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천회장 인식 바꿔야...조정과 화합 필요할때
초점-워싱턴 한인사회가 시끄럽다. 김영천 한인연합회장이 한인 단체 ‘군기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남부 MD한인회 이태미 회장에 경고 휘슬을 불더니 이번엔 미주한인재단 정세권 회장이 타깃이 돼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태미 회장이 ‘경고장’을 받은 건 이 회장이 31일 개최하는 ‘코리안 커뮤니티 리더십 컨퍼런스’ 때문. 김영천 회장은 21일 단체장 회의에서 “이태미 회장이 워싱턴지역 단체장들을 소집하는 것은 한인사회 내 ‘질서’의 문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워싱턴 지역에는 한인연합회가 있고 4개 한인회가 있는 만큼 단체장들은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자제하고 동요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정세권 한인재단 회장은 워싱턴 한인사 영문판이 문제가 됐다. 정 회장이 발간 지원금을 요구했으나 내지 않자 공동발행처인 한인연합회 이름을 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한인재단이 발간한 자격 자체도 문제 삼고 있다. 김영천 회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1993년 당시 정세권 한인회장이 워싱턴 한인사를 발간해놓고 퇴임 후 갖고 나간 꼴”이라며 “한인사는 연합회 재산”이라고 정 회장을 성토했다.
김영천 회장의 동분서주를 지켜보는 한인사회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그 시비의 진실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겠지만 한인사회의 대표단체인 한인연합회의 리더로서 김 회장의 인식과 대응방식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인연합회를 다른 한인회나 단체들의 수직적인 상위기관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김 회장의 착각이다. 다른 한인회나 단체들이 일일이 한인연합회의 도장을 받고 행사를 할 의무도 없으며 한인연합회가 완장 차고 상급기관처럼 행세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이태미 회장이 제안한 리더십 컨퍼런스도 그렇다. 김영천 회장은 마치 이 회장이 다른 단체장들을 ‘소집’한 것처럼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이 회장의 행사 취지를 들으면 한인연합회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월권’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
“리더십 컨퍼런스는 남부 MD한인회가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와서 네트워크를 갖고 대화를 하자는 것일 뿐”이라는 게 이태미 회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한인사회에서는 “한인연합회가 일을 안 하니 다른 단체들이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워싱턴한인사의 발간자격을 문제 삼은 것도 지적될 부분이다. 김 회장은 한인사가 한인연합회의 ‘재산’이라고 했지만 이미 전임 회장 대에 공동발간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자격을 거론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 격이다. 또 한인연합회만이 한인사회의 공공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구시대적 발상이다. 설령 어떤 단체가 공공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그 적합성이나 능력 등에 대한 의문이 들면 한인사회가 따르겠는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김 회장의 대응방식도 지적된다. 한인사회 현안이 대두되면 공개석상에서 비난하기 전에 상대측을 만나 진의를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게 순서다. 리더십 컨퍼런스 개최 건에 대해 김 회장의 그런 노력이 있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한인사 영문판 공동발간 무산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세권 회장 측에서 영문판 발간전 수차례 연락하고 공동발간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냈으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막상 발간되고 나자 딴죽을 건 셈이다. 한인재단 측에서 사전에 축사도 요청했으나 아예 응답을 않다 축사가 빠졌다고 불만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공동발간에는 당연히 발간 예산에 대한 의무도 뒤따른다. 한인재단에서 통 크게 공동 발간처로 한인연합회 이름을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한인연합회가 공동발간에 대한 노력이나 의무는 다하지 않고 열매만 따먹으려는 처사는 납득하기 힘들다. 또 하나 한인사는 김 회장의 생각처럼 한인연합회의 ‘재산’이라기보다는 한인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한인 이민역사의 기록인 만큼 정작 논란이 돼야 할 부분은 한인사 내용의 정확성이나 객관성, 보편타당성에 관한 문제다. 발간 주최를 둘러싼 신경전과 논란은 방향이 한참 잘못됐다.
워싱턴 한인사회는 불과 10여년전과 비교해도 인구나 경제력, 정치력 등 모든 부문에서 성장했다. 한인회도 많아지고 이익, 권익단체들도 늘었다. 자연히 한인회나 단체간 갈등이나 이해관계의 충돌도 늘어나고 복잡해졌다. 따라서 전통적인 한인연합회의 역할도 변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한인사회 조정과 화합에 대한 역할이 커졌다.
한인연합회가 상식과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한인사회의 방향키를 잡을 때 한인사회가 편안해진다. 한인단체들과 쓸데없는 기 싸움을 하거나 권위만 내세우려 해서는 따르는 이가 없게 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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