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아지니까 청장년시절에는 그처럼 좋아 했던 비행기 여행도 귀찮고 역겨워지는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마일리지(mileage) 적립된 것을 언제까지 안 쓰면 무효가 된다는 바람에 캘리포니아를 다녀오게 되었다. 덜레스 공항에 늦게 도착한 것도 사실이지만 나의 혁대를 안 풀어서인지 검색대의 빼빼 경고음이 들려 혁대를 풀고 했더니 이번에는 셀폰이 주머니에 들어 있어서 퇴자를 맞았고 또 한 번은 시계 때문에 지체 되다가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막 비행기로 가는 문을 닫는 순간이었다.
다른 승객들은 다 타고 그들의 기내 운반 짐들을 다 넣은 상태라서 우리 가방 둘은 직접 산호세로 부쳐주겠다고 했다. 마일리지를 이용하자니까 같은 날 두 좌석은 없다는 주장에 덴버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 표였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번에 검색대에서 몸 전체를 더듬는 절차까지도 겪었기에 9.11 사변 이후의 달라진 세상을 절감하는 기회였다.
국제선을 타더라도 무기 검색대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하지만 한국에서는 KNA기 납북 사건 그리고 미국에서는 1960년대 말부터 쿠바로의 비행기 납치 사건이 잦아진 때문에 검색대가 생겨나더니 2001년 비행기를 흉기로 만들어 3,0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알 카에다 테러범들 때문에 공항은 완전 무장의 도시가 되었다.
일단 검색대를 통과한 승객과 짐이라도 연방교통안전청(TSA) 직원의 요구가 있으면 다시 가방을 열어 보여 주어야만 되고 운전 면허증 같은 사진이 첨부된 증명서가 없으면 아예 비행기에 타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바로 다음날 라스베가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다보니까 전날 덜레스 공항에서 보여주었던 나의 운전 면허증을 양복 주머니에 넣은 채 처제 집에 두고 온 것을 발견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수첩에는 변호사 신분증이 있었기에 이리저리 꼼꼼히 보다가 통과를 시켜주기는 했지만 일행도 있는데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라스베가스를 간 이유는 처제들이 7공주 집의 맏이 ‘왕언니’와 형부에게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강권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서커스단의 물을 주제로 한 곡예를 어느 호텔에서만 볼 수 있었기에 죄악의 도시(sin city)를 가게 된 것이다. 105불에서 170불의 입장료가 비싸기는 했지만 무대 장치와 설비가 얼마나 완벽하고 정밀하게 되었는지 30내지 50피트 정도에서 다이빙 하여 물로 첨벙 들어간 연기자들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물이 없어지고 단단한 무대가 되어 다른 연기자들의 묘기를 연출하니까 탄성과 박수의 연속이었다.
도박과 매춘이 합법적인 유일한 주인 네바다에서도 가장 큰 라스베가스는 유혹과 타락으로 넘쳐난다. 하루에도 몇 십만 불씩 날리는 큰 도박꾼들을 위한 대형 리무진들이 호텔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가 하면 길바닥에 앉아 구걸 하는 거지들도 눈에 띈다. 맥도날드에 커피를 먹으러 갔더니 내 앞에서 주문하던 빼빼 마른 청년은 목불인견의 모습이었다. AIDS 때문인지 아니면 선천적인지는 몰라도 너무나도 빼빼 마른 그는 바지가 엉덩이 밑으로 내려와서 빤스가 보일 정도였는데다가 홈리스인지 어깨에 멘 멜빵에는 물병 등이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슬롯 머신들이 빼곡 들어 있는 호텔 아래층의 도박장에는 혈안이 된 사람들이 우리가 쇼를 보고 돌아 온 자정경에도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더구나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눈을 뜨기가 어려운 정도였고 금연 객실에까지도 담배 연기가 올라와 냄새가 역했다.
다음 날에는 그랜드 캐년의 서북쪽에 인디안 후아라파이(Hualapai) 족속이 3,000만불을 들여 만들어 놓은 스카이워크(skywalk)를 구경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허공에 떠 있는 반원형 전망대를 걸어보면서 발밑의 골짜기를 훔쳐보는 것은 아찔아찔한 스릴을 주었다. 그러나 75불이라는 입장료가 인디안들에게 간다고는 하지만 인조물로 자연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처제 집에서 딴 감을 가지고 오자니까 짐을 부쳐야 했는데 첫 번 짐은 15불 그리고 두 번째 짐은 25불을 받는데다가 무게도 50파운드에서 한 파운드만 넘어도 안 된 다기 때문에 항공사 직원에게 감 대여섯 개를 꺼내 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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