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점점 초췌해지는 모습을 TV에서 접하다 보면 그 직책이 얼마나 고된 일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씨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이 제안했지만 여러 대통령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현실이 될지 아닐지가 간발의 차이로 결판이 날 건강보험 개혁만 보더라도 후보시절의 약속과 공약 실천 사이의 험난한 장애물들을 짐작할 수 있다. 공화당의 일사불란한 반대는 예견할 수 있다 치더라도 자신들의 재선을 제일 순위로 두는 보수 지역 출신의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시켜야 되는 정치 현실 앞에서 대통령 뜻대로 되는 세상이 아님을 절감했을 법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을 “필요한 전쟁(war of necessity)”라 규정한 오바마는 금년 들어 미국 사상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 때문에 잠을 설칠 것이 분명하다. 고뇌에 찬 모습으로 전몰자들의 유해 송환식에 참석한 그의 사진에서 젊은 군인들을 죽음의 순간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군 최고 통수자로서의 독특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에 더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국 사령관 멕크리스탈 장군은 적어도 4만 이상의 증원이 있어야 된다고 건의하는가 하면 역시 4성 장군으로 그의 전 전임자이기도 했던 아이켄베리 대사는 카자이 정부의 부패 때문에 미군의 증파가 없어야 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비밀문서들과 함께 미디어에 누출되는 등의 난맥상이 오바마를 괴롭게 할 것이 분명하다. 아홉 번이나 아프가니스탄 대책 구수회의를 열기까지 하면서 심사숙고하는 바람에 우유부단하다는 혹평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이 그의 심사를 거스를 것이다.
매스 미디어 그리고 미국 시민들과의 소위 “밀월여행” 시절도 임기 초 몇 달 뿐이었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발표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전국 실업률이 11%에 육박하고 특히 흑인들의 실업률은 34.5%라는 현실은 오바마의 인기도가 40%대로 하락한 주요 이유다.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투명성을 보이겠다던 초심도 변한 것처럼 보인다.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에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의 회견을 다섯 차례 가졌지만 7월 이후에는 한 번도 없었다가 수요일 인도 수상과의 공동 기자회견 정도가 있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그 대신 오바마는 TV의 앵커 간판들이나 기타 기자들과의 1 대 1 회견은 계속 가져왔기 때문에 최근 중국에 갔을 때에도 미국 TV 네트워크 특파원들을 하나씩 따로 호텔방으로 불러 대담한 것까지를 포함해서 무려 138회나 그렇게 했다는 통계가 있다.
1 대 1 회견에서는 그 같은 영예(?)를 부여받은 기자가 대통령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질문을 하기 어려운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NBC의 척 토드 백악관 수석 기자는 오바마에게 체중이 줄었느냐는 질문을 했고 그에 대한 오바마의 대답은 “나는 먹기도 잘 하고 잠도 잘 잡니다. (그러나) 내 머리는 희어지고 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일정한 시간동안 여러 문제를 질문하기 때문에 피상적인 대답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과의 독대 회견의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오바마의 공보 책임자들의 관점에서는 그것의 장점으로 보일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A섹션의 제2면에 워싱턴 스케치라는 칼럼을 집필하는 대나 밀뱅크에 의하면 오바마가 1 대 1 회견을 선호하는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단다. 그러면서 오바마에게 던져진 질문들을 몇 나열했다.
“대통령께서는 타르 힐스(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농구팀)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언하셨지요?” “골프 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쉬십니까?” “따님들이 방과 후에 친구들을 데리고 왔습니까?” “따님들이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 주시고 이불도 덮어주시나요?”
밀 뱅크는 그런 따위의 질문들이라면 중국의 후진타오 대통령조차 기자들과 대화하기를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북경에서 CNN 기자와의 1대 1에서 첫 번 임기 말에도 경제가 호전되지 않고 자신의 인기가 폭락한다면 재선에 임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시사한 것은 의미가 크다. 오바마는 최초의 유색인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이룩했으면서도 단임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될까? 앞으로의 많은 변수와 복병이 작용할 것이라서 속단은 금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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