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30년 41개국이 참여한 첫 월드컵 대회 이후 19회째로 열리는 이번 월드컵 본선은 204개국 중 지역예선을 통과한 32개 팀이 경기를 치르게 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세계의 화합이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흑백의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희생적인 지도력을 보여온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기 종목이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북한도 본선에 진출했으니 월드컵 소식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지난번 대회 우승국인 이탈리아가 ‘승리의 신’을 상징하는 조각이 들어 있는 금 우승컵을 다시 들어 올릴 것인가? 궁금해진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우승컵은 어느 팀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
왜 축구가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일까? 뛰어다니는 사람이라면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가장 간단한 공, 아니면 공 비슷한 것만 있으면 발로 차고 싶은 인간의 심리 때문이 아닐까? 비용이 가장 안 드는 운동이니 가진 자나 못 가진 자 모두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일본, 이탈리아, 고대 그리스, 페르시아에는 예전부터 축구와 비슷한 경기 기록이 있다. 약 3,000년 전에 중국에서는 머리카락이 든 가죽 공을,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짚을 뭉쳐서 아니면, 돼지 오줌보를 찼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전사들을 훈련시키는 수단으로 축구를 시켰다고 한다. 오늘날 월드컵 축구경기도 현대에 벌어지는 국가 간의 상징적인 전쟁을 연상케 한다.
현대식 축구는 영국에서 1863년 럭비와 현재 축구의 모체가 갈라져 나오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종주국인 영국의 해외 진출과 함께 축구는 세계로 퍼졌다. 오늘날 축구연맹의 회원국이 유엔 가입국보다 많은 208개국이나 된다고 하니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 묶어준다.
나는 축구가 11명이 협력하여 움직이는 경기라서 특별히 좋아한다. 개개인도 중요하지만 팀웍이 더 중요하다. 온 몸으로 공을 받고 주면서 협력한 후에 나오는 결정체가 ‘골’이다. 경기 중에 골이 들어가면 방송 아나운서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며, 관중들은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누구나 껴 앉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축구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다. 빗장 수비로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이탈리아, 예술적인 아트 사커를 하는 프랑스, 춤을 추듯 축구하는 브라질. 그 중에서도 빠르게 움직이며 공을 잡자마자 즉각적으로 패스를 하는 영국 스타일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영국팀들은 축구를 즐기며 하는 것 같아 보기에 신이 난다.
나는 매일 일하러 가면서 축구를 연상해 본다. 같이 일하는 모든 분들이 나의 팀 동료들이다. 예전에는 일하는 동료들이 환자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저희 병원에 오셨죠?”라고 물어보았다.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니까 몸도 마음도 힘들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신나는 축구를 하기로 약속하고 “제가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라는 말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문제’라는 축구공을 없애 버리고 ‘서비스’라는 공으로 바꾸었다. 앞에서 전화를 받는 미셸은 명랑한 목소리로 확실하게 환자를 맞이한다. 깨끗한 인상의 이영표 선수 같다. 서니는 중간에서 필요한 차트와 검사 결과를 정확하게 케이티에게 전달한다. 서니는 얼마나 왔다갔다 해야 하는지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와 비슷하다.
뒤에서 케이티는 환자의 필요와 약을 검토한 후에 내가 환자의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치 이청용 선수의 확실한 센터링과 같다. 가끔 일이 정확하게 처리되지 않아 우리 모두 어려운 지경에 도달하면 마지막으로 해결해 주는 조이스는 노련한 거미손 이운재 선수와 같다.
우리는 하루 종일 ‘짜증과 스트레스’라는 상대방의 거친 태클을 넘어 ‘봉사’라는 골을 넣자고 다짐해 본다. 시합에서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나는 축구를 한 날은 언제나 재미있는 하루다.
김홍식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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