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에 쿠바인들이 스페인 식민통치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봉기한 직후부터 미국의 대신문들, 특히 뉴욕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뉴욕 저널과 조셉 퓰리처의 뉴욕 월드 지 등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쿠바인들의 독립항쟁을 대서특필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살상이 뒤따르게 되는 전투 뉴스야 항상 미디어의 단골 메뉴인데다가 또 미국 독립운동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이상주의에서 나온 피압박자에 대한 동류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허스트와 퓰리처의 치열한 경쟁으로 선정적 보도가 상승 작용을 한 탓도 있었음직하다. 그 무렵 허스트가 전쟁사진을 찍으라고 사진기자를 보냈더니 전쟁이 없어 뉴욕으로 돌아가겠다고 전보를 쳤단다. 그에 대해 허스트는 “당신은 사진만 대라, 전쟁은 내가 댈 터이니”라고 답전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뉴욕 신문들은 전쟁열기(Jingoism)를 부추기는데 극성을 떨었다.
1898년 하바나 항구에서 미 군함 메인 호가 원인 모르게 폭발이 되어 260여 명의 미 군인들이 희생되었을 때 당시에는 엄청난 액수의 돈인 5만불의 현상금을 건 것도 뉴욕 저널 지였다.
전쟁 분위기가 온 나라와 의회를 휩쓸어 미국은 스페인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된다. 그 전쟁 결과 미국에 떨어진 게 필리핀과 쿠바였다. 쿠바가 독립하면서 미국은 1903년에 조약을 맺어 관타나모 만 이라는 약 45 평방 마일의 땅과 해안선을 영구적으로 임대하게 된다.
임대라는 것은 거의 다 한시적이지만 관타나모의 경우에는 쌍방이 다 합의해야 임대 임차가 끝나게 되어있으므로 1959년 이래 카스트로의 공산 정권이 아무리 관타나모의 반환을 부르짖어보았자 우이독경에 마이동풍일 뿐이었다. 1년의 임대료는 4,000불이니까 워싱턴 DC 부근의 웬만한 가게의 한 달 사용료 정도다. 카스트로 정권이 매년 날아오는 4,000불짜리 수표를 한 번도 은행에 집어넣거나 쓰지 않아온 배경을 짐작할 만하다.
관타나모 해군기지에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테러 용의자들이 한동안 800여 명까지 있다가 현재는 240명이 수감되어 있는 감옥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는 관타나모의 감옥을 폐쇄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기초 작업으로 8,000만 불의 예산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59명이나 되는 미 상원에서 90대 6으로 대통령의 요청을 묵살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40명의 테러 용의자들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자들을 출신국에서도, 유럽의 미국 맹방들도 환영하는 곳이 없다.
그들에 대한 재판 결과 장기투옥을 시키거나 또 혐의는 분명하지만 증가가 충분치 않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계속 구금하기 위해 상당수를 미국의 흉악범 감옥에 데리고 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 앞에서 “내 뒷마당에서는 절대로 안 돼”라는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이 연방 민주당 의원들로 하여금 오바마의 뜻을 거역하게 만들고 있다. 관타나모 감옥을 폐기하려는 오바마의 정책이 강한 장벽에 부딪친 셈이다.
오바마는 선거 때 테러 용의자들을 군사재판소(Military tribunal)에서 재판하는 것을 중단시키겠다고 공약했지만 용의자들의 변호권을 확대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을 바꾸게 되어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바 있었다.
그리고 오바마는 미 군인들의 이라크 죄수 학대를 찍은 사진들을 공개한다고 했다가 그런 사진들을 공개하면 미 군인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들과 게이츠 국방장관의 지적을 수용하여 공개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꿈으로써 보수인사들로부터는 실용주의적 처사라고 칭찬을 받는 한편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는 비난을 사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로서 공약하기는 쉽지만 일단 대통령이 되면 미처 몰랐던 여러 가지 사안들과 매일 달라지는 국내외의 복잡다단한 상황 때문에 공약 실천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면하게된 것이다.
사실 이상주의적으로 말하자면 관타나모 감옥만 폐쇄할 것이 아니라 관타나모 임대계약이 다분히 제국주의적이라서 21세기의 대명천지(?)에서는 그 전체를 쿠바에 귀속시켜야 맞는다.
그러나 감옥 폐쇄 제안에도 자기 당 의원들마저 반대하는 현실 앞에서 그것은 어림도 없는 이상론일 뿐이다.
남선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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