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웨이를 운전하고 가다가 ‘독도(Dokdo)’라는 글자가 갑자기 눈에 띈다면 어떨까? 망망한 동해 한가운데에 외로이 솟은 독도 사진을 배경으로 ‘독도는 한국 땅(Dokdo Island Belongs to Korea)’이라는 대형 광고판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곳이 한국도 아닌 미국이니만큼 우선 신기하고, 다음 순간 반가울 것이다. 그리고는 혈육을 만난 듯 가슴 찡한 감동이 밀려드는 것이 이민1세 우리의 공통된 반응일 것이다. 독도는 그냥 ‘혈육’도 아니다.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지켜야 할 국토의 동쪽 끝 애처로운 막둥이 같은 존재다. ‘독도’ 하면 머리보다 먼저 가슴에 번지는 어떤 감정의 파장이 있고, 그것은 한국민족인가 아닌가를 가를 만큼 우리에게 확고하다.
‘독도’ 광고판이 LA 동쪽 30마일쯤 지역 60번 프리웨이 선상에 지난 1월부터 세워져 있다. 인근지역의 사업가 알렉스 조씨가 설치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거액을 들여 광고판을 설치했을 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 지역을 지나는 한인들은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일 것이다.
한국의 가수 김장훈씨가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전면광고를 냈을 때,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를 냈을 때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마음이었다. 공익을 위해 사재를 터는 선행에 박수를 보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광고성 ‘독도 알리기’는 여기까지였으면 한다. 그만한 돈과 열정을 쏟아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짚어볼 때가 되었다.
독도 광고판 때문에 지난 한주 남가주 한인사회가 시끌시끌했다. 일본 총영사관이 광고철거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온 때문이었다. “역사적, 국제법적 견지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편지 내용에 한인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자, 독도 홍보용 기금을 조성하자, 옥외 광고판을 더 설치하자 …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다.‘독도’이슈가 미국 땅에 상륙했다.
‘독도 사랑’ 표현은 한국에서와 미국에서 달라져야 한다. 독도에 대한 공감대가 탄탄한 한국과 달리 미국사회에서는 ‘Dokdo’가 무엇인지 거의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혀 전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눈에 ‘독도는 한국 땅’ 광고가 어떻게 비칠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이름 모를 섬이 어느 나라의 땅이란 광고가 붙었다면 우리는 어떨까. 십중팔구 무심하게 넘기거나 ‘좀 느닷없다’는 느낌 정도일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인 한 2세여성은 독도 광고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도가 뭐지? 뭔가 분쟁이 있는 가 본데, 그렇다고 왜 미국에서 이런 광고를 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면 굳이 그런 광고를 할 필요가 무어냐는 지적이었다.
우리가 우리끼리의 카타르시스성 만족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무엇을 알릴 것인가 하는 메시지의 문제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명백한 사실이 아니라 일본이 어떻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며 남의 영토를 노리는 지 그 진상을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광고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권위 있는 주류신문에 기고문이나 심층취재 기사가 실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읽고 사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인사회의 가장 큰 자산은 각계에 포진해 있는 실력 있는 2세들이다. 그들에게 독도에 관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그들이 기고할 수 있게 한다면 타임스퀘어 광고의 몇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방안은 교육이다. 미국학교에서 독도 영유권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가르친다면 미국의 차세대 여론은 자연스럽게 조성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독도를 포함한 세계 각 지역 영유권 분쟁문제를 주제로 한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해당 과목 교사들에게 제공한다면 교사들은 보충교재로 기꺼이 사용할 것이라고 레너드 초이 교감(웨스트체스터 고교), 수지 오 교장(3가 초등학교)등 교육현장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울러 학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일반인들은 물론 학자들도 독도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학자들이 체계적으로 자료를 조사해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겠다. ‘독도’ 홍보를 위한 우리의 돈과 열정은 앞으로 이런 작업들에 쓰여 졌으면 한다. 그런 시스템이 먼저 필요하다.
권정희 /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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