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이용해 지원서 작성도 준비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에세이도 서서히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이상하게도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을 담은’ 또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포인트를 입학 사정관들에게 보여주는 에세이의 개념을 실제 반영하는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어렵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 알찬 에세이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학마다 에세이 주제도 다르고, 학생 개개인의 사정이 다른 만큼,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들을 바탕으로 에세이 작성방법을 살펴봤다.
대학 지원서 에세이란
보는 시각에 따라 매우 광범위한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요약해 본다면 정해진 공간 안에 개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퍼스널 스테이트먼트’(personal statement)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때 성적과 각종 학력 평가시험 점수 등을 먼저 살핀 뒤 과외활동과 에세이를 보게 된다. 즉 숫자가 아닌 다른 면에서의 인물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교과정에서 나름대로 어떤 성취가 있었다면, 그 성취 자체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까지의 과정이나 동기, 생각, 신념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그 같은 성취의 뒷받침이 됐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내가 주인이다
대학 지원서 에세이 주제 중에는 어떤 사실이나 인물을 담고 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그 자체를 설명하는데 집중한다.
대학에서 이를 물어보는 것은 사실이나 인물을 바탕으로 지원자 자신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과학이나 수학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과학과 수학을 잘 한다는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피하고, 어떤 동기로 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를 사실 그대로 풀어주면 된다. 여기에 중심은 지원자가 본인이 당당하게 서 있어야 한다.
대학 에세이의 일반적인 유형은
가장 많은 질문이 ▲합격하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 ▲왜 우리 대학에 지원했나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질문을 묻는 이유는 “왜 그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지 관심과 열정을 보고 싶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우리 대학이 지원자가 지원서를 제출한 여러 대학 중 하나인데 정말 오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원한 대학에 대해 최대한 알아보고, 자신과 무엇이 연결돼 지원서를 제출하게 됐는지에 대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검토와 수정
에세이 작성을 서두를 것을 재촉하는 이유는 검토와 수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얻기 위함이다. 어떤 글이든 단 한 번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마치 철을 뜨거운 불에 넣었다가, 망치로 때리고, 다시 불속에 집어넣는 과정을 통해 강철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2학년 1학기에 들어간 뒤에야 대학 에세이 주제를 보고, 거기에 맞는 자신의 토픽을 골라 연결 지으려다 보면 어느 순간 흔들릴 수가 있다. 이것이 심해지면 갈팡질팡만 하다가 대충 쓰기 십상이다.
검토는 다른 사람의 ‘훈수’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쓴 글을 자신이 다시 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일종의 자기최면에 걸려 있어 부족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쉽게 눈에 띄기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각과 인식을 통해 방향과 스타일, 아이디어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고, 필터링도 가능하다. 이 같은 검토와 수정작업은 단단하고, 알찬 에세이를 만들어준다.
물론 수정 과정에서 맞춤법이나 문법에 잘못된 것이 있는지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일부 학생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것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한다.
첫 구절이 중요하다
잘 쓰인 에세이는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고, 관심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 문장에서부터 입학사정관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입학사정관들은 개인 당 담당하는 지원서가 수십 장이 넘는다. 대학에 따라 사정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평범하거나 틀에 박힌 듯한 글이라면 아무래도 관심이 덜 갈 수밖에 없다.
에세이도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한 개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작성하게 되는 에세이는 적게는 두 개, 많으면 4개가 될 수도 있다.
복수의 에세이를 작성하다 보면 가장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내용의 중복일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입장에 섰을 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면 그리 반가운 지원자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을 비롯해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를 분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3개의 에세이를 작성해야 한다면 자신의 희망 전공이나, 관련된 과목에 대한 강한 열정을 담아보는 것을 하나 만들고, 다른 하나는 과외활동 내용 중 자신이 배웠던 소중한 경험 등을 토픽으로 골라 다룰 수 있다. 또 나머지 하나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한다면 어느 정도 균형도 잡히고, 자신이란 존재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한 예이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사정과 상황, 지원 대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표절은 절대 금물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웬만한 정보와 자료는 클릭 몇 번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때문에 일부 지원자들은 인터넷에서 글을 따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학들은 이를 가려내기 위해 검색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까지 동원한다.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의 에세이가 완벽할 수는 없다. 이 점은 대학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하고 진솔하게 글을 작성하면 된다. 과욕을 억제하지 못했다가 남의 글에 손을 댄 사실이 발각되면 모든 것이 거기서 끝이 난다.
에세이 작성, 준비가 반이다
주제를 알았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작성하는 것은 방향과 목표 없이 길을 떠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제자리로 되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안건을 만들어놓고 하나씩 확인할 필요가 있다.
1. 전공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그 공부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막연히 이 대학에 좋아서, 또는 유명해서 지원한다는 무의미한 내용을 없앨 수 있다.
2. 고교과정 이력서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대학 에세이 주제는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과 연결돼야 쉽게 글을 써내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학업과 과외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차근차근 읽어보면 에세이에 쓸 소재와 팩트가 나오게 된다. 수없이 강조되는 것이지만, 이력서가 그대로 에세이에 옮겨지는 것은 금물이다. 이미 지원서 안에 이에 관한 대부분의 내용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지원 대학 리스트
자신이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에세이를 작성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제를 모르는데 에세이를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늦어도 8월부터는 지원 가능한 대학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그 대학들의 에세이 주제가 무엇인지 정리해 둔다. 이유는 같은 질문들이 틀림없이 나오기 때문으로, 이를 알면 에세이 작성 시간과 노력을 줄이게 된다.
4. 공통원서부터 시작한다
이미 공통원서 에세이 주제는 온라인으로 공개돼 있다. 주제를 아는 만큼 일을 미룰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작성해 나가면 여름방학 동안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8월부터 각 대학 추가 원서의 에세이 주제들이 발표되면 하나씩 시작할 수 있다. 여름방학 중 공통원서 에세이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2~3개 대학의 추가원서 에세이를 시작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방학은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UC계열에 지원한다면 10월에 온라인 지원서가 오픈하더라도 이전에 프리뷰 형식으로 에세이 주제를 미리 살필 수 있는 만큼 이를 가능한 빨리 알아내 시작하도록 한다.
<황성락 기자>
에세이 작성에 앞서 자신이 지원할 대학의 윤곽을 잡고, 고교 4년의 활동 내용을 정리해 두면 많은 도움이 된다. 고교 뮤지컬 팀에서 연습중인 학생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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