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통보 받은 2, 3곳 방문
분위기·시설·환경 등 점검
학교 크기·위치도 고려
매년 3월이 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각종 학교의 입학 지원 결과가 발표된다. 우편으로 날아오는 입학 통지서(admission letter)의 두께에 따라 기쁨과 실망이 엇갈린 시간이었다. 보통 12학년들은 평균 3개 정도의 합격통지서를 받는다. 이중 한 학교에만 5월1일까지 등록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그동안 입학 사정에서 콧대를 높였던 각 대학들은 지금부터는 한명이라도 많은 학생들이 모집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합격통지서에 대학의 티셔츠 등을 동봉해 선물 공세를 펼치기도 하고 대학의 장점을 나열하는 각종 설명서를 보내온다. 이제 선택은 합격한 학생에게 달려있다. 전문가들이 합격통지를 받은 12학년생들에게 전하는 내게 맞는 대학 고르는 법과 합격통지를 받은 후 학생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알아본다.
◆보고 결정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학을 방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동부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왔다면 더욱 방문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학을 결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대학 방문이라고 전한다. 합격통지서를 받은 대학 중 2~3개를 선정해 봄방학이나 학기 중이라고 해도 시간을 내서 반드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대학 4~5년의 시간이란 어쩌면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또한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간이다. 이 중요한 시기을 보내는 장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으로 느낀 다음 최후의 결정을 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물론 요즘은 각 대학마다 웹사이트가 잘 만들어져서 집에서도 버츄어 투어(virtual tour)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보다 자신이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대학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
대학을 방문하면 캠퍼스의 분위기는 도서관, 기숙사, 학생회관 등 각종 시설을 직접 점검해 볼 수 있으며 주변 환경도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운동에 취미가 있다면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체육관이나 넓은 필드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대학을 방문하면서 알아볼 수 있다. 문화생활과 스포츠 관람을 즐길 수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막상 등록 후 오리엔테이션 때 가보니 자연을 즐기면서 공부밖에는 할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시골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캠퍼스도 많다.
같은 UC 캠퍼스 중에서도 UCLA 같이 도시 한가운데 위치에 각종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캠퍼스가 있는가 하면 UC 샌타바바라 같이 대도시에서 떨어진 절경의 해변에 위치에 자연과 함께 평온한 마음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캠퍼스가 있다.
◆전공이 전부가 아니다.
전공과목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공이 전부는 아니다.
전공에 따른 학교의 전체적인 랭킹만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 생각해 봐야 될 문제다. 일단 미국의 대학생들은 입학에서 졸업을 하기까지 평균 3번 전공을 바꾼다는 통계가 있다. 전공하고 싶은 과목에서 우수한 대학이라 선택했다가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전공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학교 선택에 오류를 범한 것이다. 학교를 고를 때는 전공만 보지 말고 학생의 학업태도, 교수의 수준, 클럽활동, 과외활동, 스포츠, 동문 유대관계 등도 알아보고 결정한다.
◆주립과 사립은 물론 학교의 사이즈를 고려한다.
주립대학은 학생 수가 많다. 특히 1~2학년 교양 과목을 듣기 위해서는 200~300명(때에 따라서는 1,000명 이상)이 한꺼번에 강의를 듣는 초대형 클래스에 들어가야 한다. 교수와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조교와 시간을 내서 과목을 함께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주립대학은 독립심이 높은 학생들은 쉽게 성공할 수 있지만 어려서부터 엄마가 모든 것을 도와줬던 ‘왕자와 공주’ 타입에게는 어려운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
주립대학에서는 특히 수강신청자가 많아 조금만 늦어도 제때 수강이 안 되고 과목선택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수강이 어려워지면서 졸업이 늦어지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반면 사립대학은 보통 20명 안팎의 학생에 교수와 조교가 함께 따라 붙는다. 간혹 교수 집의 응접실이 강의실이 되기도 하는 등 교수와 학생, 동문간의 친밀함과 유대가 돈독하다. 하지만 사립대학에서 주립대학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받기는 힘들다. 주립대는 다양한 인종의 문화와 감각과 열기가 넘치는 곳이며 이런 곳에서 우수한 학점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은 더 이상 거리낄 것 없이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잘 해나갈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학의 위치를 살핀다.
프린스턴 리뷰가 지난 두 달간 이번 가을학기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여론 조사의 결과 학생의 65%가 가장 이상적인 대학은 부모의 집에서 25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학교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반대로 학부모의 54%가 자녀의 대학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렇듯 진학하는 대학의 위치는 학생과 부모가 상반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기숙사 등에 들어가는 독립생활을 원하는지 아니면 집에서 통학을 원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각종 참견과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할러데이 시즌 등에 집에 돌아올 때 동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적지 않은 경비를 사용해야 한다.
부모의 참견 없이 멀리 떨어진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혼자서 학업 스케줄을 짜다가 잘못되어 학교에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대학의 위치는 학교를 선택할 때 개인마다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기와 특별활동, 기후도 참고해야 한다
사철이 뚜렷한 보스턴 등 북동부 지역의 대학의 선택할 경우 선샤인의 도시 LA에서 자란 학생은 그곳 기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음산하고 춥고 비와 눈이 자주 내리는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가 한 두 학기 다니다가 짐 가방 싸들고 편입하겠다고 들어오는 학생도 있다.
클럽 등 특별활동도 중요하다. LA 고등학교에서 한인학생회 회장을 하는 등 한인 학생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던 학생이 갑자기 한인이 거의 없는 대학에 들어가면 좀처럼 쉽게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중고교 7년간 수영팀의 주전으로 뛴 학생이라면 수영장이 없는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약간 생각해 볼만한 문제인 것이다.
학생 수가 많은 주립대학에서 1~2학년 교양 과목을 듣기 위해서는 200~300명이 한꺼번에 강의를 듣는 초대형 클래스에 들어가야 한다.
재정보조 내용도 잘 살펴봐야
◆경제적 현실도 고려한다.
역시 프린스턴 리뷰에 따르면 올 대학 지원자 67%가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한 가족 수익 저하가 대학 지원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자 38%가 주립대학 등 등록금이 저렴한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답했고, 28%는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대학을 고를 때 3명 중 2명이 학비를 고려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UC 학비가 인상되는 등 주립대학 학비도 만만하지 않지만 사립대학 학비는 일반 중산층 가정에는 중압감의 대상이다. 대부분 5만달러가 넘는데 재정보조를 받아도 학부모가 담당하는 학비의 액수는 적지 않으며 이외에도 자동차 유지비, 외국 체험 여행비, 방학 때마다 집에 오가는 항공비 등을 포함하면 학비 외에 추가로 많은 비용이 필요한다.
일단 학교에서 발송된 재정보조(Financial Aid) 패키지의 내용을 자세히 살피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학교에 점수를 준다. 같은 재정보조에도 무상인 그랜트와 장학금의 액수가 융자나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워크 스터드(work study) 액수보다 높은 쪽을 선택해야 한다.
대학을 결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합격통지를 받은 대학을 방문하는 것이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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