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캐롤라이나 헤레라 2011 S/S 컬렉션
2011 머세디스-벤츠 뉴욕패션위크(Mercedes-Benz Fashion Week NY) 봄·여름 컬렉션에서 유명 드레스 디자이너 캐롤라이나 헤레라(Carolina Herrera)가 우리 고유 의상인 ‘한복’을 컨셉으로 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가장 먼저 패션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재스민 화이트 옥스퍼드 트윌 랩 재킷과 바지 정장은 갓을 쓴 선비의 모습이었다. 피날레 직전에 등장한 멀티컬러의 주름이 잡힌 꽃모양의 자수 장식 롱드레스는 영락없는 개량 활옷(전통 혼례복) 드레스였다. 이처럼 한 벌도 아니고 전체 컬렉션이 한눈에 봐도 한복의 이미지를 차용한 느낌이다.
한복 저고리의 동정과 옷고름을 연상시키는 캐롤라이나 헤레라 드레스(왼쪽부터). 옛날 선비들이 쓴 한국의 갓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롤라이나 헤레라의 봄 컬렉션. 주름이 잡힌 꽃모양의 자수 장식 멀티 컬러 가운은 영락없는 퓨전 혼례복 드레스이다.
소매와 꽃문양, 단아한 선은 물론이고 재질도 한복 소재인 견과 마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런웨이 소품으로 사용된 모자는 선비의 갓을 변형시킨 모자였다. 피날레 무대에 선 캐롤라이나 헤레라 역시 한복 퓨전 드레스 형태에 저고리의 옷고름을 디테일로 활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마치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조선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등장하는 송중기(구용하역)가 캐롤라이나 헤레라 컬렉션에 무한 영향을 미친 듯하다. 실로 송중기는 ‘성균관스캔들’에서 단정하게 갓을 쓰고 알록달록하고 세련된 색상의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조선판 메트로섹슈얼’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매회 살인 미소에 사탕 윙크까지 날리는 송중기를 보면 ‘한복 입은 자태 한번 곱다 고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여자보다 하얀 송중기의 피부가 색채의 미학이라 불리는 한복을 전통 천연염색 컬러부터 그린 머스터드, 인디언 핑크까지 두루 소화해낼 태세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 조선시대 패셔니스타로 등장하는 송중기의 한복 패션.
우아하고 단아한 전통미 ‘주목’
견·마 등 한복 소재 원단 사용
그뿐 아니다. 믹기유천의 단정하기 그지없는 도포 자락에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박민영(김윤식역)의 글은 한문이긴 해도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을 뒤흔든 디자이너 이상봉의 한글 칼리그래피 작업을 연상시킨다. 다음 시즌 뉴욕패션위크 컨셉 코리아 III에 이상봉 디자이너가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릴 예정이라니 캐롤라이나 헤레라가 불을 지핀 한국의 전통미가 뉴욕 패션계를 제대로 강타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머세디스-벤츠가 선정한 현재의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캐롤라이나 헤레라는 “전반적인 아이디어는 18세기 식물도감에서 얻었지만 원단과 디테일은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특히 이 모자는 아주 훌륭하다. 과거 한국에서 남성들이 쓰던 모자로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그녀의 컬렉션을 설명하는 2011 봄 패션 룩북에도 ‘Korean bow’ ‘Aster Korean Sash’ ‘Korean Gown’ ‘Korean Bolero’ 등 한국의 전통적 복식을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했음을 밝히고 있다. 아예 한복 저고리의 동정과 옷고름의 형태를 남겨둔 작품도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답게 한국의 전통 복식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디자인에 응용한 흔적이 확연하다.
‘패션계의 영부인’이라 불리는 캐롤라이나 헤레라는 재키 오나시스부터 르네 젤웨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패셔니스타들의 의상을 담당해온 베네수엘라 출신의 미국 디자이너이다. 패션을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뉴욕 스타일의 베테랑으로, 패션계는 그녀를 두고 우아함과 럭서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 디자이너라고 평한다.
패션디자이너가 수개월간 공들여 패션쇼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의 메시지이다. 그렇다면 베테랑 디자이너 캐롤라이나 헤레라가 찾은 2011년 뉴 럭서리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복이다.
이번 시즌 원단과 디테일을 한복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특히 소품으로 등장한 모자는 과거 한국에서 남자들이 쓰던 모자라고 설명하는 디자이너 캐롤라이나 헤레라.
한복 퓨전 드레스 형태에 저고리의 옷고름을 디테일로 활용한 캐롤라이나 헤레라의 피날레 작품.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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