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놀라운 신비이며 아름다움이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이 글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1976)에 정리되어 있는 내용이다. 지난 해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옆에 두고 애독한다고 보도됐다.
절제는 용기다. 스님은 ‘산에는 꽃이 피네’와 ‘무소유’ 등 에세이집 30여권 재출판 중지를 유언의 하나로 남겼다. 스님은 “내 책을 재출판하지 말며,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갈 때 관도 수의도 필요 없이 입은 승복 그대로 나무 평상에 누워서 가리라”고 말했다.
78세로 입적(入寂)한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5천여명의 추모객이 모여 경내의 은연한 범종소리가 108번 울리며 염송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거행됐다. 마침내 애도소리는 “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세요”라는 비통함으로 이어졌다. 불꽃은 마침내 장작더미를 삼키고 법정 스님과 사바세계와의 마지막 인연도 모두 끊었다. 눈물바다를 이룬 신도들은 모두 스님의 극락왕생(極樂往生)을 염원했다.
진정한 ‘무소유’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것은 불필요한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은, 진정으로 영혼이 자유로운 상태를 말함이리라.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하다. 스님은 “계속해서 먼 길을 가려면 짐이 가벼워야 한다. 버리기는 아깝고 지나기에는 짐이 되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빈 마음은 무심(無心)이다. 갖는다는 것은 얽매인다는 것이다. 아쉬운 듯 모자라게 살아야 행복이 반긴다.
스님은 이름 없이 남을 도왔다. 평생에 펴낸 30여권의 책 인세는 수십억원에 달했다. 이 기금은 유학생과 장학생들에게 지원돼 석사, 박사를 수백명 키웠다. 스님은 평소에도 “선행은 잠시 맡은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은 존경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삶은 꽃이다. 사랑은 그 꽃의 꿀이다”라고 말했다. 스님에게도 꽃처럼 아름다운 미담이 숨겨져 있다. 천주교 이해인 수녀님과 기생 출신으로 대원각을 운영했던 김영한씨와의 인연이 그것이다. 두 분 다 ‘무소유’ 글 등을 통해 스님과 인연이 생겼다. 사랑의 꽃은 겸손하다.
현재 이해인 수녀님은 암 판정(2008)을 받고 부산 광안리 수녀원에서 투병생활 중이다. 수녀님은 법정 스님의 부고를 듣고 “이젠 어디로 갈까요. 가슴 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 달로 떠오르십시오...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편지도 안하고... 피하면서 살았던 저입니다. 오래 전 스님과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서 조가비를 줍던 기억도, 단감 20개를 사들고 저의 언니 수녀를 방문했던 기억도 납니다”라고 썼다.
사랑은 희생이다. 스님의 길상사 창건도 기생 ‘진향’의 10년간의 집요한 설득이 있어 시주(1997)가 이루어졌다. 진향의 본명은 김영한(1916-1999)씨로 16세 때 조선 권번에 등록됐었다. 현재 길상사 자리에 한식당 청암장을 운영하다가 나중에는 제 3공화국의 밀실 정치로 유명한 대원각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했다.
설법차 LA를 방문한 스님과의 만남 이후 두 사람은 시주 승락 때까지 존경어린 친분을 이어갔다. 시주시 대원각은 7,000여 평의 땅에 40여동의 건물로 당시 시가가 1,000억원을 호가했다. 길상사가 창건(성북구 성북2동)된 날에 김영한씨는 법정 스님에게서 염주 하나와 ‘길상화’란 법명(法名)을 선물로 받았다.
법정 스님은 누구인가. 그는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비구계 수계(1959.3.15), 불교 신문사 논설위원 및 주필(1973)을 지낸 후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의 산촌 가옥(1992)에서 참선(參禪)과 집필에 몰두해 왔다. 그 후 5년 뒤에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으로 취임(1997)했다.
스님의 입원비는 길상사에서 빌려 썼으나 갚았다는 소식에 병원비 6,200만원을 원불교 신자인 홍라희(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부인)씨가 대납했다. 열반(涅槃) 후에 그의 청빈(淸貧)은 더욱 존경스럽다.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한 자유인으로 이승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홀연히 떠난 법정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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