용된다.
시(예술)와 사랑의 불가분의 관계를 찬미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화다. 그런데 카탄은 “사랑과 시는 인간의 자기실현의 수단”이라고 말한다. 나는 당시 상징과 신비에 찬 이 영화를 보면서 햇빛 받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시어들에 취해 영화를 본 다음 날 네루다의 시집을 샀던 기억이 난다.
시집에서 읽은 실연의 아픔을 그린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어’를 다시 한 번 들춰본다.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행들을 쓸 수 있어.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 그리고 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지.(중략) 나의 사랑이 그녀를 간직할 수 없음이 무슨 문제가 되리요. 밤은 부서지고 그녀는 나와 함께 있지 않으니.(중략)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그 것은 분명해, 그러나 아마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가 봐. 사랑은 그렇게 짧고, 망각하기란 그렇게 기네.’
카탄의 네 번째 오페라인 ‘우체부’는 로맨티시즘에 치중한 영화와 달리 네루다의 정치적 견해를 상당히 많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시와 로맨스와 정치성을 균형 있게 취급해 그 것이 부담이 되진 않는다.
오페라는 처음에 다소 느리게 진행되지만 서서히 제 페이스를 찾으면서 로맨티시즘과 서정성과 열정의 음감과 톤과 색채를 갖추며 무르익는다. 특히 아리아와 듀엣과 합창의 멜로디가 아주 감미롭고 아름다워 처음 듣는데도 생경치가 않다. 카탄이 말했듯이 그의 음악이 다양한 선배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페라는 또 섹시하고 유머도 많은데 막이 오르자마자 네루다(플라시도 도밍고)가 자기 아내 마틸데(소프라노 크리스티나 갈라르도-도마스)의 옷을 벗기고 드러난 상체를 찬미하는 탑리스신의 노래가 매우 화끈하면서도 시적이다. 네루다는 아내의 벗은 상체를 “달빛의 선을 지녔으며 밀처럼 가늘고 또 쿠바의 밤처럼 푸르다”고 찬양하는데 가사가 하나의 시다.
이런 로맨티시즘과 정열은 마리오(테너 찰스 카스트로노보)와 베아트리체(소프라노 아만다 스퀴티에리)의 사랑의 듀엣에서도 만개하는데 이 두 쌍의 듀엣은 따로 독립해 들어도 즐거울 명곡이다. 이와 함께 어부들의 합창이 저 세상 것처럼 영적인 기운을 지녀 심금을 울린다. 카탄은 네루다 역과 마찬가지로 마리오 역에도 테너를 쓴 것은 두 사람이 ‘거울 이미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수들은 모두 노래를 가득 차고 아름답게 불렀고 그랜트 거션(LA 오페라 부지휘자)의 바톤 하에 오케스트라는 풍성하고 감미로운 연주를 했다. 푸른 색 위주의 세트와 조명과 의상 등도 모두 훌륭했다. 시와 사랑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오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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