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갈수록 고급화
울 100%나 캐시미어 등
가볍고 따뜻한 패브릭
롱코트보다는 하프코트
■코트 구입에 앞서
최근 한국에서 잘 나가는 한 남성 스타일리스트는 인터뷰에서 옷 잘입는 비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패션에 미쳐야 한다’고 답했다. 패션에 제대로 미칠 수 있는 여성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패션에 미치는 건 고사하고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감각적으로 옷 잘 입는 한인 남성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간혹 ‘나 한 패션 하거든’이라고 철썩 같이 믿어 의심치 않는 얼굴을 한 한인 남성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들의 그 ‘한 패션’이라는 게 금방 기름 독에서 빠져 나온 듯 느끼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 게 다반사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짧은 다리를 강조하는 골반 바지의 부츠컷 스타일로 스티치 현란한 값비싼 프리미엄 진(주로 트루 릴리전)에 ‘니폰 필’ 가득한, 몸매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명 ‘쫄티’에, 정말이지 참기름을 바른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무스 범벅의 닭 벼슬 헤어스타일. 그리고 스니커즈를 갖춰 신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꽤 많은 아저씨들이 여기에 검은색 페라가모 슈즈를 전리품처럼 떡 하니 갖춰 신는 것이 교과서처럼 됐다.
수트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역시 ‘나 한 패션 하거든’하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에 파리가 앉으면 바로 미끄러질 것 같은 무스 범벅 머리를 베이직으로 딱 붙다 못해 터져 나갈 것 같은 ‘은 갈치’ 수트에 벨트와 허리띠를 세트로 페라가모 로고가 떡 하니 보이게 차고, 신고(짝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루이뷔통 메신저 백을 메는 게 유니폼이다. 여기에 커프스 링크를 하고, 요즘 유행하는 큼지막한 오버 사이즈 시계를 찼다.
이 두 남성 패션의 공통점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진하다 못해 역한 향수 냄새다. ‘불가리 블루’ 같기도 하고 ‘캘빈 클라인 이터너티’ 같기도 한 시트러스 향 진한 향수를 병째 부은 듯한 독한 냄새는 향수에 투자한 돈이 아깝게 느껴질 지경이다. 상황이 이쯤 이르게 되면 도대체 그 자부심 가득한 표정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궁금해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혹시 스스로 엄청 옷 잘 입는다고 생각하죠?”오호 애재라.
만약 위에 해당하는 패션감각을 소유한 아저씨들이라면 오늘 당장 옷장부터 정리하길.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베이직에 길을 물어라. 코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몸에 보기좋게 피팅되는 블랙 트렌치코트와 원버튼코트로 뛰어난 패션감각을 보여준 배우 이병헌의 한국 남성복 캐털로그 사진. 진한 코트에 애플 컬러 머플러로 액센트를 더해 시크하면서도 댄디한 느낌을 준다.
색상은 ‘카멜 컬러’대세
여성 패션 못지 않게 남성 패션에서도 슬림화 경향은 두드러져 이번 시즌 남성 코트의 유행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맞춘 듯 몸에 꼭 맞게 입는 것이다. 소재는 여성복이든 남성복이든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울 100%나 캐시미어와 울 혼방 혹은 실크 혼방 등 가볍고 따뜻한 패브릭이 대세다.
물론 캐주얼 브랜드에선 레이온 혼방도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코트는 한번 사서 비교적 오래 입는 아이템인 만큼 소재만은 꼼꼼하게 골라 고급 소재를 선택하는 게 나중에 후회가 없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코트의 멋스러움은 소재가 80% 이상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의 피부색과 어울리는
색상 고르는 게 키포인트
겨울 의류들 ‘지금 세일중’
■코트 유행경향은
캘리포니아에선 당연하게도 너무 두꺼워 들고 있으면 서류가방보다 무거운 소재보다는 당연히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조차 알 수 없을 만큼 가벼운 패브릭이 유용하다. 컬러는 남성 코트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네이비나 블랙, 그레이 등이 대세지만 남녀 패션 모두에 ‘클래식의 귀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카멜(camel) 컬러가 급부상 중. 최근 한국 인기 드라마 ‘그대 웃어요’의 정경호나 인기 시트콤 ‘지붕킥’(지붕 뚫고 하이킥)의 최 다니엘이 간간이 입고 나오는 ‘완소‘(완전 소중) 카멜 컬러 피코트나 무릎 길이의 클래식 코트를 보고 있노라면 코트 입은 남성이 얼마나 섹시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게 된다.
길이는 허벅지와 무릎 사이의 클래식한 길이에서부터 하프 코트, 피코트(허리선을 조금 넘는)까지 다양한 길이가 유행하고 있지만 뉴욕처럼 추운 지역이라 할지라도 롱코트 유행은 한물 간 것처럼 보인다.
디자인은 원 버튼보다는 트렌치 코트 스타일의 디테일이 복잡한 더블 버튼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허리를 묶는 벨티드 코트보다는 허리라인이 날렵하게 들어가 굳이 벨트가 없어도 몸매가 드러나는 스타일이 유행이다.
만약 코트가 부담스럽고 입기도 거추장스럽다면 여름을 제외하고 즐겨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가죽 재킷을 코트 대신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요즘은 정장에도 가죽 재킷을 매치해 포멀하면서도 댄디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 중이다.
■어떻게 구입할까
물론 코트라는 아이템이 올해만 입고 말 아이템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패션 아이템이 다들 그렇듯 천년만년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너무 튀지 않는 것만을 고집하다 밋밋하다 못해 전형적인 ‘아저씨 룩’을 연출할 필요는 없다.
베이직에 충실하되 유행경향도 적절히 가미된 세련한 디자인과 컬러를 고르도록 하는 게 좋다. 코트 디자인은 평소 수트 차림이 많다면 포멀하면서도 클래식한 것으로, 세미 정장이나 위켄드 룩을 즐긴다면 이보다는 조금 캐주얼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컬러는 무조건 유행 컬러나 블랙보다는 자신의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후회 없겠다.
물론 지금 코트를 사기엔 어찌보면 ‘겨울 다 갔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가격만 놓고 본다면 지금이 겨울 투자 아이템을 사기에 가장 적기다. 백화점들은 이미 봄이 오기 전 입는 리조트 아이템들을 쇼윈도에 걸어놓고 겨울 아이템들을 최고 70%까지 세일하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하다.
브랜드 선택은 남성 수트를 샤핑해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미국 브랜드보다는 유럽산 브랜드가 한인 체형엔 훨씬 더 잘 맞는다. 아주 팔 다리가 짧은 남성만 아니라면 일부 유럽산 브랜드는 소매 수선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제냐(Ermenegildo Zegna)나 폴 스미스(Paul Smith), 보스(Hugo Boss) 등 수트 브랜드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코트도 입체 재단으로 아름답게 나오는데 오리지널 디자이너 레이블은 소재와 길이에 따라 2,000달러가 넘는 것들도 많지만 이들 세컨 브랜드인 제냐 스포츠, PS-폴 스미스, 보스 오렌지 레이블 등에서는 울 코트를 세일가로 300~500달러안팎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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