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주 칼럼에서 노무현 피고가 한국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위반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을 경우 유죄판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늘은 미국법원이 같은 사건의 관할권을 갖는다고 가상했을 경우 피고 측의 작전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한다. 미국에서라면 우선 피고 측 변호인단은 법원에 검찰에 대한 ‘함구령’(Gag order)을 신청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언론이 검찰 측의 주장을 보도하는 길을 차단한다.
재판을 하게 될 배심원이 대중 가운데서 선발되는 제도 하에서 편견 없는 사람들로, 그리고 사건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으로 배심원을 구성해야하는 이유 때문에 법원은 함구령 신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검찰이 사건에 관한 내용을 언론에 발표할 수 없다. 오히려 피고 측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과거의 행적을 은연중에 선전(Pretrial publicity)하는 작전을 쓰기도 한다. 재판도 하기 전에 언론재판을 거치게 되면 판사든 배심원이든 재판부(Trier of facts)가 유지해야하는 중립성 (Impartiality)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함구령의 방법으로 언론재판을 막아야한다.
다음은 법 자체의 합헌성을 분석해야 한다. 형법 제129조를 분석할 때, 위헌적 요소가 다분히 있음을 지적한다. 본 형법 조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되어있다. 형사적 처벌을 위해서는 피고의 행위에 범죄적의지 (Criminal intent)가 있어야 하며 뇌물수수와 같은 비도덕적 범죄(Crime of moral turpitude) 행위에는 “구체적 의지”(Specific intent)를 필요로 하는데, 본형법 조항은 공직자가 금품을 요구 또는 수수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 법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금품을 제공하는 사람과 수수하는 사람의 인적관계나 당시의 여건에 관계없이 처벌을 가능케 하고 있음이다. 자나치게 포괄적이다. 위헌적 요소의 하나가 그것이다. 법조항이 포괄적(Overbroad)일 때 그 법은 위헌 판정을 받게 된다.
미국에는 헌법재판소가 없다. 피고 측은 일반 순회법원(Circuit Court)에 형법 제129조에 대한 위헌판결 청원을 제출할 것이다. 피고를 처벌하려는 법 차체를 폐기시키는 방법이다.
재판에 회부된다면 묵비권을 행사하며 증언대에 서지 않는다. 이혼한 전처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던 오제이 심슨(O.J. Simpson)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한마디의 증언도 없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 판결이란 피고가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 측이 피고의 범행을 의심의 여지를 초월하는(Beyond a reasonable doubt) 증거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형사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범죄사실을 정부 측(검찰)이 증명해야할 뿐, 피고는 그의 무죄를 증명할 의무가 없다. 정부 측은 노무현 피고가 금품을 받은 것까지는 증명할 수 있겠지만 피고의 범죄적 의지를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우선 언론재판에 희생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피고에게 유리한 점이며, 배심원이 재판의 주역(Judges of the facts)이 된다는 점이 또한 그러하다. 배심원은 피고의 동료들이다. 그래서 배심원 재판을 동료들에 의한 재판(Trial by peers) 이라고 한다. 만장일치 평결을 요구하는 제도와 의심의 여지를 초월하는 증거로 피고의 유죄를 증명해야하는 검찰이 넘어야할 높은 벽 등이 피고에게 유리한 점 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배심원을 통해서 나타나는 피고인을 보는 대중적 시각이다.
유교문화에 젖어있는 한국 사람은 윤리적인 결함과 범죄행위를 분리해서 판단하는 분별력이 결여되어있다. 법은 윤리적 폐륜아를 처벌할 능력이 없다. 다만 법을 위반한 자를 처벌할 기능을 가질 뿐이다. 형사피고는 이를 분별해서 사건을 심의해주는 배심원에게 자기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 자체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윤리적 패륜아와 범법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국적 시각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필자는 의뢰인이 그의 처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를 변론한 적이 있다.
재판 끝에 배심원은 피고의 무죄를 평결했다. 피고의 변호사로서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미국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한인사회는 피고의 무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변호사의 공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좌파정부를 이끌어온 장본인으로서 국민 다수의 지탄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행적은 본 뇌물수수 사건과는 관계가 없음을 천명한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그를 범법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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