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경제, 실직에 대한 두려움, 얇아지는 월급봉투로 밤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첫 증상이 바로 ‘불면증’이라고 지적한다. LA타임스는 최근 건강섹션에서 경기 불황으로 불면증 환자가 늘고, 수면제 사용도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전미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이 지난 달 초 발표한 ‘2009년 미국의 수면’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민의 약 27%가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 스트레스 때문에 4명 중 1명 이상은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수면제 판매도 급증했다. 의약품 시장 정보 및 리서치회사인 ‘IMS 헬스’에 따르면 수면제 처방은 2008년 5,600만여 건이나 발급돼 최다 수면제 처방 발급의 해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2009년 역시 수면제 판매의 기록적인 해가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수면제 판매가 늘면서 수면제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져 문제로 지적된다. 불면증에 사용되는 앰비엔, 소나타, 루네스타, 로제람 등 인기 약물 및 부작용, 불면증에 도움되는 내추럴 약물은 없는지, 잠을 잘 자는 요령 등을 LA타임스 기사를 참고해 알아본다.
미국인 27%가 불면의 고통
부작용 많은 수면제 사용도 늘어
약물은 처방받되 최소한으로 복용
규칙적인 생활습관 노력해야
■잠의 과학
잠은 빛과 온도 같은 환경적 요소와 연결된 복잡한 생리적 과정이다.
사람은 지구의 자전 시간인 24시간보다는 조금 긴 24.5시간의 일주기를 갖고 있다. 일주기는 깨어 있는 각성 시기와 잠을 자는 수면시기로 구성된다. 사람의 일주기 리듬을 관장하는 중추는 뇌 시상하부에 있고 이를 생체시계라 한다. 밤이 되면 우리 몸의 체온은 떨어지고 잠을 유도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뇌에서 분비되면서 졸리고 잠에 들게 된다.
■다양한 수면제
수면제는 크게 벤조디아제핀계(benzodiazepines)와 벤조디아제핀계의 부작용을 줄인 비교적 최근 개발된 논-벤조디아제핀(non benzodiazepine)계열로 나뉜다.
두 가지 계열 모두 뇌 신경전달물질인 GABA(gamma-aminobutyric acid)의 중추신경 억제 작용을 강화해 불안을 줄이고, 근육은 이완시키며 잠을 유도한다. 논-벤조디아제핀계 약은 벤조디아제핀계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벤조디아제핀계에는 발륨(diazepam), 할시온 등이 있는데, 발륨은 정신안정제, 공황 발작에도 사용돼왔다. 1990년대 약물 의존성 부작용이 보고된 후로는 인기가 크게 줄었다. 영국에서는 1991년에 우울증, 기억력 손상과 관련한 안정성 문제와 부작용 때문에 마켓에서 판매 금지 조처가 내려졌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강력한 경고문과 함께 의사 처방전으로 아직까지 구입이 가능하다.
논-벤조디아제핀계열 약물들은 성분명 때문에 Z 드럭(Z drugs)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인기 처방전으로 알려진 엠비엔(Ambien, 성분명 zolpidem), 소나타(Sonata, 성분명 zaleplon), 루네스타(Lunesta, 성분명 eszopiclone) 등이 바로 그들.
약물 후유증이 벤조디아제핀 계열약보다 훨씬 적다. 다음날 졸린 것이 좀 덜하다. 또한 약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벤조디아제핀 계열처럼 기억력 부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이나 논-벤조디아제핀 계열 약 모두 GABA의 작용을 부추기는 것이지만2005년에 등장해 비교적 신약인 로제렘(Rozerem, 성분명 ramelteon)은 GABA가 타깃이 아니다. 우리 몸의 자고 깨는 사이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수용체 약물로 수면 사이클을 규칙적으로 하는데 주력한다.
부작용인 의존성 위험이 적다. 하지만 의사들은 다른 경쟁 약물보다는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이들 약물들은 꼭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수면 다원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에 의존하면 약물에 대한 의존증, 다음날까지 졸림 현상, 기억력 손상 등 부작용이 많다.
피로·기억감퇴·몽유병등
수면제 복용 부작용 많아
다음날까지 졸리고 자칫 약물에 내성 생길수도
■수면제 부작용
수면제 부작용은 약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거나 복용 후 다음날까지도 약물에 취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만성 복용자가 되거나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다음날 낮까지도 약 효과에 영향 받아 졸음에 시달릴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용량이 늘어나거나 약에 대한 의존도, 내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끊기 힘들어질 수 있으며 기억력 부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보다는 논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다음날 약물 후유증으로 졸린 것이 좀 덜한 정도다. 역시 기억력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앰비엔, 소나타, 루나스타 등 논 벤조디아제핀 계열이 약에 대한 의존도나 내성 부분을 완화했다고는 하나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몽유병 부작용은 심각하다. 수면제로 인한 몽유병 증세는 뇌 기능의 특성과 수면제의 약효가 한데 섞이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자고 있는 동안에도 뇌의 특정 부분만 잠들 뿐 다른 부분은 깨어 있는 상태가 된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뇌의 한쪽은 이미 잠들었지만 여전히 깨어 있는 뇌의 작용으로 인해 몽롱한 안개 낀 상태로 밤에 돌아다니거나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먹거나, 운전까지 하는 활동을 한 뒤 다시 잠들었다 깨어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수면제로 생긴 몽유병 현상은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당장을 괴롭지만 자연적인 수면유도법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수면제는 환상의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면제는 불면증의 사이클을 깨뜨리거나 비행기 여행으로 인한 시차 적응 때 도움을 주는 정도로만 단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보조제들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수면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불면증으로 힘들어도 약물에 의존하기 보다는 수면 습관을 바꾸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잠 못 이루는 밤에 대처해야 한다.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가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인들이 많다.
항히스타민제 감기약 장기간 사용 말아야
■오버-더-카운터 수면 보조제
처방전 없이 GNC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오버-더-카운터 보조제로는 멜라토닌, 발레리안(Valerian)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수면 보조제(sleep aids)라 할 수 있는데, 멜라토닌은 내트롤(Natrol), 네이처스 바운티(Nature’s Bounty) 등이 있다. 발레리안은 쥐오줌풀로 길초근이라고도 한다. 신경 진정제로 쓰이며 차, 액체, 알약, 파우더 등 형태로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멜라토닌이나 발레리안 모두 불면증 환자에게 효과는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불면증에는 별 효능을 기대할 수 없으며 시간 주기가 바뀌거나 시차 때문에 잠깐 생긴 불면증의 경우 멜라토닌이 권유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기, 앨러지 등을 치료하지만 졸리게 하는 항히스타민제들이 불면증에도 권유되기도 한다. ‘베나드릴’(Benadryl), 타이레놀 PM, ‘나이킬’(NyQuil) 등이 있다.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오버-더-카운터로 구입해도 항우울제인 산화효소 억제제(monoamine oxidase inhibitor, MAOI)를 복용하는 경우는 의사와 꼭 상의해야 한다. 또한 이들 항히스타민제 약물은 불면증이 한 달에 1~2번 정도 가끔 나타나는 정도에 권고된다. 장기간 사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감기약이라고 안심해도 습관성 중독으로도 발전할 수 있으며 중독되면 그 약을 먹지 않으면 현기증, 구토, 식욕감퇴, 또 다른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스트레스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중 하나가 바로 불면증이다.
<정이온 객원기자>
잠자리에 드는 시간 규칙적으로
취침 6시간전엔 카페인 금하도록
■밤에 잘 자는 요령
-규칙적으로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같은 시각에 잠에 든다. 주말에도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킨다.
-침실에서 책이나 TV를 보지 않는다.
-잠자기 1시간쯤 전에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10분 간 거실에서 책을 읽는다.
-가벼운 산책과 운동도 좋다.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생활 습관의 모든 것은 규칙적으로.
-잠자기 6시간 전에는 카페인이나 알콜이 함유된 음식을 마시거나 먹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흡연하지 않는다. 또한 되도록 금연한다.
-낮잠을 자더라도 20분 이상 자지 않는다. 낮잠도 규칙적으로 자는 것이 좋다.
-수면제는 3주 이상 복용하지 않는다. 술과 함께 수면제를 먹는 것도 금물.
-밤에 깨어 있더라도 시계를 보지 않는다. 잠이 안 온다고 시계를 자꾸 보게 되면 잠을 못 자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더 높아지고 결국 잠을 못 자게 된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자꾸 몸을 뒤치락거리기보다는 차라리 침대에서 일어나서 독서를 한다든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아주 졸릴 때까지는 침실에 눕지 않는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잠을 잘 못 잤기 때문에 내일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잠은 아주 조금밖에 자지 못했지만 다 잘 할 수 있다 같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한다.
-침실은 잠을 잘 자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불면증을 극복하기 힘들다면 전문의를 찾는다.
■ 숙면에 좋은 음식과 안좋은 음식
▲숙면에 좋은 음식: 저녁식사 때 바나나, 요구르트, 우유, 참치, 크래커 또는 땅콩, 버터 등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자기 전에 과일을 먹는 것도 좋다.
▲숙면을 방해하는 음식: 베이컨, 치즈, 초컬릿, 가지, 햄, 감자, 설탕, 소시지, 시금치, 토마토, 와인 등은 불면증 환자들이 피해야 할 식품들. 이들 음식에는 타이라민을 비롯 노르아드레날린이란 교감신경 호르몬의 원료가 되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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