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트렌드의 새 바람
▶ 새퀸으로 페미닌 느낌 확~
발망의 수석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프 데카르냉이 불지펴
얼룩덜룩 워싱처리된 진 비롯
‘강한 여성’ 느낌 주는게 특징
유행이 돌고 도는 일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패션 트렌드를 보고 있노라면 돌고 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노골적으로 80년대를 추종하고 있다.
사실 80년대 유행 아이콘이 패션계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다. 그러나 이 80년대라는 트렌드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사람은 발망의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데카르냉.
그는 이미 지난해 가을, 2009년 봄·여름 컬렉션 무대에서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마이클 잭슨의 ‘광팬‘인가를 대놓고 이야기했고 이는 40년대에서 30년대까지 갈수록 해를 거슬러 올라가는 ‘레트로 클래식’에 슬슬 싫증난 트렌드 리더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마이클 잭슨은 그의 그런 열렬한 충심에 화답하듯 그의 새 컬렉션이 디스플레이 되기가 무섭게 파리 발망 매장에 들러 수십만 달러어치를 샤핑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달 뒤 그는 사망했다.
물론 데카르냉이 잭슨의 사망을 미리 알았을 리 만무. 이 기막힌 우연은 결국 데카르냉이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에 대한 로맨티시즘으로 일궈낸 밀리터리 재킷을 필두로 스트롱 숄더, 새퀸, 디스코 등등 컬렉션에 내놓은 모든 아이템들을 세기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드디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게 뻔했던 21세기 패션계가 바야흐로 80년대라는 새로운 아이콘을 수혈하면서 조금은 지리멸렬했던 그간의 슬럼프를 벗어 던지고 신나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당분간 21세기 패션은 80년대 아이콘으로 먹고 살 듯 싶다. 뾰족하게 솟은 소매, 다리에 꼭 달라붙는 가죽 레깅즈와 ‘반짝이’에 이르기까지 80년대 히트 아이콘들이 이번 시즌을 뜨겁게 달 굴 전망이다.
■ 에시드 워시드 진(acid washed jean)
80년대 교복 자율화 시대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이들이라면 ‘스노우 진’을 기억하고 있을 터. 청바지에 눈이 내린 듯 ‘땡땡이’ 워싱 처리가 된 이 진을 당시 우리는 스노우 진이라 불렀다. 10대 중학생부터 20대 대학생 언니들까지 모두들 옷장에 한 벌씩 꿰차고 있었을 이 스노우 진이 이번 시즌 에시드 워시드 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왔다. 말 그대로 물 빠진 진에 염산을 뿌려놓은 듯 얼룩덜룩 워싱 처리가 된 이 진의 기원은 역시 발망이다.
2009년 봄 신상품 컬렉션으로 소개된 이 진은 발망의 뾰족한 소매를 가진 일명 ‘뽕 재킷’과 함께 트렌드 세터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후 가장 발빠르게 이 에시드 진을 내놓은 브랜드는 ‘J브랜드’.
지난 여름 발망의 에시드 워시드 진과 흡사한 디자인을 내놓아 히트를 친 후 그 여세를 몰아 J브랜드는 이번 겨울에도 블랙과 그레이 컬러를 중심으로 다양한 워싱 진을 내놓아 트렌드 세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J브랜드 에시드 워시드 진
발망(Balmain)
■ 그들도 펑크족처럼
이번 시즌 여성복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름 아닌 ‘강한 여자’필이다. 남성복은 갈수록 하늘하늘 느슨하고 여성스러워지는 반면 지난 시즌부터 여성들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가죽 소재 블랙 레깅즈를 신고 락스타처럼 징 박은 벨트와 부츠에 눈 주변은 물론 입술까지 까맣게 칠한 스모키 메이컵을 하고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낯익은 풍경이 아닌가. 80년대 중반 마돈나가 ‘라이크 어 버진’을 더할 나위 없이 섹시하게 부르던, 신디 로퍼가 이제 막 침대에서 일어난 듯한 란제리 룩을 입고 ‘쉬 밥’(She bob)을 열창하던 그 시절의 그 때의 뉴욕 거리풍경과 흡사 닮아 보이기도 한다. 또 우리에겐 마돈나를 닮은 김완선의 패션 컨셉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번 시즌 트렌드 한 가운데는 이런 강한 여성 컨셉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만약 이 트렌드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면 일단 무엇보다 가죽 소재 블랙 레깅즈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 0순위가 될 듯 싶다. 그리고 여기에 발망이 지난 시즌 줄기차게 선보였던 스터드 킬힐(stud kill hill)을 매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
발망(Balmain)
■ 새퀸 전성시대
80년대를 이야기하면서 ‘반짝이’를 빼놓을 수 있겠는가. 지금 백화점에 가보면 슈즈 코너에서부터 핸드백, 액세서리는 물론 의류매장에도 이 새퀸(sequin) 소재로 만들지 않은 것이 없다. 심지어 새퀸 레깅즈가 유행의 한가운데 있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심플한 롱 탱크탑 미니 드레스에서부터 재킷, 미니 스커트, 베스트, 가디건 등 구하려고 작정만 한다면 옷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장르에 이 새퀸에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새퀸 클러치에 새퀸 펌프스, 스니커즈, 코사지 등도 빼 놓을 수 없겠다.
새퀸은 80년대를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이며 무엇보다 ‘파워 수트’와 같은 남성미가 도드라지는 요즘 패션 트렌드에 새퀸 아이템 하나만 더하면 보다 더 부드러우면서도 페미닌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이번 시즌 필수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다.
새퀸 레깅즈나 재킷은 사실 일반인들이 입기엔 좀 부담스런 아이템이지만 미니 스커트 한 벌쯤 장만해 두면 올 겨울 내내 블랙 레깅즈나 부티와 함께 신으면 ‘본전’을 뽑을 수 있지 싶다.
3.1 필립 림(Phillp Lim)
Prada
■ 스트롱 숄더(String Shoulder)
곰곰 기억을 더듬어 보길. 80년대 압구정동이 막 뜨기 시작할 그 무렵, 지금의 갤러리아가 한양 샤핑센터로 불리던 그 시절 그 길 앞을 오가던 멋쟁이들의 특징은 바로 블라우스나 원피스의 탑처럼 솟아 오른 소매였다. 발망이 80년대를 추억하며 가장 먼저 떠올렸던 ‘스트롱 숄더 재킷’은 이제 더 이상 패셔니스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나 의외로 미국에서 이 스트롱 숄더 재킷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발망의 오리지널 재킷을 사는 일이겠지만 소매가가 3,000달러를 훌쩍 넘는 통에 이를 구입하기란 웬만한 재력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Elizabeth and James), ‘헬무트 랭’(Helmut Lang), D&G 등 일부 브랜드에서 이 스트롱 숄더 재킷을 선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들도 판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지라 사실 막상 입어보면 스트롱 숄더인지 레귤러 숄더인지 언뜻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자라’(Zara)나 ‘H&M’과 같은 유럽산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구입하는게 훨씬 더 확실한 포스의 스트롱 숄더 블라우스나 재킷을 저렴한 가격에 장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발망(Balmain)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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