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얼굴 모습에서부터 심상까지 천태만상이다. 사람을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하면 어떤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어떤 사람은 피하고 싶다.
왜 그럴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어딘지 모르게 긍정적인 힘이 느껴진다. 그런 유형은 아마 개그맨처럼 유머 감각이 풍부하여 사람을 유쾌하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박식하거나 해박하여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만한 교육적 힘이 느껴질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은 분명히 마음이 넓고 따뜻하여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일 것이다. 아무튼 이목을 끄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감이 있고 편안하다. 그리고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들었을 때 힘이 되는 말을 한다.
반대로 피하고 싶은 부류는 덕보다 해가 될 것 같은 부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힘이 되는 말보다 은근히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을 한다.
몇 해 전 일이다. 건축업을 하는 나는 매일 같이 길에 서 있거나 운전을 한다. 햇볕에 노출된 얼굴은 선 블럭 크림을 아무리 발라도 언제나 까무잡잡하다. 그 날도 온종일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일 샵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지친 몸을 마사지용 등의자에 깊숙이 묻었다.
그때, 내 손톱을 다듬고 있던 아가씨가 느닷없이 한마디 한다.
“어디서 이렇게 곱게 태우셨어요? 선탠 값이 만만치 않으셨겠어요.”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자 등받이에 내 던지다시피 한 몸을 꼿꼿이 일으켜 세웠다.
“선탠 하고 싶으면 날 따라오세요. 그냥 해 드릴 테니까.”
우리는 격의 없이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파안대소했다. 그 아가씨의 재치있는 말에 실컷 웃고, 피로도 말끔하게 가신 느낌이었다. 만약 그 아가씨가 “피부가 왜 이렇게 까맣죠?”라고 물었다던가, “피부 관리 좀 하셔야겠어요”라고 조언을 했더라면 나의 반응은 과연 어땠을까? 얼른 보기엔 같은 말 같지만 듣는 사람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말이 실감 날 것이다. 이렇게 하찮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유쾌하게도 하고 불쾌하게도 한다. 우리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사람 팔자가 달라지고 세상이 바뀐다는 뜻이다.
우리가 자주 겪는 예를 한 번 더 들어보자. 아마 여러 번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 많다. 그때, 상대방이 전보다 나아보이는 모습이면 저절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테니까 별로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겉모습이 비만해졌거나 야위어서 다소 볼품없는 이미지로 변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먼저 비만형 친구를 만났을 때 ‘좋은 일이 많았나 봅니다’, ‘훤해 보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가, 아니면 ‘왜 이렇게 살이 많이 쪘어요?’, ‘살 좀 빼야겠어요!’이런 말을 하는가?
야윈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날씬해졌네요’, ‘가뿐해 보입니다’ ‘멋져 보여요!’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가 아니면 ‘왜 이렇게 삐쩍 말랐어요?’, ‘무슨 일 있어요?’, ‘너무 창백하다!’, ‘어디 아파요?’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가?
긍정적 메시지가 전달되는 전자의 말은 생기가 돌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후자의 말은 상대방을 언짢게 한다. 당사자는 상대방을 염려하여 한 말일지 모르지만, 후자와 같은 부정적 어감이 드는 말투는 상대방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체면이 손상당한 불쾌감까지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말 속에 내재된 뜻은 마치 병이 있거나 나쁜 일을 겪었을 것 같은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인생은 연출이다. 영화 연출가는 영화 한 편을 명화로 남기고자 그 역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선정하느라 매우 고심한다. 유명한 배우는 그 이미지가 단번에 떠오른다. 어떤 배우를 캐스팅 하느냐에 따라 관객은 이미 흐름을 짐작하고 흥분한다. 악역으로 유명한 배우가 천사 역을 맡게 되면 어딘지 어색하고 무슨 나쁜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역으로 선한 역을 주로 하던 배우가 악역을 맡게 되면 허상인 영화지만 저 사람이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라고 안타까워하고 변호하려 든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학습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 번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이미자가 붙으면 그것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도 인생 각본을 잘 써서 좋은 이미지의 캐릭터로 거듭나야 한다. 자신의 장점은 습관화시켜 좋은 이미지로 부각시키고 단점은 줄여나가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사소한 발음상의 차이라도 그 말씨 여하에 따라 심리적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언어 습관부터 서서히 고쳐나가면 좋겠다. 크게 밑천이 드는 일도 아닌데 구태여 가시가 돋친 말투로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고 감정을 살 필요는 없다.
말 한마디가 명언으로 남아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만 봐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다. 위인들의 역동적인 삶과 역사적 사건을 들여다보면, 결국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힘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꿈을 갖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가까운 예로 마틴 루터 킹의 “나는 꿈이 있다”라는 말은 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그 한마디 말은 결국 도화선이 되어 인종차별의 간극을 좁히고 마침내 노예계층이었던 흑인을 세상을 리드할 미국 대통령으로 탄생하게 한 바탕이 되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길 위인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부정적인 말투나 생활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좀 더 풍요롭고 평화로운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신옥식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