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your handicap?’
처음 보는 어떤 사람이 대담하게 나에게 묻는다. 나는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다’라고 부아가 나는 것을 참으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답을 들은 사람은 생각지도 못했던 생소한 답에 난감해 했다. 처음 골프장에 나가서 겪은 에피소드다.
골프에 대해 지식이 짧은 것도 있고 직업병 수준의 ‘장애’에 대한 단어해석의 경험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요즘 골프계에서도 ‘핸디캡’이라는 단어보다는 ‘평균점수’로 묻고 대답하자는 대안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수백년을 내려온 전통을 깨고 대중적인 변화를 얻어내기에는 아직 쉽지 않다.
결국 핸디캡이라는 단어는 일반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단어다. 골프라는 환경에서 자신의 실력의 정도를 일컫는 말이고, 또 우리가 한국어 신문을 읽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어려움이 영자신문을 대할 때, 암담함으로 다가오는 바로 그 느낌이 핸디캡이다.
핸디캡은 사회의 편견이나 환경적 시설에 의해 만들어진 장애물을 의미하는 말로 장애가 있어도 핸디캡이 없을 수 있고 장애가 없는 사람도 주어진 환경에서 장애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아픈 부분이 있고 그것도 또한 핸디캡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게다가 ‘핸디캡’은 원래 손 (hand)에 모자(cap)을 들고 있다는 말에 근원을 둔 ‘거지’를 표현하는 말이기에 더욱 더 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단어이다.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주차공간에 붙어있는 글귀에 handicapped로 쓰여 있는 것은 아직 채 바꾸어지지 않은 잘못된 팻말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면 한국어의 변화에 적응해 올바른 단어사용에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이민생활이 긴 동포사회에서는 아직도 옛날식 표현을 하거나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옛날의 식모는 이제 가사도우미이고, 쓸어도 쓸어도 없어질 것 같지 않은 낙엽을 깨끗이 빗질을 해주시던 다정한 청소부 아저씨들의 명칭도 환경미화원으로 바뀌었다.
사회사업가는 사회복지사로 바뀌었고 대통령 각하도 대통령님으로 바뀐지 오래다. 불구자, 병신, 벙어리, 장님, 봉사, 정신박약, 바보라는 말도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장애인으로 부르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지체장애인이고 시각장애인이고 청각장애인이며 지적장애인이라고 부른다. 물론 어린 아동의 경우에는 장애아라고 부른다.
장애우도 옳은 표현법이 아니다.
유피미즘 (Euphuism)으로 대화에 불편한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연히 말을 하고 듣는 입장에서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죽었다’라는 표현보다는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이 덜 충격적이고 부드러운 인상과 슬픈 위로의 말을 담은 듯하다. 그런데 유피미즘의 가장 큰 폐단은 중요한 이슈의 핵심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사회적인 책임이 담긴 말이나 장애우라 함으로서 마치 모든 사람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친구로 받아들여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또 장애인에게도 친구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누구나 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친구여야 하는가 하는 인권침해의 요소까지 가진 단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가장 법적으로 올바른 표기법은 ‘사람먼저 부르기’이다. 그래서 장애인 교육법도 사람 먼저 부르기를 실천하며 ‘IDEA’(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로 바뀌었다. 이 표기법은 영어의 문법체계에서는 가능하지만 한국어 문법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이름으로 부르고, 직분이나 직책으로 부르고, 누구의 아들, 누구의 여동생과 같이 인척관계로 먼저 부르는 것이 우리나라의 좋은 관습이다. 사사로운 자리에서야 두 사람이 이해하는 수준에서의 어떤 표기라도 수용될 수 있지만 공식적인 석상이나 언론매체에서는 법적으로는 적절한 ‘장애인’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을 일반인보다 의지가 더 많다고 과장된 표현을 하거나 부족하고 불행한 사람으로 왜곡해 표현하는 방법도 지양해야 한다.
김효선 교수/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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