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를 막아주는 깨끗하고 넓은 휴스턴 비행장은 니카라과로 의료 및 선교 여행을 떠나는 우리 일행에게 미국을 떠나기 전에 시원한 안식을 베푼다. 밝은 색깔의 옷에 검께 그슬린 남미의 얼굴들이 벽마다 화사하게 그려져 있어 남쪽 나라에 “가까이” 라는 친근감을 준다. 햇빛이 푸른 큰 창으로 쏟아져 들지만 뜨겁지 않다. 멀리 멀리 보이는 휴스턴시의 마천루가 신기루처럼 문명의 영상을 여행자들에게 머릿속 깊이 남긴다.
작년과 달리 이번 여행은 마나구아까지 미국 비행기로 우리는 편안하고 또 안전하게 도착했다. 연결문을 통해서 걸어가면서 이 나라도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심는다. 아니나 다를까 좁은 출구 끝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서서 열 감시총을 여행자에게 무참히 쏜다.
앞 벽에는 빨갛고 파란 유령같은 자신의 윤곽을 보면서 없었던 열이 오를 것만 같다. 수많은 약보따리가 무사히 세관을 통과한 것은 기적이다.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사온 팝콘 기계도 세관원이 세금을 부과하려다, 무슨 연유인지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그러냐”라고 물어 볼 때 우리가 고개를 끄떡이자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그러면 “OK”라고 해서 무세금 통과.
어둠속의 시가지는 야밤의 장사꾼들과 무질서하게 주행하는 차들로 어지럽다. 전체 인구
4백만 인구의 1/4인 백만 인구가 마나구아 수도에 산다는 것은 조국의 서울과 같은 모양새이다. 선교 센터에서 잠든 우리는 떠들어대는 개소리와 집을 지키는 호루락 소리로 깬다.
아침 이슬이 야자수 잎들을 반짝이게 하고, 설익은 망고, 바나나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우리를 반긴다.
우리는 바쁘게 깊은 산속 교회의 뒷마당에다 책상을 놓고 아침 9시부터 오후4시까지 진료를 한다. 학생들은 팝콘을 튀기고 무용과 놀이,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을 한다. 땀과 감격의 눈물이 우리들에게도 그들에게도 범벅이 되고 만다. 창조주를 찬양하며, 희망을 심는 일은 어렵기도 하지만 쉽기도 하다.
긴 속 눈썹과 큰 눈을 한 아이들로 부터 힌 윗도리에 검정색 바지를 입은 소년소녀 그리고 문신을 한 어깨가 넓은 청년과 조숙한 젊은 여인, 빨리 나이를 먹은 중년, 그리고 60세에 허리가 굽은 장년들이 함박웃음을 하고 웃는다. 그들이 점심으로 대접하는 흰 밥에 금세 잡은 닭다리에다 바나나전이 너무 맛있다.
집 없는 사람들을 먹이는 장소는 여전히 어지럽고 더럽다. 헤어진 손과 얼굴에 칼자국이
수없이 많은 남녀들이 몸이 다 들어나는 낡은 옷을 입고 우리에게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달라고 매달린다. 팝콘 기계에 몰려와서 기계가 땅에 곤두박질을 한다. 우리 아이들은 겁도 없이 그들의 손을 잡고위로하며 무엇을 못줘서 아쉬워한다. 젊은 여인들이 귓밥이 없는 것을 바라보고 안타까워한다.
그 여인들은 예전에 우리 아이들처럼 어여쁜 귀걸이를 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서 불량자들의 칼에 귓밥을 노략질 당했단다. 귀걸이 때문에.
공산주의 국가는 부유한 토호에게 땅을 빼앗아 집 없는 사람에게 넉자 남짓의 땅을 준다.
거주자들은 우선 팻말을 박고 천막을 처서 그늘을 만들고 거주를 시작한다. 이곳에 교회가 세워진다. 그리고 우물을 세 개나 팠다. 우리 아이들이 고운 손으로 개울을 메우고 장마가 오기 전에 다리를 놓았다. 맨발의 아이들이 십리 밖에서 걸어왔다 우리아이들을 보러.
우리 아이들과 함께 물을 퍼서 집까지 나르고 아이들과 놀이를 했다. 할 일 없는 젊은 청년이 술을 마시고 못되게 훼방을 놀려 해도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우리 아이들의 일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일을 마치는 때에 맞춰 장마 소나기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 아. 땅위에 모든 것을 적신다. 땅을 덥혔던 열도 사그라지고, 온 세상이 우리 모두와 함께 하나가되고 우리가 사랑하는 유일한 신을 모두 두려워하게 한다.
휴스턴에 돌아오는 우리 일행은 검게 탄 얼굴에 우리의 눈은 반짝인다. 아.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을 생각해 본다.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하고, 튼튼한 집에, 푹신한 침상과 무진장한 먹거리와 오손도손 한 가족이 기다리는. 그렇지 아무도 우리에게 열을 재려고 열재는 총을 겨누지도 않고. 건강한 나라. 좋은 나라. 믿음직스런 우리의 나라가 아닌가?
세관원이 여권을 보고 “선생님 집에 돌아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웃고 반길 때, 우리는 절로 목이 메워 왔던 것이다. 미국이여, 영원 하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