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아직도 두려우세요?”
대장내시경 검사 하면 대개 사람들은 너무 아프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게 된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는 “대장내시경 검사 자체보다는 검사 전 준비단계가 힘든 부분”이라며 “검사하는 동안 내내 잠을 자기 때문에 별로 아프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말했다. 타운 내 전문의들은 “대장 내시경 검사가 무섭거나 아프다는 잘못된 편견 때문에 검사를 제때 못하거나 피하는 한인 환자들이 꽤 많다”고 지적했다.
웨스트우드 메디칼 그룹(WMG)의 이효랑 위장내과 전문의는 “대장 내시경은 암 진단뿐 아니라 대장암 예방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랑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대장내시경 검사가 왜 필요한지, 또한 검사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등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장암 예방 차원 너무나 중요
최근엔 수면제·진통제 사용 고통없어
50세 이후엔 반드시 검사받아야
대장내시경 검사는 환자가 깜빡 잠든 사이 검사가 진행된다. 이효랑 위장내과 전문의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대장암과 대장내시경 검사
한국이나 이곳 한인타운에서나 한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소화기 계통 암은 위암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는 것과 함께 여러 요인으로 대장암 발병 역시 증가 추세다.
이효랑 전문의는 “예전에는 미국 내 동양계에서 위암이 더 흔했지만 요즘은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다든지 하기 때문에 위암은 줄어드는 추세이며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이민자의 경우 대장암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말하고 “위암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거나 한 보고에서는 대장암이 더 흔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암협회(ACS)의 2000-2004년 통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거주 한인 남성의 경우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비호지킨스 림프종, 신장암의 주요 5개 암 중 대장암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1위의 암으로, 한인 여성 역시 유방암에 이어 대장암이 2위에 랭크 된 암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도 대장암은 4위에 랭크 된 암이며, 미국 전체 인구에서는 암 사망률 2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장암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확률이 더 높아지므로 전문의들은 50세 이후부터는 정기검사를 받을 것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또한 대장암은 속도가 느린 암으로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이 90%에 이르고 거의 완치가 가능하며 예방이 가능한 암이다.
대장암 조기검사 중 대변 잠혈반응 검사, S자 결장 내시경, 이중 조영 바륨 관장 검사 등이 있지만 보다 효과적인 검사는 바로 대장 내시경 검사다. 검사와 함께 대장 용종(polyps, 폴립)을 잘라내는 예방과 치료의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은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달린 가느다란 튜브를 항문을 통해 2미터 길이의 대장으로 집어넣어 용종의 유무 및 사이즈, 염증, 출혈, 궤양, 색깔 변화 등을 살핀다. 내시경 끝에 달린 소형 카메라는 대장 내부의 이미지를 모니터로 보내고 대장 전체를 볼 수 있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의사들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용종이 더 커지기 전에 직접 제거한다. 용종은 양성 종양이어도 커지면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발견되더라도 빨리 치료할수록 완치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대장암 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대장암 발생 부위를 확실하게 구별해 내는 고화질 첨단 내시경인 ‘협대역 영상내시경’(NBI) 등 기기도 있어 정확도를 보다 높여주고 있다. NBI 내시경은 광원에서 나오는 빛 중 병변 관찰에 최적화된 초록, 파랑의 파장을 통과시켜 대장암 발생 부위 구별을 보다 쉽게 해준다.
■50세 이후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적어도 한번은 받아야
이 전문의는 “50세 이후는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세 이후 한번 검사하고 장에 아무런 용종을 발견하지 않으면 5년 후에 또 검사하면 된다.
예전에는 50세 이후 첫 검사 후 10년에 한번씩 받으면 됐지만 최근 암 증가추세 때문에 5년에 한 번씩으로 기간이 줄었다. 즉 50세 이후 첫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면 5~10년에 한 번 대장 내시경을 하면 된다. 하지만 첫 검사 때 용종을 발견하게 되면 2~3년에 한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전 준비단계 다소 힘들어
장 세척 위한 약물 복용… 의사 지시 안따르면 더 고생
소형 카메라 달린 긴 튜브를 대장 투입
검사하며 필요할땐 용종 제거 치료 병행
■가족력과 대장내시경
종종 가족 중 대장암 병력이 있다면 검진을 50세보다 더 일찍 받을 것이 권유된다.
가족 병력이 있다는 것은 대장암에는 유전되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력이 있다는 것은 나를 기준으로 아버지 대, 할아버지 대 3대 중 형제자매들 중 2명이 50세 이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는 경우에 굉장한 가족력으로 본다. 이 경우는 발병한 환자의 나이보다 5세 먼저 이른 시기에 검사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50세 발견을 했다면 45세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
■대장내시경 생각만큼 아플까?
많은 사람들이 대장내시경은 불편하고 아플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내시경 기술도 발달해 아플 것이라든지 불편하다든지 하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문의는 “사람마다 대장의 모양이 다르고, 의사가 얼마나 경험이 있는가에 따라 환자가 아프다고 말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수면제와 진통제를 사용해 환자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검사를 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개 환자는 수면제와 진통제를 써서 깜빡 잠이 들고 잠깐 잠든 사이 검사가 진행된다.
시간은 보통 30분 정도 소요되며 용종을 많이 발견했거나 많이 제거하는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 준비
대장내시경 검사를 경험한 대부분의 한인들이 지적하는 것은 바로 ‘검사 자체보다는 검사를 하기 전 준비단계가 더 힘들었다’는 점이다.
무른 변이나 설사가 남아 있지 않게 장을 깨끗이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처방한 장을 비우는 세척제를 복용하게 되는 데 다양한 약들이 있다.
의사는 대개 장세척을 위해 무색무취의 ‘골리텔리’(Golytely), 골리텔리의 반 용량에 해당하는 ‘해프텔리’(Halflytely) 등을 처방한다.
골리텔리의 경우 4 리터(1갤런)를 먹게 돼있는데, 양도 많은데다가 10분에 머그잔으로 한 잔씩 마시고 4시간 안에 그 과정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먹지 않고도 의사에게 다 먹었다고 거짓말 하는 경우. 이 전문의는 “의사의 지시대로 제대로 장을 비우지 않으면 환자나 의사 모두 고생”이라며 “환자가 솔선수범해서 의사를 도와야 검사의 정확성과 검사 결과가 더 좋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사는 골리텔리를 처방해도 정작 환자에게는 제네릭이 처방될 수도 있는데, 제네릭은 짠맛이 나서 먹기 힘겨워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전문의는 “많은 한인들이 의사에게 질문을 못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의사에게 검사 전 장 세척제로 어떤 약이 처방되는지, 보다 더 편한 방법이 있는지 등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를 위해 대략 4~6시간 전에는 장을 비워야 하며, 변 색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딸기주스 같은 붉은 색소가 들어간 음료, 씨가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맑은 미음 같은 유동식은 전날 저녁까지 먹어도 된다.
물, 게토레이드 같은 스포츠 음료, 플레인 티 등 음료는 마셔도 된다.
대장내시경 검사 후에는 12시간 안에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
변의 농도변화·배변 횟수 증가 등 두드러져
■증상이 있다고 대장암?
대개 많은 대장암 환자들은 초기에는 아무 증상을 경험하지 못한다.
하지만 암이 발생하면 설사나 변비, 변의 농도 변화, 배변횟수 증가 등 배변 습관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색이 검게 변하거나 변에 피가 섞여 있거나 변과 점액질이 함께 나오거나, 변의 굵기가 가늘어지고 잔변감이 있다든지, 변을 볼 때 배가 아프다든지, 복부 통증, 체중 감소 등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상들이 바로 대장암 증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인불명의 만성 설사가 있을 때, 항문 출혈이 있거나 배변 습관에 변화가 생길 때, 지속적인 아랫배 통증 또는 불편한 느낌이 있을 때 등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암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대변을 볼 때 피가 나면 암 증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치질이나 음식, 복용하는 비타민 때문인 경우도 있다. 붉은 피가 나는 경우 치질이거나 이유 없는 만성 대장염인 경우 피가 나면서 설사가 난다든지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이 전문의는 “원인불명의 설사, 항문 출혈, 지속적인 아랫배 통증 등 증상이 있고 50세 이상으로 폐경기가 끝나 생리를 하지 않는 여성이나 남성으로 철분 결핍성 빈혈을 갖고 있다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이온 객원기자>
이효랑 위장내과 전문의가 대장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과다한 고단백, 고지방식 섭취를 피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예방의 한 방법이다.
대장암 예방 수칙
▲조기 검사. 50세 이후부터는 대장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한다. 대변 잠혈 반응 검사, S상 결장 검사, 이중 조영 바륨관장 검사, 대장 내시경, CT 대장내시경 등 여러 검사 방법 중 의사와 상담해 검사 방법을 결정한다.
▲균형 있는 저지방 식단과 과일 채소의 충분한 섭취
▲지방 섭취에 주의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음식을 통해 섭취한다.
▲일주일에 5일 이상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금연 및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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