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애정행위 중 가장 로맨틱한 모습은 아마도 두 연인이 서로의 입술을 포개는 키스일 것이다. 두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느라 겪는 미열이 나는 쾌적한 감기증세와도 같은 키스는 책과 음악과 그림 그리고 영화와 사진 등을 통해 많이 묘사돼 왔다.
그 중에서도 키스는 특히 로맨스 영화에서 분위기 조성의 포인트로서 구실을 하면서 우리들의 가슴에 동경과 희열의 흔적을 남겨 놓고 있다. 전에도 몇 차례 이 칼럼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크린의 키스는 ‘자, 항해자여!’에서의 제리(폴 헨리드)와 샬롯(베티 데이비스)의 그 것이다.
밤의 여객선 갑판에서 제리가 자기 입에 물고 불붙여 건넨 담배를 샬롯이 입에 무는데 접순치 않는 키스여서 더 로맨틱하고 간절하다. 이 장면은 지난해에 나온 영화‘싱글 맨’에서 모방돼 찬양된 바 있다.
그러나 영화 속의 키스가 아무리 로맨틱하고 정열적이요 아름답다고 한들 실제의 두 남녀의 입맞춤보다 더 할 수는 없다. 현실 속 두 연인의 키스를 꿈처럼 환상적으로 포착한 사진이 프랑스의 사진작가 로베르 돠노가 1950년 파리 거리에서 찍은 ‘호텔 드 비유의 키스’(사진)이다.
내 방에는 크게 확대한 이 사진을 담은 액자가 있는데 나는 이 사진을 우리 회사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어느 분에게 졸라 빼앗다시피 해 내 방벽에 걸어 놓고 완상하고 있다. 볼때마다 곱다.
흑백으로 찍은 ‘키스’는 마치 연무에 갇힌 듯 흐릿한 배경과 함께 번잡한 파리 거리의 한 카페 앞에서 젊은 두 연인이 정열적으로 입을 맞추는 모습을 담았다. 두 연인이 입은 옷을 보니 계절은 겨울인 것 같다.
헝클어진 머리에 스카프를 한 남자가 머리를 오른 쪽으로 돌린 채 오른 손으로 짧은 머리의 여자의 오른 쪽 어깨를 잡고 키스를 하는 순간 몸에서 떨어진 여자의 오른 손이 희열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불안정해 보여 아슬아슬한 전율감마저 느끼게 된다.
엄지와 검지의 끝이 서로 맞닿은 채 작은 공간을 만든 남자의 왼손은 약간 들어 올려졌는데 마치 손으로 사랑을 집어 올리는 것 같은 진행형 정지동작이다.
내가 이들의 프렌치 키스에 반한 까닭은 그것이 정열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둘의 키스에서 자옥하니 솟아나는 젊음의 순수와 순진 때문이다. 사실적인데도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로맨틱한 키스의 아름다움이 올곧하니 추출된 모습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돠노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과 함께 포토저널리즘의 길을 연 개척자로 특히 파리의 거리와 아이들을 비롯한 파리장의 일상을 즐겨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속 두 남녀는 배우 지망생들이었던 프랑솨즈 델바르(20)와 자크 카르토(23)로 돠노는 이들이 거리에서 키스하는 것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느껴 그들에게 키스를 재연시켜 찍었다. 이 사진은 같은 해 라이프지에 실려 전 세계적으로 파리의 젊은 사랑의 심벌처럼 되었다.
그런데 프랑솨즈와 자크의 관계는 9개월 만에 끝났다고 한다. ‘카사블랑카’에서 샘이 “키스는 키스에 지나지 않지요”라고 노래했듯이 둘의 사랑도 키스의 여운처럼 짧게 끝났고 말았다. 프랑솨즈는 돠노가 일종의 모델료로 서명을 해 자기에게 준 원판을 지난 2005년 경매에서 15만5,000유로에 팔았다고 한다.
로맨틱하기는 덜 하지만 이 프렌치 키스보다 더 유명한 것이 라이프지 사진작가였던 알프레드 에이젠스태트가 1945년 8월14일 V-J 데이에 타임스퀘어에서 찍은 미 수병과 간호사의 화끈한 아메리칸 키스다.
일본의 항복 소식에 거리로 몰려나온 인파 속에서 해군복을 입은 수병이 백색 유니폼의 간호사를 터질듯이 끌어안고 뜨겁게 키스하는 이 모습은 미국의 위대한 승리의 환희를 표현하는 우상이 되다시피 한 사진이다. 수병이 오른 손으로 간호사의 허리를 옥죄듯이 끌어안고 왼 손으로는 넘어질듯이 몸을 뒤로 젖힌 여자의 머리를 받치고 격렬하게 키스하는 모습에서 승전의 기쁨과 함께 미국의 패기가 생생하게 감지된다.
한편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사진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듯이 트루먼 대통령이 일본의 항복 소식을 발표한 14일 하오 7시 직후가 아니라 그보다 몇 시간 전에 찍은 사진이기가 쉽다는 것.
신문은 당시 거리에 나와 이 키스 장면을 목격한 간호학생이었던 글로리아 딜레이니(84)의 말을 인용, 사람들은 대통령의 발표 훨씬 전에 이미 승전 기분에 들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어 유니폼을 입었던 글로리아도 그 날 최소한 열두어 번 정도 남자들의 키스 세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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