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 마이클 J. 폭스, 고인이 된 데보라 카,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국회의원…. 이들 유명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질환은 바로 ‘파킨슨병’이다. 파킨슨병은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영국 신경과 의사가 처음으로 학계에 발표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병명이다. 파킨슨병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환 중 하나다. 진단도 쉽지 않으며 조기 발견도 어렵고, 근본적인 치료법도 없는 난치성 뇌질환이다. 치료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도록 증상을 완화하며 더 이상의 병의 진행을 막는데 목표를 둔다. 환자는 물론 가족이나 간병인도 매우 힘겨워 하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400만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한인 환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최근 한인사회에서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 간병인을 중심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파킨슨병 서포트 네트웍’이 결성돼 지난 12일 파킨슨병에 관한 첫 세미나를 오렌지카운티 풀러튼 노인센터에서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서포트 네트웍은 앞으로 매월 두 번째 금요일 환자 및 가족, 간병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질 예정이다.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온 김덕환 신경과 전문의는 “파킨슨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초기 증상을 발견하기 어렵고, 진단도 어려우며 언제 병증이 시작됐는지도 잘 모르는 질병이다. 그러나 진단을 받게 되면 낙담하지 말고 의사와 함께 적극적인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이 무엇인지, 김덕환 신경과 전문의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예방이나 완치가 불가능하고, 진단과 조기 발견이 어려운 파킨슨병은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약물과 물리치료, 운동 등으로 증상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진단·조기발견 어렵고
예방·완치도 불가능
손발 떨리고 근육 굳어
서있거나 보행 어려움
운동·물리치료 하며
약 복용하면 증상 완화
#파킨슨병이란
파킨슨병은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의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환자의 85~90%는 주로 60대에 임상 증상이 시작하지만 사실 파킨슨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약 150만 파킨슨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0대 이전 발병은 조기발현 파킨슨병으로 분류하며 환자의 약 10~15%가 이에 해당한다.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중뇌의 흑색질이라 불리는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점점 사멸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왜 흑색질 신경세포에 변성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못했다. 뇌 신경세포는 도파민을 생성, 분비해 사람이 동작을 적절하게 하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일부에서는 가족력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력 없이 발생하며, 환경적 영향이나 독성물질이 원인이 된다는 연구도 있지만 아직 모든 환자를 설명할 만큼 확실하지는 않다.
대개 환자들은 40~70대에 초기 증상이 시작되며, 보통 50~60대가 가장 많이 발병하는 연령대로 알려져 있다. 30대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다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손, 발, 팔, 다리, 몸 떨림 증상은 파킨슨병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증상
증상은 크게 운동기능과 관련된 증상과 운동기능과 관련되지 않은 증상으로 나뉜다. 또 대체적으로 서서히 나타난다.
운동기능과 관련된 증상으로는 손, 발, 팔, 다리 떨림(진전, tremor),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 증상, 팔과 다리가 뻣뻣하게 경직되는 증상, 자세의 불안정(불균형) 등이 있다.
일반인은 보통 걸을 때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걷게 되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팔 흔들리는 폭이 줄어들고, 초기 환자의 경우 증상이 있는 쪽 팔 흔들림이 반대쪽 팔에 비해 줄어드는 것이 구별된다.
또 손이 떨리는 수전증은 한쪽 손에서 발생 후 시간이 지나면 반대쪽 손에서도 나타난다. 얼굴 표정도 줄어들고, 가면을 쓴 것 같은 표정이나 무뚝뚝한 화난 인상으로 보인다.
글씨를 쓰기도 어려워하고, 글씨를 쓸 때 점점 작아진다. 또 똑바로 서 있는 것도 어려워한다. 병이 더 진행되면 걷는데 어려움을 겪는 보행 장애가 나타나는데, 보폭이 줄어 종종걸음을 걷고, 쓰러질 듯 걸으며, 자세는 구부정하게 숙이게 된다. 또 걸을 때 한쪽 다리가 질질 끌리고, 걸을수록 속도가 빨라져 앞으로 넘어지기도 한다.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손발이나 턱이 떨리고, 신체 행동은 느려진다. 또렷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며, 음식이나 침을 삼키기도 어려워한다.
운동기능과 관련되지 않은 증상으로는 자율신경 이상으로 배뇨장애 및 변비, 성기능 이상, 체위성 저혈압 등이 있다. 성기능 이상(impotence)은 흔한 증상인데도 환자들이 이 증상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또한 체위성 저혈압은 갑자기 일어났을 때 어지럽거나 기절까지 하는 증상이다. 또 감각이상(paresthesia), 정신기능 이상, 치매, 정서적 장애,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난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의 50%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감을 겪는다.
치매는 드물게 나타나는데, 10% 미만 환자에서는 치매 같은 심한 정신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
진단은 전문의에 의한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혈액검사는 간혹 하게 되며 영상검사인 MRI(자기공명영상), SPECT(단일 광전자방출 단층촬영) 등도 하게 된다.
MRI는 주로 찍지만, SPECT는 화학물질을 혈액에 넣어 검사하는 방법으로 진단이 확실하지 못할 때 검사하는 방법이다. 또 MRI나 SPECT는 파킨슨병 자체를 진단하기보다는 파킨슨병과 혼동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있는지, 2차성 파킨슨병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는데 이용된다.
파킨슨병 한인 환자 및 가족, 간병인 모임인 ‘코리안 아메리칸 파킨슨병 서포트 네트웍’은 지난 12일 파킨슨병 홍보 세미나를 개최했다.
“비타민 C·E 복용하면 증상억제 도움” 주장도
#치료
처음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되면 먼저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환자의 상태 및 직업, 연령 등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김 전문의는 “파킨슨병 약물치료는 증상을 100%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상생활을 돕는데 있으며, 평생 먹는 약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설명했다.
치료 약물은 결국 뇌에서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약물로는 도파민 전구체인 씨네메트(Sinemet, L-dopa/carbidopa), 도파민 작용제, COPT 억제제인 타스마(Tasmar), 컴탠(Comtan), 도파민 효능제인 미라펙스와 리큅(Requip), MAO-B 억제제인 셀레질(Selegiline), 아질렉(Azilect) 등 다양하다.
씨네메트는 도파민 전구체인 레보도파 제제로 1960년대 최초의 치료제로 개발된 오래된 치료제다. 운동 동요, 몸이 맘대로 움직이는 이상 운동증, 시각 환각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도파민 작용제는 병증 초기에 단독으로 사용해 레보도파 치료시기를 더 늦출 수 있으며 후기 상태에서 레보도파와 함께 사용해도 레보도파의 운동성 동요나 이상운동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기립성 저혈압, 이상운동증, 환각, 불면증, 오심이나 구토, 변비,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외과적 수술은 일반적으로 병이 많이 진행돼 약물 치료로 더 이상 적절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 하게 된다. 떨림이 아주 심한 환자들은 약물 효과가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시상파괴술(thalamotomy)을 통해 약 90% 정도의 환자에게서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
병이 오래 되고 약물을 장기 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이상운동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 담창구파괴술(pallidotomy)이 치료 효과를 내는 수술법이다. 최근에는 뇌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전기 자극만을 가하는 장치를 삽입해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하는 장치(DBS, deep brain stimulation)도 개발돼 있다.
#파킨슨병 물리 치료 및 운동
물리치료에는 반복적 물리치료, 자세 교정, 보행 훈련, 호흡 훈련 및 말하기 등을 하게 된다. 운동 요법으로는 수영, 걷기 운동 및 체조 등이 있다. 언어요법, 마사지, 작업요법 등도 치료에 쓰인다.
환자의 가족이나 보호자는 환자를 직접 도와주는 것은 물론,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과 함께 운동하는 등 심리적 부담을 덜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환자의 적절한 영양관리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
-지방질은 되도록 적게 먹는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염분의 과다한 섭취는 피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피해야 될 음식도 없지만, 특별히 섭취해야 할 음식도 없다.
-비타민 C, E가 파킨슨병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파킨슨병 지역 동우회
-코리안 아메리칸 파킨슨병 서포트 네트웍: 매달 둘째 금요일 환자 및 가족, 간병인 모임을 가질 예정. 문의 (714)317-7484(리비아 김 코디네이터) (213)675-0075(이정준 목사)
-미국 내셔널 파킨슨병 재단(National Parkinson Foundation): www.parkinson.org, (800)327-4545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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