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다섯 살 때 나침반을 처음 보았다. 아파서 누워있는데 아버지가 가지고 놀라며 나침반을 주었다. 호기심에 차서 나침반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는 바늘이 항상 한쪽만을 가리키는 것이 대단히 신기했었다고 한다.
그때 받은 인상이 깊게 남아 자연의 불가사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훗날 그는 회고했다. 우주에는 무한히 큰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고, 사물의 이면에는 깊숙이 감춰진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최초의 자극은 유년기의 나침반이었다.
워싱턴 D.C. 교육구 미셸 리 교육감의 개혁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며칠 전 발표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교육구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크게 향상 되었다며 리 교육감의 개혁 덕분인 것 같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지난 2007년 6월 부임 이후 미셸 리 교육감은 논란을 몰고 다녔다. 엉망으로 망가진 교육 시스템을 바로 잡으라고 스카웃된 그는 과감하게 개혁방안들을 밀어붙였고, 그때마다 찬반여론이 빗발쳤다.
논란이 특히 심한 것 중의 하나는 현금포상제다. 교육구내 15개 중학교의 학생들은 학교 빠지지 않고 숙제 착실히 하며 시험 성적 좋으면 매 2주마다 최고 100달러를 상으로 받는다. 빈민가의 어린 학생들에게는 큰돈이다.
“아이들에게 뇌물을 주다니… - 교육계의 비난은 거칠다. 학생들에게 배움은 배움 자체가 기쁨이 되고, 최선을 다한 노력은 좋은 결과 자체가 보상이 되는 것이 교육적이라는 주장이다. 일반적 환경의 학생들에게 ‘A 학점 하나에 얼마’ 식의 포상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열 살 남짓이면 마약 팔고 갱 되고 감옥 들락거리는 것이 보통인 도심 빈민지역에서 ‘배움의 기쁨’은 아득한 비현실이다. 현금포상제는 이런 학생들의 의식에 자극을 주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학교에서 돈을 받는 신선한 기쁨이 자극으로 의식 깊이 남는다면 그들 인생의 항로를 바로 잡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이들을 학교 책상 앞에 붙들어 매는 정도의 효과가 있어 보인다.
지난 5월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했다. 그 중 한 명으로 사회경제학자 롤랜드 프라이어 박사가 꼽혔는데 그를 소개하는 글을 쓴 사람이 미셸 리 교육감이었다. D.C 교육구의 현금포상제가 프라이어 박사의 작품이다.
D.C.와 시카고, 뉴욕의 빈민층 도심 교육구에서 현금포상제를 실시하며 효과를 실험 중인 그는 지난해 서른 살 젊은 나이에 하버드의 종신직 교수가 된 스타 학자이다. 하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전형적인 빈민층 흑인소년이었다.
엄마는 어려서 집을 나가고 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 자랐는데 성장환경은 엉망이었다. 아버지를 비롯해 삼촌, 사촌 등 가까운 가족 10명 중 8명이 감옥에 가거나 피살되었다. 그 역시 열두세 살부터 마약 팔고 남의 물건 훔치며 비뚤어진 생활을 했다.
그의 삶이 방향을 튼 것은 15살 때였다. 어느 날 차를 몰고 가던 중 그를 크랙딜러로 오인한 경찰이 정지명령을 내렸다. 경찰의 총구 아래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있는 데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그의 가족 중 거의 유일하게 바른 생활을 했던 할머니는 학교 교사였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그를 앉혀놓고 엄하게 가르치곤 했는데 그 가르침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 깊이 박혀 있었던 것이었다.
흑인 코미디 배우 빌 코스비는 할아버지 손에 자랐다. 할아버지는 매일 저녁 어린 코스비를 무릎에 앉히고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일과였다. 이야기가 끝나면 할아버지가 동전을 한 닢 주기 때문에 그는 동전 욕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20여년 후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다보니 자신의 말재주가 할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할아버지의 말하는 톤, 속도가 어린 그의 의식에 박혀 있다가 그대로 되살아난 것이었다.
유년기의 자극은 평생을 간다. 어린 나이일수록 의식이 백지 같아서 자극은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많은 경우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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