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LLC(Limited Liability Corporation)가 드디어 챕터 11(Chapter 11)의 파산신청을 했다. 크라이슬러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회사이기에 큰 뉴스거리일 수밖에 없다. 연방 파산법에 의하면 챕터 11은 회사나 개인이 기사회생(起死回生)의 재조직을 하기 위해 신청하는 절차로 빚에서 해방시켜달라는 청산(liquidation) 절차인 챕터 7과 구별된다. 챕터 11을 신청하면 수표에도 그런 문구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채무자인 회사가 계속 회사 자산을 경영하면서 파산법원에 재조직 계획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 채무를 정리하는 제도인 반면에 챕터 7을 선택하는 채무자의 자산은 파산관재인(bankruptcy trustee)의 손으로 넘어가 관재인이 처분하여 채권자들에게 나누어주게 된다. 챕터 11을 신청했다가 도저히 조정된 빚조차 갚을 수 없게 되는 경우는 챕터 7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자동차 세일즈맨 총수(Carsalesman-in-chief)라는 별칭까지 받아가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GM과 크라이슬러의 기사회생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직접 자동차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더해 자동차 부품회사들과 차 판매상들에 의해 고용되는 종업원들의 비중이나 자동차 업계의 물량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비율 때문이다. 일본, 한국과 유럽제의 자동차들만이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는 어두운 장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는 재정적으로 든든한 포드도 건재해야겠고, GM과 크라이슬러도 건져야 한때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술을 자랑하던 디트로이트를 부활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백악관에 자동차 대책위원회(task force)가 설치될 정도다.
워낙은 오바마가 크라이슬러와 이태리계 피아트 회사와의 합작을 파산을 거치지 않고 법정 밖에서 이룩하려고 했지만 일부 사모펀드 등이 1불의 빚 당 33센트만 받으라는 제의를 거절했기 때문에 크라이슬러 회사가 뉴욕에 있는 연방 파산법원의 보호를 신청하게된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담보채권 69억불을 채권자들이 22억5,000만 불만 받고 해결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거절한 것이다. 엔론과 월드컴 회사의 파산사건에도 관여했었던 아서 곤잘레스 판사가 사모펀드를 대표하는 변호사들이 이미 알려지지 않은 사모펀드들의 이름들을 밝히라고 명령을 하자 처음에는 10억불 가량을 대표한다던 그룹이 점점 줄어 3억불 가량이 되었기에 총 채무액의 5%도 못되어 발언권을 잃어버릴 수위에 처하게 되었다.
사모펀드들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는 했었다. 파산절차에 있어서 담보 채권자(secured creditors)들이 제일 우선순위에 있고 그 다음 서열이 비담보 우선순위의 채권자들 (unsecured priority creditor)로 예를 들면 직원들의 밀린 봉급 등이 있는데 오바마 정부는 자동차 노조(UAW)에게 우선권을 주자고 했다는 것이다. 즉 크라이슬러 노동자들은 미국 자동차노조원들의 현재 급료와 혜택 대신 토요타 노동자 수준의 급료와 혜택을 받아들이며, 또 퇴직 노조원들의 건강보험 기금에 46억불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던 것을 포기하는 대가로 새 크라이슬러 회사의 주를 55% 제공받는다. 새 회사 주의 35%는 기술과 경영을 제공할 피아트 회사가 갖게 된다. 그런가 하면 크라이슬러에 도합 150억불을 쏟아 넣는 미국 정부와 캐나다 정부는 빌려준 돈을 이자와 더불어 변제한다는 약속과 더불어 회사 주의 10%만 소유하게 된다.
오바마가 사모펀드들을 “투기꾼들”이라고 비방한 마당에 사모펀드들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또 사모펀드 관계자들에게 전화나 인터넷 상의 위협 메시지도 있었지만 곤잘레스 판사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서 이름을 밝히라니까 결국은 오바마 뜻대로 파산법원 절차가 중단되고 비교적 신속히 크라이슬러가 재탄생될 듯하다. 공연히 한 시간에 700불짜리 변호사들만 좋은 일 시킨 격이 되었다. 문제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년에 1,700만 대씩 자동차를 사들이다가 현재에는 900만 대 정도만 구입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크라이슬러/피아트 제품을 환영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크라이슬러만이 아니라 GM의 앞날조차 밝지 않다.
남선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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