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요식계‘핫 아이템’
로이 최씨, 레서피 공개
모든 창조되는 것들이 그렇듯 어떤 셰프에게 요리는 또 하나의 세계이며 그 자체로 철학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 괜찮은 요리 한 접시와 마주할 때면 아름다운 이브닝 가운을 보자마자 그 디자이너가 궁금해지듯 가장 먼저 그 셰프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그 한 뼘 접시 위에 얹혀진 익명 셰프의 요리철학과 심지어 그의 살아온 이력까지 궁금해지려 한다면 너무 심각하게 들리려나.
그런 의미에서 할머니가 스승이었다는 ‘요리계의 꽃미남’ 제레미 올리버의 이탈리안 홈메이드의 얼굴을 한 요리는 세상과 편안하게 소통하고 싶어하는 그 이의 소박한 의지가 읽혀지며, 아이언 셰프로 명성을 떨친 ‘메사’의 바비 플레이의 샐러드에서부터 스테이크까지 초지일관 그 매콤한 맛에선 그의 셰프로서의 욕망이랄까 야망이랄까가 읽혀진다.
최근 한국에서 떠오르는 천재 셰프로 인정받는 ‘테이스티 블러버드’ 최현석의 요리는 또 어떤가. 그의 무심한 듯한 얼굴 표정과 달리 아기자기하면서도 동서양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요리는 퓨전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이 어려운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리하여 요리란 더 이상 재고의 여지없이 한 편의 시(詩)가 아닐까.
이쯤에서 우리는 그 스타 셰프 명단에 한인 한 명을 더 추가해야 할 듯 싶다.
바로 고기(Kogi bbq) 로이 최(39) 셰프다. 그는 현재 한국식 고기 타코로 단박에 트렌디 요리의 1번지 LA에서도 확실히 떴다. 아니, 뜬다나 떴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그는 최근 LA 요식계의 확실한 ‘핫 아이콘’이 돼버렸다.
한국식 갈비와 돼지불고기를 이용, 타코를 만든다는 이 유쾌, 상쾌하면서도 그 이면 나름 발칙한 상상은 로이씨의 가슴에서 머리로 옮겨져 일사천리로 다시 손끝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로이 최표 갈비 타코의 탑 시크릿 레서피와 그 레서피 만큼이나 강렬하지만, 단호한 그의 요리 인생도 함께 들어봤다.
일약 스타가 된 2달러짜리 갈비 타코. 한국식 갈비양념과 고추장 살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데다 신선한 야채까지 듬뿍 얹혀 한인들은 물론 타인종들에게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달콤하면서 강렬한 새로운 맛
한국식 길거리 음식 ‘통했다’
로이 최씨의 요리인생
법대 중도포기… 뉴욕 CIA 입학
“누구나 즐기는 음식 매력에 푹”
그의 말을 100% 다 믿자면 확실한 인생 역전, 맞다.
학창시절 특별한 인생좌표 없이 말썽꾸러기였던 그가 요리라는 아주 특별한 세상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세상 속에서 그는 더 할 나위 없는 충실한 모범생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격식을 거스르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별로 공부엔 소질이 없었어요. 특별히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죠.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죠. 왜 한인 학생들은 공부 잘 한다는 편견(?)도 있는데다 부모님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왜 그런 것 있잖아요. 한인 2세들은 모두 변호사나 의사가 돼야 한다는. 그래서 아마도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법대에 진학해 결국 1년만에 박차고 나왔죠.”
그리고 그는 20대 중반, 늦깎이 요리사를 꿈꾸며 뉴욕으로 날아가 CIA에서 2년간 공부한다. 그간 살아오면서 가장 신나고 행복한 순간이었단다. 그리고 졸업 후 팜데저트, 레익 타호를 거쳐 베벌리힐스 힐튼호텔까지 일사천리로 잘 나가는 셰프로 이력을 쌓았다.
그러다 그의 친구이며 동료인 마크 맹게라와 그의 한인 부인 캐롤라인 신 맹게라와 의기 투합, 한국 바비큐를 타코에 얹어 한국식 길거리 음식 문화를 전파해 보자는 일념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결과는 대박이라는 말이 모자랄 만큼 엄청난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다 보니 그는 현재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로이씨는 요즘 하루 16시간을 주방에서 일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장을 보고, 식료품을 주문하고, 음식준비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간다. 이렇게 고기 팀이 팔아치우는 타코는 하루 2,000여개. 하루 평균 갈비 400여 파운드가 동이 나고 30파운드짜리 고추장 한 통으로 이틀을 못 버티기 일쑤. 이 정도면 음식 갑부가 아닐까 싶은데 로이씨 손사래부터 친다.
“지금은 수익 모두 비즈니스에 다시 재투입돼요. 엄청난 수익을 남긴다거나 떼돈을 버는 건 절대 아니죠.(웃음)”
이 추세로 가다가는 식당 재벌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듯도 싶은데 참 희한하게 그는 욕심보다는 열정이, 비전이 더 앞서 있는 듯 싶다.
“엄청나게 놓은 셰프 모자 쓰고, 긴 앞치마 두르고 호텔 주방을 호령하는 것보다는 생활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여러 사람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고 그들의 미소짓는 얼굴을 보는 것이 제겐 훨씬 더 행복하고 보람있습니다.”
이 남자, 분명 요리가 철학인 사람 맞다. 그의 소박한 2달러짜리 타코는 그의 크고 아름다운 세계관이 조물조물 양념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타코, 오늘도 한입 베무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값싸면서도 맛있는 한국식 길거리 음식 문화를 LA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로이씨가 갈비 타코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고기’ 타코 먹으려면>
컬버시티 유명 바서 판매
현재 고기 타코는 트럭 2대와 컬버시티에 위치한 바 알리바이 룸(Alibi Room)에서 만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고기 타코는 한국식 길거리 음식을 표방, 트럭 한 대로 샌타모니카에서 이글락까지 누비며 늦은 밤 야식으로 한인들은 물론 미국인들의 입맛까지도 사로잡고 있다. 타코 트럭의 정확한 스케줄을 알기 위해서는 웹사이트(www. kogibbq.com)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르다.
지난해 겨울 할리웃 길 한 나이트 클럽에서 시작한 첫날, 타코 200개와 부리토 60여개를 팔아치울 만큼 대박을 쳤던 이 단돈 2달러짜리 타코는 그 뒤 유명세를 타고 일사천리로 지금까지 와 불과 몇 달만에 타코 트럭 한대를 더 갖추게 됐고 컬버시티 유명 바에서 ‘고기팀’에게 주방을 맡아줄 수 없느냐는 제안을 받기에 이른다.
그래서 컬버시티 알리바이에 가면 고기팀이 제공하는 모든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바 오픈 시간은 오후 5시30분부터다.
▲주소:12236 Washington Blvd. LA
▲문의: (310)390.9300,
www.alibiroom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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