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트렌트라는 심리학자는 우주 항공 엔지니어와 대화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을 ‘2도 각도의 차이’ 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그 책에 의하면 지구와 달의 거리는 약 24만 마일인데, 이는 지구 30개를 연결한 거리이다. 우주탐사선이 달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각도를 불과 2도만 잘못 잡으면 지구에 도착할 때는 1만1천120마일이 달라진다고 한다.
존 트렌트 박사는 이를 응용해 인간관계 뿐 아니라 건강관리에서도 각도를 2도만 돌리면 우리들이 바꾸고자 하는 것을 서서히 그러나 힘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한인을 포함한 미국 성인들의 대표적인 병은 고혈압, 당뇨, 중풍과 심장마비 등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증이다. 병이 처음 발견되면 환자들 마다 보이는 반응이 제각기 다르다. 보통은 충격, 그리고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이 앞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병을 잘 조절한다면 여러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지시에 잘 따른다 해도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음식조절과 운동이 그러하다. 처음에는 잘 하다가도 곧 지치거나 느슨해진다.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은 정기적인 진찰 때마다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핑계를 대기도 한다.
“모임이 왜 그렇게 많은 지요” “ 한국에서 온 친구를 대접하다 보니…” “옆에서 너무 잘 먹으니” 등. 덧붙여서 자신의 각오를 피력함으로써 의사의 입을 막아 버린다.
“내일부터는 한 시간 이상씩 걷겠습니다” “ 일주일에 세번 이상 체육관에 가려고 아예 일년치를 등록하겠습니다” “ 이번 달에 몸무게를 최소한 10파운드를 빼겠습니다”
그러나 기대치를 너무 높이 잡으면 실제로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현실적으로 가능한 ‘미세한 2도의 변화’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다. 평소 생활을 즐기면서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열량이 많은 디저트를 매일 먹는다면, 그 디저트를 완전히 끊지 말고 우선 반으로 줄여 보는 것이다. 그것이 익숙해진 다음에는 디저트를 이틀에 한번씩 먹는 것으로 바꾸어 본다.
커피를 애호한다면 커피에 설탕을 타지 말고 마시는 것이다. 매일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은 하루에 한번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도록 해본다. 아니, 처음에는 내려가는 것만 계단을 이용하여도 좋을 것이다.
자동차 주차는 가능한 한 멀리 해놓고 걸어간다. 운동이 부족하지만 시간에 쫓겨 체육관에 못 간다면 우선 주위를 하루에 10분만이라도 걸어본다. 간지러운 봄바람에 실려 오는 남가주 라일락 향기는 고향의 아카시아 향기를 연상케 해서 더욱 기분이 좋다.
텔레비전 시청, 음주와 흡연도 2도씩 줄여나가면 끊기가 더 쉬울 것이다. 그런 작은 노력들이 시간과 함께 모아지면 달 우주탐사선 이야기처럼 나중에는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2도 각도의 변화’는 건강에서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우선 만나는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가벼운 인사를 한다. 인사하는 것이 몸에 배면 조금 더 크게 인사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시도해본다.
자녀들과 서먹서먹한 시간이 오래 되었다면 먼저 “하이!” 하고 웃어 본다. 그 다음에는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해 본다.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면 좋아하는 것을 사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해본다. 아내가 요즘 시큰둥하다면 한번 슬며시 설거지를 해보자.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가보자. 그 다음에는 영화를 보러가자고 할까?
존 트렌트 박사는 일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해주기를 원하는 일 꼭 한가지만 물어본다고 한다. 다른 일을 제쳐놓고 아내를 위해 하는 그 한 가지 일이 ‘2도 각도’ 이고 그것이 오래 쌓이면 두 사람의 관계는 훨씬 좋은 자리에 가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사회와 다른 사람들이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하기 전에 내가 바꿀 수 있는 2도는 무엇일까?
김홍식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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