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기증’, 나도 할 수 있을까요?
생명을 살리는 길은 너무나 귀하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명을 다 한 후에도 끝까지 안구기증을 통해 ‘사랑과 나누는 삶’을 보여주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많은 한국인은 물론 미주 한인들도 장기기증이나 골수기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안 골수기증협회(A3M)의 한인환자 서비스 담당 최수현씨는 “골수기증에 한인들 관심이 많지만 사실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 막상 골수기증이 필요한 환자들은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시안 골수기증 등록자가 매우 부족하지만 한인들의 골수기증 참여도는 타인종에 비해 그래도 높은 편”이라덧붙였다.
타인종에 비해 아직도 부족한 아시안 골수기증. 골수기증을 하면 허리 디스크가 생긴다든지, 무시무시한 주사를 맞아 통증이 심하다든지 잘못된 정보도 많다. 아시안 골수기증협회의 최수현씨의 도움말을 빌어 골수기증에 대한 궁금증을 한번 살펴보았다.
PBSC방식으로 헌혈을 통해 골수기증하는 모습.
백혈병·임파종 등의
환자 생명을 구하는 길
18~60세 건강한 이라면
누구나 등록 기증 가능
골수채취는 외과처치나
조혈모세포 기증 두가지
■골수란 무엇인가요?
골수(bone marrow)란 말은 조금 어렵다. 최근 한국에서는 ‘골수’보다는 ‘조혈모세포’라고 부르는 추세다. 골수는 뼈 속의 유연한 조직으로 혈액세포를 만들어 공급하는 조직이며 많은 줄기세포가 있고, 이들이 계속 분열하고 발달해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가 된다.
쉽게 말해 피를 만들어내는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어머니 줄기세포로 골수나 말초혈, 탯줄혈액(제대혈) 속에 포함돼 있다. 즉 골수는 면역체계를 담당하고 있는 백혈구를 생산해 면역체계에도 매우 중요한 조직이며, 우리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백혈구가 생산되는 곳이다.
골수에는 2가지 종류의 줄기세포를 갖고 있다. 혈액세포 생산을 담당하는 조혈모세포와 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와 연골세포로 분화하는 중간엽 줄기세포다.
또한 말초혈은 전신을 순환하는 혈액으로 혈액에 특정 약물을 투여하면 조혈모세포가 말초혈액에 흘러나올 수 있는데, 이를 말초혈 조혈모세포라고 하며 골수이식 치료에 사용된다.
■어떤 환자에게 골수이식이 필요한가요?
미국 내에는 해마다 1만명 이상의 골수기증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골수이식은 백혈병, 임파종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골수이식이 필요한 가장 잘 알려진 질병은 바로 백혈병(leukemia, 혈액암)이다.
물론 백혈병이라고 진단 받아도 여러 치료 방법이 있겠지만 골수이식 치료법은 기증자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아 치료하는 방법이다.
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인체 백혈구 항원(HLA)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HLA가 일치하는 확률은 가족이 30%, 나머지 70%는 비혈연자에게서 일치자를 찾게 된다. 가족 중에서도 형제자매간은 약 25%, 부모는 한 쪽씩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5% 정도로 매우 낮다. 백인이 아시안에게 기증을 하거나 아시안이 백인에게 기증을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같은 민족 중에서 일치자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
남가주에서는 시티 오브 호브가 미국 내 3위에 랭크될 정도로 골수이식 수술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UCLA 병원, 시더 사이나이 병원, 성 조셉 병원, 칠드런스 하스피틀, UCI 병원(형제 이식인 경우만) 등에서 골수이식 치료를 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는 개신교 교회와 천주교 교회에서 골수기증 캠페인을 많이 벌이고 있다. 아시안 골수기증협회의 캠페인에서 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기증하나요?
골수기증은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8~60세의 신체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기증이 가능하다.
먼저 미 전국 골수기증자 프로그램(National Marrow Donor Program)에 등록해야 한다. 최근에는 우편 및 온라인으로도 기증자 신청이 가능해졌다.
또한 예전과 달리 피검사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구강 상피세포를 면봉으로 기증자 스스로가 간단하게 채취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상피세포를 채취한 면봉을 전국 골수기증자협회에 보내면 개인의 골수형과 정보를 전국 골수기증자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된다.
일치 가능성이 판명되면 특정 환자와 접합한 일치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를 더 받게 되고, 일치가 확인되면 다른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길에 동참할 수 있다.
골수채취 방법은 2가지로 나뉘는데, 골수기증과 PBSC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으로 나뉜다. 골수기증은 엉치뼈에서 소량의 골수를 채취하는 외과적 처치를 통하는 방법으로 간단한 과정이지만 마취가 사용되며 기증자는 기증을 위해 병원에서 시술을 받지만 보통 당일 퇴원한다. 물론 바로 정상적인 생활도 가능하다.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은 외래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데, 채취 전 5일간 필그래스팀(filgrastim)이라 불리는 피하주사를 맞는다. 이 주사는 혈류에 조혈모 세포수를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며 성분채집술(apheresis)이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마치 헌혈하듯이 조혈모 세포를 기증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는 기증자가 직접 59달러의 비용을 내가면서 미 전국 골수기증자 프로그램에 등록을 하는데, 한인의 경우 아시안 골수기증자협회를 통하면 59달러를 정부보조 지원받기 때문에 기증자의 검사나 비용은 무료로 등록할 수 있다.
골수형 검사용 키트. 아시안 골수기증협회(A3M)나 미 전국 골수기증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우편으로도 받을 수 있다. 미 전국 골수기증자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이 키트를 지급받아 간단하게 면봉으로 구강 상피세포를 닦아 보내면 된다.
엉치뼈 채취 외과시술보다는
헌혈식 PSBC기증 많아
■골수기증 하면 허리 디스크가 생긴다는데?
그렇지 않다. 잘못된 정보 중 하나가 바로 허리 디스크 관련이다. 최수현씨는 “원래 기증자의 자격요건 중 허리 디스크 환자, 지난 5년간 목이나 허리 수술을 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기증자에서 제외된다. 몇 년 전 한인사회에도 잘 알려졌었던 성덕 바우만의 경우는 한국에서 왔었던 기증자가 이미 디스크 환자였는데, 마치 골수기증 후 허리 디스크가 생긴 것으로 잘못 알려졌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골수기증을 하면 골수를 척추에서 채취한다는 얘기도 대표적인 잘못된 상식 중 하나. 척추가 아닌 엉치뼈에서 골수가 채취된다. 또한 엉치뼈에서 골수 채취방법보다는 헌혈처럼 하는 기증 방법인 PBSC 기증 방법(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이 더 많이 이뤄진다. 골수기증보다는 PBSC 기증방법이 기증 방법의 70% 정도 차지한다. 기증자는 엉치뼈 채취방법과 PBSC 방법 중 선택할 수 있다.
■골수기증 후 굉장히 아프다?
그렇지 않다. 물론 간단해 보이는 PBSC 기증 방법으로 할 경우 5일간 조혈모세포 수를 늘리는 주사를 맞기 때문에 백혈구 수치가 늘어나면서 뼈 통증(bone pain), 두통, 근육통, 피로 등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골수는 4~6주면 재생하며 기증자는 한 달, 1년 후 건강 체크를 하게 된다. 또 골수검사 때마다 마취주사를 맞는 것도 결코 아니다.
아시안 골수기증협회는 교회 등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골수 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골수기증을 할 수 없는 사람
-HIV 감염 혹은 HIV 감염 위험자
-간염 환자 혹은 간염 보균자(이전에 앓았거나 항체가 있는 경우는 상관없다)
-심장질환 또는 암환자(그러나 피부암 환자 중 가능한 경우도 있다. 또한 자궁경부암 0기에 해당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천식, 만성적인 폐질환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경우
-출혈에 영향을 주는 질병
-최근 5년 간 목이나 허리수술을 한 경험자 혹은 심각하게 현재 허리 질환이 있는 경우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기면역/신경질환
-장기 혹은 골수를 이식 받은 경우
-지나친 과체중 과대 비만
<정이온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