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즐기는 것에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아마도 이 지루하고 남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혹은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데 큰 의미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외식’은 경험이다. 특히 괜찮은 식당을 뒤지는 우리는 그 곳에서 시각과 미각, 후각 그리고 청각에 이르기까지 새롭고도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기 원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음식에 대한 재료비가 아닌 그 모든 새로운 경험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드라마 ‘섹스 앤 시티’의 브런치 무대였던 뉴욕 ‘페이야드’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 주말 오후라는 느긋한 시간과 그 식탁에 함께 앉은 이들의 그럴 수 없을 만큼의 친밀함과 살가움(브런치를 비즈니스 약속으로 잡는 이들은 많지 않을 테니까), 거기에 브런치 메뉴만의 경쾌함과 상쾌함까지 곁들여져 그 어느 시간, 어느 장소보다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게 때문이다.
일기예보가 크게 빚나가지 않는다면 그간의 우중충한 캘리포니아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햇살로 물들어질 이번 주말, 연인이든 가족이든 아니면 혼자면 또 어떤가. 책 한 권과 열광해 마지않는 음악으로 가득 찬 아이파드 귀에 꽂고 ‘추리닝 바람’으로 브런치 식탁에 앉아 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이 유쾌한 경험에 훌륭한 메뉴와 배경을 제공해 줄 LA 인근 썩 괜찮은 브런치 레스토랑 몇 곳을 소개한다. 부디 아름답고 행복한 경험이 되길. ‘방콕’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지금의 계절이 너무 화려하니까 말이다.
마음 맞는 이들과의 브런치 식사는 행복하고 즐겁다. 학교 친구들인 김은정(왼쪽부터), 김나래, 김안나양이 햇살 좋은 주말 오후, 알코브 레스토랑에 모여 샴페인 브런치를 즐기고 있다. 이날 이들이 시킨 메뉴는 알코브 인기 메뉴인 새우 &랍스터 오믈렛, 연어 스테이크와 크랩 케익.
분위기 좋고 메뉴 다양 브런치 LA 인근 레스토랑 명소
#1. 실버레익 ‘알코브’
신선한 생동감이 넘치는 곳
실버레익과 로스펠리츠 거주자라면 이미 지나가다 봤을 알코브(Alcove)는 오개닉 전문 레스토랑이다. LA 웨스트 사이드엔 ‘얼스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면 이스트 사이드엔 단연 알코브다. 일요일 아침이면 식당 밖까지 줄을 늘어서는 이곳은 와플과 팬케익과 같은 전통적인 브렉퍼스트에서부터 시푸드를 넣은 오믈렛, 튜나 멜트 샌드위치, 브렉퍼스트 부리토 등 퓨전 메뉴에 이르기까지 수십여 가지의 메뉴가 넘쳐나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메뉴가 많다고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 브런치를 좋아해 LA 일대를 돌아다니며 브런치를 순례한 이들의 귀띔에 따르면 결국 다시 이 레스토랑으로 회귀할 만큼 모든 메뉴가 신선하고 맛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그리고 매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까지 참고하면 더 이상 맛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 없는 식당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어서 주말 이른 오후, 햇살 좋은 정원에 늘어선 식탁에서 식사를 즐기는 기분은 신선하기 그지없다. 주 메뉴 외에도 맛좋은 커피와 피칸 파이와 프룻 타르트 등 디저트도 맛있어 먹고 여분의 배가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가격 10~20달러.
▶주소: 1929 Hillhurst Ave., LA
▶문의: (323) 644-0100
#2. 라구나니겔 ‘리츠 칼튼’
식도락가들의 특별한 부페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이미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라는 것이 꽤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호텔체인들 음식이 한국 같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리츠는 조금 다르다. 특히 라구나니겔 리츠 칼튼 브런치 부페는 한인 고객들도 꽤 많을 만큼 한인 식도락들이 사랑하는 곳. 음식도 음식이지만 태평양이 코앞에서 내려다보는 발코니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경험은 그 어느 식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만족감을 준다. 메뉴는 괜찮은 부페 레스토랑들이 그렇듯 프라임 립을 즉석에서 썰어주는 메인 디시를 필두로 스시와 알래스카 킹 크랩 집게다리, 생선요리, 닭고기 등이 준비돼 있고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메뉴인 와플과 프렌치 토스트, 햄, 감자 요리 등이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뗄 수 없는 것은 역시 디저트. 미국 호텔 디저트의 성의 없는 디시들이 아닌 솜씨 좋은 파티셰가 만든 다양한 케익과 쿠키 등이 메인디시보다 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만약 오렌지카운티까지 가기 ‘귀찮다면’ 패사디나 리츠 칼튼 브런치 부페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가격 80달러.
▶주소: One Ritz-Carlton Drive, Dana Point
▶문의: (949)240-2000
#3. 패사디나 ‘트윈 팜스’
음악과 낭만이 흐르는 부페
배우 케빈 코스트너 부인이 운영한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트윈 팜스(Twin Palms)는 주중 저녁식사보다 선데이 브런치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베이비 샤워나 생일 파티도 일요일 브런치에 할 수 있어 매주 일요일이면 올드 패사디나에서 가장 붐비는 식당이기도 하다.
꽤 많은 요리전문 잡지들이 LA 일대 ‘베스트 브런치 레스토랑’을 꼽으면 순위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이곳은 일요일 브런치가 부페로 운영되며 메뉴는 즉석에서 썰어주는 프라임 립을 비롯, 즉석 오믈렛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신선한 파스타와 샐러드, 컨트리 브렉퍼스트 메뉴가 준비돼 있으며 과일과 디저트도 신선하고 맛있다. 부페 레스토랑의 특징이 사실 양에 비해 ‘음식은 별로’라는 평가가 많은데 이곳은 그 어떤 메뉴도 일품 요리로 손색이 없으며 특히 크렘블레, 초컬릿을 입힌 딸기 등 신선하면서도 맛좋은 디저트로 이 식당 파티셰 얼굴이 궁금할 정도다.
또한 브런치 영업시간에 매주 라이브 공연이 펼쳐져 더 없이 즐겁고 유쾌한 기분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가격 어른 22.95달러, 아이 8.95달러.
▶주소: 101 W Green St. Pasadena
▶문의: (626) 577-2567
# 4. 웨스트 할리웃 ‘테이스트’
디테일에 목숨 건다면…
번잡한 부페 레스토랑도 싫고, 줄 서가며 먹는 카페도 싫다면 해답은 이곳에 있다. LA에서 맛있는 브런치 순위에 꼭 빠지지 않는 코지한 레스토랑 테이스트(Taste)는 식탁이 패티오까지 합쳐도 열다섯 테이블이 넘지 않는 작은 식당이지만 맛 만큼은 LA 인근 유명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곳의 메뉴가 아주 특별하거나 격조 높은 것은 아니다. 흔히 브런치 메뉴로 볼 수 있는 치 브렉퍼스트 파니니(breakfast panini), 햄 앤 치즈 오믈릿(black forest ham & cheese omelet), 스크램블(southwest scramble), 크랩케익 베네딕트(crab cake benedict), 클럽 샌드위치(taste club) 등 일견 평범해 보이는 메뉴들이 전부이지만 그 맛엔 디테일 살아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햄버거. 웬만한 캐주얼 레스토랑이라면 꼭 빠지지 않는 햄버거가 메뉴에 있는데 좀 다르다면 고베 비프로 만든다는 정도인데 드라이하지 않으면서도 스테이크 뺨치는 육질과 양념이 색다른 햄버거 맛을 느끼게 해준다. 브런치는 토요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만 운영된다.
▶주소: 8454 melrose Ave. West Hollywood
▶문의: (323)852-6888 www.ilovetaste.com
# 아직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면
얼스 카페·매종 아키라도 유명
이외에도 LA 인근에 괜찮은 브런치 레스토랑은 정말이지 넘쳐난다. 워낙 날씨 좋고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즐기는 앤젤리노 덕에 브런치 레스토랑이 성업을 이루는지도 모르겠다. LA 웨스트 사이드에선 베벌리힐스와 샌타모니카 두 군데 지점을 두고 있는 얼스 카페(www.urthcaffe.com)에서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오개닉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보다 더 특별한 브런치를 원한다면 패사디나에 있는 ‘매종 아키라’(www.maisonakira.com)에서 프렌치 일식 브런치 부페를 맛볼 수 있다. 메뉴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프렌치 일식이라는 특이한 메뉴를 맛 볼 수 있다. 교토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정식 프렌치 쿠진과 파티셰 과정을 이수한 레스토랑 주인이자 셰프인 아키라 히로스의 요리들은 한인들이 좋아하는 사시미와 스시에 꽤 괜찮은 프렌치 일식 요리들로 구성돼 있어 한번쯤 가볼 만하다. 가격 어른 36달러, 아이 20달러.
글 이주현·사진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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